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리어스 [563975] · MS 2015 · 쪽지

2015-10-28 23:07:25
조회수 622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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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눈팅만하다 처음으로 오르비에 글을 써보네요

서론을 펴면 전 평범한 집안에 사는 평범한 현역 고3 수험생입니다.
중학교때까지는 부모님 속도 많이 썩이고 사고도 자주 치고 다녔던 소위 말하는 양아치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고1때까진 사고는 안쳤지만 학교때처럼 생활했습니다 놀고 놀고 또 놀고.... 성적? 당연히 개판이었습니다 내신이든 모의고사든 평균 5~6정도?
그렇게 고1을 보내고 겨울방학이 시작되기전 우연히 늦은 시간에 부모님이 둘이 이야기하시는 내용을 들었습니다(제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그 후로 맘을 고쳐잡고 부모님이 제 걱정안하시게, 지금까지 해주신 모든 것들 최대한 갚아드리려고 제 나름 최선을 다해 고2시절을 공부하며 생활했습니다. 나름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가 괜찮았던건지 고2를 마치고 올해가 되어 3월에 봤던 학평에서 국a수b영화1지1 순으로 12222라는 받아본적 없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이렇게만 하자 하고 작년 페이스대로 공부해 나가는데 때마침 그 시기에 외삼촌께서 일 때문에 잠시 저희 집에서 묵으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슬럼프가 시작되었죠
3월 학평이 끝나고 성적이 나온 후에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평상시처럼 저녁을 먹기전에 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어머니보다 삼촌이 일찍 들어오셨는데, 대뜸
"넌 어느 대학 가고 싶냐?"
라고 질문을 던지시더군요 그래서 전 평상시 갖고 있던 생각대로
"아 저는 과를 먼저 정해서 대학은 점수 맞춰서 가려고요"
라고 대답해 드렸는데 거기서 삼촌께서
"니가 그러니깐 발전이 없는거야"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초등학생 이후론 단 한 번도 뵙지 못한 삼촌이 그렇게 말을 하시니 당시의 저로써는 다른 감정이 들어올 여지가 없더라구요. 그러고 삼촌과의 대화는 제 침묵으로 끝이나고 전 잠시후에 들어오신 어머니와 같이 저녁을 먹고 그냥 평소처럼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때마침 그날 컨디션의 문제였을진 모르겠는데 문제집의 문제가 거의 다 안풀리기 시작하니 삼촌의 말이 계속 떠오르면서
'아 정말인가? 내가 맞다고 생각하며 걸었던 길이 다 틀린 길이었나?'
거의 저런 생각만하고 그때부터 자신감도 잃고 멘탈도 제대로 추슬러지지 않았고 어영부영, 공부를 제대로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작년의 반도 안했던것 같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6월을 보고 받아든 성적표는 위와 같은 순서로 24333 이었고 거기서 제 자신감은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러고는
'정말 내가 틀렸구나'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자 공부가 더욱더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그리고 9월에는 14324 의 성적을 받으니 너무 무서워지더라고요(심지어 지학은 1점만 더나갔어도 5였고요).
그후로 펜을 잡으면 너무 무서워서, 부모님한테 내가 아무것도 못해드릴것 같아서, 이대로 낙오될 것 같아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글자도 눈에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러다가 오르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요.
결론적으로, 제가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질문은 제가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입니다. 정말 요즘 미칠 것 같고 무섭고 잠도 설치다가 감기같은 걸로 받아온 약에 들어있는 수면제를 먹으면서 잠에 드는데 이러니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니네요.. 지금도 한글자라도 더 봐야하는데 이 글을 쓰면서도 저도 제가 답답합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 남은 2주라도 다시 달려볼 수 있게 저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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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Bom · 584942 · 15/10/28 23:10 · MS 2015

    12222 가 나올 정도면 님 양아치아님 혼자서 양아치라생각하신듯

  • 옐리어스 · 563975 · 15/10/28 23:17 · MS 2015

    ㅋㅋㅋ.. 감사합니다 중학교땐 제가봐도 쓰레기같이 살았어서 그런 표현밖에 생각이 안났네요ㅎ..

  • jjjjjjjjjjjjjj · 591494 · 15/10/28 23:10 · MS 2015

    끝까지 열심히 하셔야해요 가능성이 있는데 놓으시면안돼요. 자신없어도 그냥 계속 공부하세요 딴생각들틈없게요

  • 옐리어스 · 563975 · 15/10/28 23:18 · MS 2015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게 맘처럼 잘 안되네요..ㅎ 하지만 님 말대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 코드킴 · 537476 · 15/10/28 23:27 · MS 2014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공부하지 마세요. 결국엔 부모님도 타인입니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 옐리어스 · 563975 · 15/11/12 21:23 · MS 2015

    오르비를 잠시 지웠어서 이제야 보게됐네요 ㅋㅋ.. 바로 그런 생각이 바뀌진 않겠지만 그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 집독재생 · 577708 · 15/10/28 23:28 · MS 2015

    음 들으면 기분나쁘실수 있는데 재수하는 거 너무 꺼려하지마세요. 차라리 그런 멘탈로 수능봐서 (님기준)생각도 못했던 대학교가느니 재수해서 다시한번 정신 가다듬고 시험보는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성적도 오르고. 저도 님 반대로 고3때 부모님압박의 스트레스이 엄청 심해서 걍 공부 놓고 수능망치고 재수했는데 후회는 안해요.(개인적으로 집독재하는데 거의 힘들지도 않았어요) 뭐 물론 남은 기간 공부해보고 수능 열심히 쳐봐야알겠지만요.

  • 옐리어스 · 563975 · 15/11/12 21:25 · MS 2015

    네 감사합니다 수능 영어에서 시원하게 말아버렸습니다 결국 터졌네요 조언 감사히 받았습니다!

  • 화과자 · 413049 · 15/10/30 20:03

    저는 삼촌한테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물어봤을거같네요

  • 옐리어스 · 563975 · 15/11/12 21:29 · MS 2015

    물어보려곤 했는데 이제 그냥 남으로 취급하기로 했고 괜히 물고늘어지는게 제가보기엔 핑계대는거 같고 구질구질할거 같아서 그냥 안물어봤어요 ㅋㅋ 멘탈관리못한 제 잘못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