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발문을 정확히 보는 것의 중요성 (우언 42번에 관한 질문 답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6793450
으아아 답변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지다보니 글자 수 제한이 걸려서 글로 쓸게요!! 질문하신 분 꼭 봐주세요!!
혹시 같이 따라오고 싶으신 분들은 21학년도 9모 42번을 펴주시면 됩니다!
질문자 님의 정확한 신상은 밝히지 않겠지만 국어 관련된 칼럼도 쓰시고 평소에 국어를 굉장히 잘하시는 분 같습니다. 그런데 쪽지로 갑자기 저한테 이 문제 3번 선지가 맞다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줄 수 있냐고 여쭤보셔서 쓰게 된 글입니다. 괜히 쪽지가 오면 무서워서 심장이 두근대요. 질문자 님이 궁금하신 내용은 3번 선지의 화자와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교되는지, 어딜봐서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파악하신 건지를 한참동안 고민하셔도 억지 끼워맞추기는 가능해도 확신이 안 서신다고 했습니다.
그럼 저랑 독해하러 한 번 가볼까요?
우선 (다) 지문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보겠습니다.
1문단. 생활 공간 (산림 <-> 시정)에서 추구하는 가치 (명리 <-> 은거)에 따른 사람들의 부끄러움 그리고 즐거움의 대소를 묘사하였습니다.
2문단. 그러나 정도의 차이와는 상관 없이 화자에겐 즐거움은 즐거움이고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입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을 보니 큰 부끄러움(산림 + 명리)을 가진 사람을 절반, 작은 부끄러움(시정 + 명리)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큰 즐거움(산림 + 은거)을 가진 사람은 백에 서넛, 작은 즐거움(시정 + 은거)를 가진 사람은 백의 하나 있거나 전부 없다고 합니다.
3문단. 시정에서 은거하는 화자는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자이고 이런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다)에 대한 3번 선지가 맞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물어보셔서 거기에 대한 해설만 하겠습니다.
우선 질문자 님께서는 3문단을 근거로 붙이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거 같아서 없다고 생각하고 적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1, 2문단에서 답을 다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1번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1문단에서 상대적 기준에 따라 부끄러움과 즐거움의 정도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2번 3번이 관건일 것 같은데 이에 관해선 여러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 정석 풀이 : 우선 발문을 먼저 확인하시면 ’a를 바탕으로‘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a는 내면과 외부세계의 관계를 통해 시를 파악하는 내용입니다. 즉 세상 사람들이라는 말은 외부 세계, 자신의 가치관은 내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화자 자신의 생각은 즐거움과 부끄러움에는 정도가 없다는 것이지만 외부 세계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외부 세계는 처소, 가치에 따라 크고 작음을 나눈다고 했습나다. 화자는 그런 기준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봅니다. 화자: 작은 즐거움의 가치 = 큰 즐거움의 가치, 세상의 상황: 작은 즐거움을 가진 사람의 수 < 큰 즐거움을 가진 사람의 수 화자는 이를 종합해 보고 작은 즐거움이 훨씬 가지기 힘드므로 참으로 높다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입니다. 보름달빵과 포켓몬빵이 둘 다 5천원이라고 하더라도 포켓몬빵은 훨씬 희귀하기에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는 화자의 생각과 외부 세계를 비교,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면 (가)를 통해 완벽해결이 가능합니다. 찬찬히 읽어보시면 어떤 범주에서도 전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a
1. 문법적 분석 : 화자는 2문단 시작에서, 자신에겐 크던 작던 즐거움은 즐거움이고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1문단의 내용인 상대적 기준으로 즐거움과 부끄러움의 대소를 비교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문단에서 화자가 ~이다 같은 단정적 어조를 사용한 걸 근거로 하여 1문단의 내용은 보통의 생각 즉,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라고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이러한 통념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여 자신에게는 모든 즐거움은 다 같은 즐거움이니, 크던 작던 결과가 같으므로 누리는 사람이 적은 ‘작은 즐거움’이 제일 귀한 거구나 라는 인식을 내립니다. 이는 자신의 가치관을 근거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2. 맥락적 분석 : 1문단을 보시면 ‘큰 즐거움’과 ‘작은 즐거움’이 나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큰 즐거움’을 추구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삶의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큰 즐거움’을 추구하는게 올바르다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만의 가치관인 ‘즐거움은 모두 같은 정도이다.’ 를 통하여 큰 즐거움을 추구하던 작은 즐거움을 추구하던 같은 결과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훨씬 적으니, 그게 더 귀한 것이다. 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파악합니다.
