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튜브 끊기 전과 후 내 모습의 변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7980883
유튜브를 끊기 전 나는 정보에 파묻혀 살았고, 남이 정해주는 것만 소비했고,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며 살았다.
유튜브를 끊은 후 나는 내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며 살기 시작했다.
끊기 전
유튜브를 끊기 전에는 하루라도 유튜브를 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극심한 유튜브 중독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건데, 쉬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비몽사몽 하다가 유튜브를 보거나, 공부를 열심히 한 날에는 자려고 누워서 유튜브 때문에 1시간에서 몇 시간까지 못 잤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길을 걸을 때처럼 시간이 조금만 떠도 유튜브를 보거나 들으면서 갔다. '뭐 안했으면 인생 절반 손해봤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말그대로 인생 절반은 유튜브를 본 느낌이다. 그렇다고 자괴감이 들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의 무서운 점은 마음만 먹으면 정보성 컨텐츠와 자기계발 컨텐츠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생산적인 일에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내 구독 목록 중에는 슈카월드, 잇섭, 해외 유명 과학 유튜버들이 있다. 나는 이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며 지식도 얻고 영감도 얻었다. 그러니 내 뇌는 더 많은 영상들을 봐도 된다고 허가해 줬다. 이후로 더 많은 과학 유튜버들과 정보 유튜버들을 집착적으로 많이 봤다. '이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니까' 라는 자책감 방지 장치도 있기에 끝없이 보게 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내 지친 일상에 이정도 유희는 괜찮잖아?' 라던가 '나는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유튜브 시청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호등이 있는 길은 제한속도도, 목표도 없다. 다만 한 영상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다음 영상이 있을 뿐이다. 나는 점차 영상 하나 보다는 어떤 영상이 있을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는 시간보다는 영상 리스트가 표시되는 유튜브 피드를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영상을 볼 때는 끊임없이 스킵을 연타했고, 최신 기능인 꾹 눌러서 두배속도 애용했다. 고등학교 때 한 친구가 자신처럼 두배속으로 영상을 보면 효율이 올라간다고 했다. (그 친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얼리 어답터였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정신적 교통사고가 나버렸다. 이 교통사고는 아주 서서히 일어나서 내가 인지하지 못하게 내 뇌를 변화시켜버렸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는 유튜버의 재밌는 요약본을 보는게 더 재밌었다. (휴, 영화나 드라마 보는 시간을 아꼈네) 힘든 공부생활에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만큼이나 침착맨의 재밌는 영상을 보며 힐링하는 것이 좋아졌다. (말도 안하고, 사회적 에너지도 안쓰고 힐링할 수 있다니!) 질 좋은 수면을 해서 다음날을 상쾌하게 보내는 것보다 밤에 유튜브를 보며 다음날 오전을 망치는 것을 더 선호했다. (유튜브 없으면 잠 못자, 이게 내 유일한 낙인데)
이런 정신적 교통사고를 인지한 순간 끊기로 마음먹었다.
--
끊은 후
유튜브를 끊은 후 나는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결정하며 살고 있다. 아침에는 책을 읽고,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운동 또는 취미 생활을 하고, 저녁에는 약속에 나가거나 휴식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고. 그러면서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지식만 얻어서 뇌의 혼란을 줄이고 평온해진 뇌로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뇌과학에 관한 책을 골라 읽는다. 책은 영상과 다르게 내가 읽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내가 책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생각하고 싶으면 책을 잠시 덮고 생각도 해보고 메모도 할 수 있다. 차분히 정보를 받아들여서 평온해진 뇌로 나 자신의 생각에 더 집중한다. 길을 걸을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무언가를 보기 보다는 그냥 내 생각에 어떤 것들이 있나 들여다 본다. 그러다보면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가령 나는 삼체라는 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길을 걷다가 이 드라마의 좋았던 점들이 떠올랐다. 사실적인 배경 사이에서 미래기술들이 등장해 SF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읽었던 비슷한 소설 ≪마션≫이 생각났다. 나는 그 소설의 작가 앤디 위어의 다른 소설 ≪아르테미스≫도 읽었었다. 그래서 내가 할일 리스트에 앤디 위어의 다른 책 찾아보기를 적었다. 그 생각은 행운이었던게 내가 방학동안 너무 재밌게 읽은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유튜브만 끊어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고,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내 감정에 충실하며 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한다고 착각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싫어한다고 착각한 것은 무엇인지 다 체험해보고 정리할 수 있다. 내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훈련도 동시에 되면서 그 감정을 다루는 법도 더 자연스러워졌다. 나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너무 귀찮았다.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연구 중반 단계와 달리 마무리 단계는 이미 알게 된 사실들을 정리하는 것 뿐인 지루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튜브가 있었기 때문에 이 귀찮은 감정을 마주하지 않고 계속 미뤄 뒀었다. 문제에 대한 미성숙한 대처였다. 하지만 유튜브를 끊으니 이 문제에 마주할 시간이 충분해졌다. 그래서 이 문제를 성취감이 들 수 있는 여러 목표들로 세분화했고, 하나하나 해결하는 식으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유튜브를 끊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정말 중요한 변화가 많이 찾아왔다. 아직도 예상치 못한 장점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다. 남이 정해주는 것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삶을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그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유튜브만 끊으면 된다.
