삥뽕123 [1088463] · MS 2021 · 쪽지

2024-02-21 02: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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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결심한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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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를 결심한 자의 한탄이자 재수,삼수,n수를 결심한 모든 이와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평범하고 따분한 말.




저는 현역때 수능을 말아먹고 재수를 결심했고. 재수하는 동안엔 자만에 빠져있어서 망한 답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일반인과 다른 목표를 세웠지만 그 목표에 상응하는 노력은 안 하는 우둔한 놈입니다.


부모님껜 너무 죄송해서. 이런 한심한 놈인 걸 들키는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대학에 합격했다고 속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높은 곳을 가고 싶다며 삼수를 하겠다 선언한 뒤 며칠이 지나 마음 속이 공허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생각과 마음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곳에 적습니다.


그냥 길 가다가 차에 치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던 날도 많았습니다. 종이에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글을 적고 책상에 올려둔 후 ㅈㅅ을 결심한 날도 있었습니다. 노력 안 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나중에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큰 목표를 가진 놈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은 안 하는 게을러터진 나 자신이 너무 싫고 죽이고 싶어서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밖에 나와 공허한 눈으로 담배 하나 피우고 대교로 가려는 그때 "어디니? 점심은 먹었니?" 라는 엄마의 문자 하나에 무너져 이게 뭐하는 짓이지 싶어 홀로 울다가 결국 집으로 다시 들어가 종이를 꾸겨버렸습니다. 그마저도 자기혐오를 하며 난 죽을 용기조차 없는 놈이구나 했습니다.


가끔 집 앞 공원에서 혼자 소주를 까며 이런 나태한 놈으로 태어나게 한 신을 원망했고 겨우 21살에 힘들 나이도 아니면서 외롭고 우울하고 쓸쓸해하고 자기혐오를 하고 겨우 이런 거에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고 이 힘듦을 털어놓을 친구도 있는데 털어놓지 못하는 부끄러운 제 자신을 또 원망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건 난 전혀 잘난 사람이 아니구나. 세상은 나에게 생각보다 큰 관심이 없구나.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구나.







1. 결국 잘해야 되는 건 너 자신이다. 세상에 신은 없다.


한심한 생각 마세요 신은 없습니다. 신이 있다면 이런 한심한 나를 만든 신을 원망하며 나 자신을 탓하지 않고 모든 탓을 신에게 돌리려는 어떤 어리석은 인간 때문에 신은 이미 여러 번 죽었을 겁니다. 신을 믿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이나 믿으세요. 결국 자신이 노력해야하고 성공해야 합니다. 신 따위에 기대는 한심한 저처럼 되진 마십시요.



2. 세상은 생각보다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주변 시선 신경 쓰지 마세요. 인생의 운전대는 당신이 잡는 거지 부모가 잡는 게 아닙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당신의 노력과 비전을 알아주지 않으니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면 그게 옳은 길일 뿐입니다. 묵묵하고 외롭게 혼자 걸어가세요. 굳이 인스타에 당신이 걷는 길을 적어놓진 마시고.



3. 믿을 만한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을 털어놔라.


제 친구들은 제가 밝은 사람인줄 압니다. 8년 친구들 조차도요. 왜냐하면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 많을 겁니다. 털어놓는 순간 내 자신이 만만해 보이고 약점이라도 잡힐 까봐 주변인들에 내 고민과 힘듦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이요. 근데 그렇게 21년을 살아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사무치게 외롭습니다.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거 같은 고립감이 계속 되고 마음 한 쪽에 구멍이 난 사람처럼 속이 공허해집니다. 그렇게 우울증이 와요.

어떤 대학에서 행복에 대해 연구한 자료가 있는데 가장 행복한 집단의 특징이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을 주고 받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4.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이 문장 만든 사람 너무 대단합니다. 이것만큼은 인생을 꿰뚫는 명답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를 할 땐 하나에만 집중합시다. 괜히 이것 챙기고 저것 챙기고 하다보면 시간만 낭비하고 하나는 망하니까요.



5.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뜻대로 되는 거 진짜 단 하나도 없습니다. 너무 개탄스럽습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고, 뜻대로 되는 거 하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가세요 그게 답입니다.

만약 지금 인생이 뜻대로 되는 거 같다면 그건 위기를 앞두고 있는 겁니다. 저처럼 자만해하며 게을리 하지 마시고 겸손해지세요. 세상은 당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한심하고 전혀 특출난 거 없는 21살 청년이 밤에 공허하고 외로워서 끄적인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수 삼수 n수분들 모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을 결심한 당신은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겁니다.

한 번 결심한 거 저처럼 우매한 인간이 되지 마시고

꼭 성공해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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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앵 · 1075347 · 24/02/21 02:30 · MS 2021

    멋져요 언젠간 반드시 빛나실 겁니다

  • 서강대붙을호냥이 · 1270533 · 24/02/21 02:32 · MS 2023

    04년생화이팅

  • 열심히 다닐 서강대생 · 1240021 · 24/02/21 02:32 · MS 2023

  • 오댕2 · 1280585 · 24/02/21 03:27 · MS 2023

    과정은 결과로써 증명하는것이죠 잔인하지만 본인을 계속 채찍질해야합니다

  • 하몰라 · 1284457 · 24/02/22 00:14 · MS 2023

    와 저도 반수 실패해서 삼반수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생각이랑 너무 똑같아서 읽으면서 놀랐어요.. 정말 대학 떨어지면서 제가 얼마나 우둔하고 자만한 인간이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 삥뽕123 · 1088463 · 24/02/22 03:16 · MS 2021

    공감해주신 것만으로 저한텐 위로가 되네요 삼반수 하신다면 꼭 성공하시길 바래요 재수 실패를 겪으며 느낀 건 앞으로 자만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내면도 조금 바뀐 것 같고.. 뭐든 다 경험이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봐요 그럼에도 그냥 너무 힘드네요 이번 삼수는 제대로 화이팅 해보려구요 님도 힘내요

  • 용녀 · 1271675 · 24/03/04 03:20 · MS 2023

    저랑 상황도 너무 비슷하고 작성자분이 내신 용기가 너무 멋져보여요 저도 삼수 시작해야 하는데 사실 더 이상 저를 못믿겠어서 아직 다짐할 용기를 못내는것같아요 성공하실겁니다 응원할게요
    글 읽다가 눈물 흘렸네요 괜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