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2외않헤 [1006045] · MS 2020 · 쪽지

2024-02-17 11:12:13
조회수 2,971

고별 // 노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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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에게 찬사와 꽃다발을 던지고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주던 인사들

오늘은 멸시의 눈초리로 혹은 무심히 내 앞을 지나쳐 버린다.

 

청춘을 바친 이 땅

오늘 내 머리에는 용수가 씌워졌다.

 

고도에라도 좋으니 차라리 머언 곳으로

나를 보내다오

뱃사공은 나와 방언이 달라도 좋다.

 

내가 떠나면

정든 책상은 고물상이 업어 갈 것이고

아끼던 책들은 천덕꾼이가 되어 장터로 나갈게다.

 

나와 친하던 이들, 또 나를 시기하던 이들

잔을 들어라 그대들과 나 사이에

마지막 작별의 잔을 높이 들자.

 

우정이라는 것, 또 신의라는 것,

이것은 다 어디 있는 것이냐

생쥐에게나 뜯어먹게 던져 주어라.

 

온갖 화근이었던 이름 석 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바다에 던져 버리련다.

나를 어디 떨어진 섬으로 멀리멀리 보내다오.

 

눈물어린 얼굴을 돌이키고

나는 이곳을 떠나련다.

개 짖는 마을들아

닭이 새벽을 알리는 촌가들아

잘 있거라.

 

별이 있고

하늘이 있고

거기 자유가 닫혀지지 않는 곳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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