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삼환 [824224] · MS 2018 · 쪽지

2024-03-06 00: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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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다고 가오까지 없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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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명 강사의 근로기준법상의 강행규정 위반 행위를 비판하고 강의에서의 몇몇 오류들을 지적했다가 형사고소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지금보다 돈도 없고 어렸기 때문에, 솔직히 처음에는 겁이 좀 났다. (지금이야 뭐 그런 고소를 당해 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주변에도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냥 잘못했다고 빌어라, 하는 조언을 하는 분이 계셨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러기는 싫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해 어느 평가원 모의평가 해설 강의에서였을 거다.

그 강사는 자기한테 무슨 악플러가 생겼다느니 하더니 몇 번 자기가 내용증명을 보내고 변호사를 써서 형사고소를 하면 그 악플러가 바짝 엎드려서 자기한테 잘못했다고 빌 것이라고 얘기했다.

아마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천박한 믿음 때문이었나 보다.

물론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은 어떻게 됐을까?

그 강사의 형사고소에 대해서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그 강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하여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자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 강사가 고등검찰청에 항고하자, 고등검찰청에서는 항고를 기각했고,

그 강사가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자, 고등법원에서는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빌긴 뭘 빌어? 나는 끝까지 해 볼 테면 해 봐라! 하는 생각으로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이 모든 일이 나의 승리로 끝날 것임을 알았으니까.


이 사건이 내 인생에서는 참 큰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도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천박한 사람들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돈이 없다고 가오까지 없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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