--
팔로우 좋아요 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교육청문제중 어려웠던 문제번호좀 알려주세요 수능한번더칠까말까 고민중인데 그걸로 자기객관화해보려고요
-
몇 주 전에 환승 당하고 오늘 둘이 꽁냥대는 사진을 봐버려서 뭔가 공부에 대한...
-
아무도없는곳에서혼자펜을잡아도
-
화학할까요 3
생명할까요
-
국어 사설 풀면서 기출도 주기적으로 보시나요?
-
테-멘 0
오늘도 감사합니다
-
쾅
-
이정도였나
-
죽엇음 1
꽥
-
빠른삭제 함 13
2년전이네 ㅅㄱ
-
수행평가 엄두도 안나던걸 ㅈㄴ 완벽하게 만들어줌
-
ㅇㅈ할까 6
술먹어서 기분 좋은데
-
롤할사람 1
ㄱ?
-
과제시작. 0
네시간전에시작할계획이었는데
-
주량 어떻게 되심 23
일단 난 1병이라고 말하고 다님 ㅋㅋ
-
너는 지금 뭐해 5
자니 밖이야
-
전 삼겹살이랑 곱도리탕
-
Chat gpt on
-
밸런스 게임 16
-
국어 영역 중 시간 줄이기 가장 수월한 영역은 어느 부분인가요? 1
문학, 독서, 화작(제가 화작러라) 중... 정답률은 그대로 유지하면거 걸리는...
-
현역.. 1
지금부터라도 열심히하면.. 올해 안에 정시로 끝낼 수 있겠죠.. 오늘 너무 충격적인...
-
최적쌤 윤성훈쌤 고민하다가 최적쌤 사문으로 시작하려고하는데 노베인데 개념은 코어강의...
-
반어와 반어적 표현은 다르다.
-
지역인재 농어촌은 해주면서 왜 밤에 일어나는 사람은 배려 안해줌?
-
2022교육개정 0
이랑 고교학점제 잘 아시는분 쪽지좀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어볼게 있는데
-
머하지 5
진짜모름
-
심심하다
-
일단 한국문학 극혐하는건 둘째치고 비문학도 내가 이원준급의 배경지식을 얻을 수...
-
수악만 잘하는 사람도 잇나 탐구만 잘하는 사람도 잇나
-
하고싶다
-
현재 수분감 스텝 2만 풀고 있는데 현우진 해설이 가끔가다 별로인 것 같아요.....
-
이제 평생 배고프지 않을거임
-
탕 다음
-
진짜
-
긍정항등식은 어딨음
-
집에 가야겠다 0
왜 독서실에 에어컨을 안틀어놓는거야
-
술이나 먹자 6
안주를 사오자
-
a^n+2^n+1|a^(n+1)+2^(n+1)+1 자연수 a,n
-
자연수...
-
(4x-y)(4y-x)=30^6. x,y자연수(x,y)의 개수는?
-
확통사탐 기준 노베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
풍경이 아름답죠?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응원해주세요. 하 집까지 겁나 머네 진짜
-
x^4-2y^2=1x,y 정수해 2개
-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
sqrt(x)+sqrt(y)=sqrt(z)자연수, x,y,z 해 무한개임
-
일단 정년 연장하는데 청년 일자리가 어떻게 늘어나냐 하니까 너무 극단적이라고...
-
보통어느정도 푸시나용
-
[자료] 공통+확/미/기 전범위 수학 실모 하나 뿌림 6
예에엣날에 만든 문제들 짜깊기해서 만든 문제라서 요즘 트랜드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어우 나도 끊어야겠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