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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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봉직의 선생님과 전공의 선생님이 많은 질문도 받아주시고,
저도 평소 이런 저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질문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면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하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뭐냐?
'의대를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의사가 되느냐 다른 길을 걷느냐라는
인생의 큰 선택지를 고르게 되는 거고,
그 뒤의 고민은 거기에서 가지치기 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른 선생님들도 말하시는 것처럼
'학교 출신'이나 '전공과목'은
'의사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훨씬 사소한 문제입니다.
일단 의사 면허를 따면 '학교'나 '전공 과목'과 상관 없이 의사로서
허가된 의료 행위를 다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해당 의료 행위를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느냐의 문제이므로
부차적인 문제라는 겁니다.
'학교' 중 가장 유리한 것은 서울대 의대입니다.
왜냐면 본교 TO도 많고, 타교 병원 가는 길도 넓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 외 대부분의 의대는 본교에 남느냐의 문제고
타교 병원 가는 길이 좁을 뿐더러 본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서울 또는 유리한 위치' '수험생이 알 정도로 많은 전공의 TO' '전액 장학금'같은
눈에 띄는 장점을 제공하는 의과 대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대는
정말 대동소이한 조건입니다.
위에 말했듯이 의사냐 아니냐가 중요한거지 의사끼리 대학 서열 정해놓고
내 학교가 저 학교보다 수능 점수 더 높았으니 더 높다 이런 의미 없는 판단은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비슷한 지방의대 몇개 얘기하시면서 어디 가는 게 좋냐고 물어도
거기에 대한 답을 해드리기 정말 곤란합니다.)
전공 과목이요?
물론 TO 많은 학교 가면 유리하기야 하겠지만, 결국 인기과 정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기과는 항상 바뀝니다.
제가 의대 막 입학했을 때는 이비인후과가 최고 인기과 중 하나였고
정신과나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정재영)는 비인기과 였습니다.
그러다가 레지던트 할 때는 이비인후과가 추락하고 정재영이 인기를 끌었죠.
레지던트 끝나고 보니 인기는 그 사이 바뀌었습니다.
전통적인 인기과인 안과나 한창 올랐던 정신과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내과는 기피과로 변해버렸습니다.
반면 레지던트 할 때 아무나 쓰라고 하던 소아과나 응급의학과가 인기과가 되었고
존재감조차 없던 직업환경의학과가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올랐죠.
입학할 쯤부터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인기 상위권과로 꾸준히 이름 올렸던 과는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과거 20, 30년 까지 확대하면 꾸준히 사랑 받던 과는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수험생이 의대 내 전공과목 고민하는 것은
'아무 쓸모 없는 일' 입니다.
어차피 전공과목 정할 (빨라도) 7년 뒤에는 인기과 순위가 지금과는 완전히 바뀌었을 겁니다.
본과 3,4학년 병원 실습 돌고 인턴 때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지금 가는 의대가 병원 TO가 너무 없어서 원하는 전공 못할 것 같다고요?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 좋게 받으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인기과 입성 가능합니다.
힘들긴 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공보의 과정 오면서 느낀 건데
의사가 되는 과정 중 몇 가지 선택지 결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1. 의대를 가느냐 마느냐
2. 어느 의대를 가느냐
3. (남자라면) 군대를 언제 가느냐
4. 수련을 받을 것이냐 받는다면 어느 전공을 선택할 것인가
5. 대학병원에 남을 것이냐 로컬로 나올 것이냐
6. 로컬로 나온다면 개원을 할 것이냐 봉직의를 할 것이냐
1,2번은 여러분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문제고
1,2번과 4번 사이에 6,7년이,
4번과 5,6번 사이에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4번은 의대를 다니면서, 5,6번은 전공의 과정 중 고민해도 되는 문제입니다.
1,2번 중 2번은 결국 여러분의 수능과 내신 점수에 따라서 '결정'될 겁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의대를 가느냐 마느냐'뿐입니다.
이 문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앞으로 인생 진로를 크게 결정할 문제입니다.
꼭 심사 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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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수험생들은 입시에 집중해야죠.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한 치 앞만 바라보고.
내과가 기피과가 된건 진짜 개막장 ㅜㅜ 정말 내과만은 꾸준할줄 알았는데
이 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기 기웃거리지말고 가서 시험공부나해라 이거죠
가난할수록 의대가라 vs 가난하면 의대가서 힘들다
어떤게 좀더 맞는말인가요? 후자라면 어떤점에서 그런건가요...?
가난하면 뭘 하든 그만큼 disadvantage를 얻고 가는 겁니다.
그 관점에서 바라보세요.
현실에 충실하라 - 죽은시인의사회
미리 걱정하는건 시간 낭비라는 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