Lctric [1202122] · MS 2022 · 쪽지

2024-05-25 03: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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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포 새벽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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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나무 - 유치환 


내 언제고 지나치는 길가에 한 그루 남아 선 노송 있어 바람 있음을

조금도 깨달을 수 없는 날씨에도 아무렇게나 뻗어 높이 치어든 그 검

은 가지는 추추히 탄식하고 울고 있어, 내 항상 그 아래 한때를 머물러 아

득히 생각을 그 소리 따라 천애에 노닐기를 즐겨하였거니, 하룻날 

다시 와서 그 나무 이미 무참히도 베어 넘겨졌음을 보았나니.

진실로 현실은 이 한 그루 나무 그늘을 길가에 세워 바람에 울리느니보

다 빠개어 육신의 더움을 취함에 미치지 못하겠거늘, 내 애석하여 그가

섰던 자리에 서서 팔을 높이 허공에 올려 보았으나, 그러나 어찌 나의 손

바닥에 그 유현한 솔바람 소리 생길 리 있으랴.

그러나 나의 머리 위, 저 묘막한 천공에 시방도 오고 가는 신운이

없음이 아닐지니 오직 그를 증거할 선한 나무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시중에 하나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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