3. 논리적 분석 : (다)의 글에선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가장 적다는 것을 근거로 작은 즐거움이 제일 좋다는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었습니다. (다)의 글 1문단과 2문단은 같은 대상인 즐거움과 부끄러움에 대해 질적 범주 내에서 유무, 대소(크다, 작다와 있다, 없다)의 서로 다른 결론을 내고 있으므로 비교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문단과 2문단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일텐데, 발문에 a를 바탕으로 라고 하였으므로 우리가 고려할 건 객체와 객체의 관계가 아닌, 화자와 외부세계의 관계만 고려하면 되므로 1문단은 외부세계, 2문단은 화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자 님께서는 정말 정확한 논리적인 이해가 필요하셨던 걸 보니, 평소에도 국어를 잘하시던 분 같은데 발문을 체크하시지 못해서 비교, 새로운 같은 단어에 너무 집중하면서 다른 걸 못 보게 된 게 3번에서 갈피를 못 잡으신 이유 같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교훈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독해를 잘해도 발문은 꼭 확인하자’ 입니다!!
이처럼 문학도 모든 발문이 논리적으로 규명 가능합니다. 그걸 꼭 해야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공부할 땐 정확한 게 좋잖아요! 감으로 풀다간 성적도 감각적일 수 있답니다 ㅎ.ㅎ
짧지만 오늘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감사해요!!
0 XDK (+1,000)
-
1,000
-
토탈리콜 하고 싶다... 호훈 도와줘!!!
-
나중에 9모끝나고 또 9월분석 우기분이 따로 나오는건가요?
-
솔직히 욕을 써도 별로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긴 해요 ㅋㅋ 정확히...
-
반수 4주차 기록 국어 21, 27틀 수학 28, 30틀 영어 30틀 생명 8,...
-
Bending 0
-
11시간 이상 공부. 나는 할 수 있다.
-
오늘도 돌아온 애니추천 55
추천받으면 진짜로 볼 사람들은 댓글로 ㄱㄱ (장르도 같이)
-
별 5개는 잘풀었는데 별 4개가 안풀리네 허허
-
반수 멘탈이슈… 10
불안함 + 속 메스꺼움 + 부정적 생각 이게 3종세트로 하루종일 지속되는 중임 저...
-
작수 93 95 2 95 87이고 6모 99 91 2 99 99 입니다....
-
태현이 원래 너네같은 국어황들보면 화를 주체못하던친구였다. 그런데 얼마전 자기...
-
인서울 가능한가요? 1-1 3.2 1-2 2.8 2-1 2.1 문과인데 어디까지 갈...
-
실모 케이스 하나 살까 하다가 메가스터디 택배 봉투가 짱짱하길래 그 위에 종이 봉투 붙여서 완성함
-
2020년 공공의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의사들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
국어 실모 1회분 단어 200개 물2 n제 1강 믿어봐 문장 강의듣기 수1 드릴...
-
데스크알바 한분이 너무 귀엽습니다 그냥 남자를 쓰시던지 평범한여자분을 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ㅠㅠㅠㅠㅠㅠ
-
X신인가
-
월즈도 기본 결승이었고 msi는 항상 뼈아팠고 올해는 진짜 안좋아보인다.........
-
학교에 대한 현타가 불안증세 비슷하게 번져서 여길 떠야겠다… 싶어서 반수 시작한건데...
-
커튼으로 된 개인실인데 실모랑 책들 훔치진 않겠지..?
-
너무 어그로를 많이 끌었나...?
-
오늘은 크림파이다 27
오늘의 야식은 이거..
-
ㄹㅇ 필요한데 사긴 돈이 아깝고
-
자는 시간 빼고는 폰 계속했어요
-
유니유니야
-
오늘할거 5
밀린애니 정주행하기 그런의미러 애니추천좀…
-
미적 설맞이 이해원s2 수2진행중 피지컬n제 미적 숏컷 미적 문해전 s2미적or...
-
하지만 라프텔 뽕 뽑아서 오히려 좋다 나는야 현명한 소비자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작년에 7월부터 강대k 들었는데 9월 말~ 11월이 특히 좋았어서 올해도 파이널때...
-
ㅈㄱㄴ
-
미적때매 재수할 거같아서 재수안할려면 남은 기간 미적 n제 5권 푼다 너가 이기나...
-
하기 빡센가요?
-
하늘이 여섯쪽 나도 cc는 절대 안뜨겠죠?
-
나 사랑해주는 사람 마음 긁는거만큼 쓰레기인 짓이 없구나 남은 인생 효도하면서 살아야지
-
야구 끊습니다 12
롯데 꼬라지 보니 올해도 글러먹었음
-
덕코 루팡이죠
-
심특,문해전s1했고 확통 6모 원점92 7모(집) 원점 92 나옴요 설맞이 빅포텐2...
-
국어 4 1
지금 시기에 뭐하면 좋을까요.. 6모 4 7모 3입니다ㅣ
-
하............ 요즘 공부하는데 자꾸만 후회와 아쉬움이 남네요. 정시를...
-
푸는데 문제가 유독 쉬운거같은데
-
너무 벨붕인가
-
현역 국어 언매 2~3 등급 뜨는 허순데 항상 푼거 정답률은 괜찮은데 시간 관리가...
-
현역 23수능 55255 재수 24수능 22222 평백(94) 정도로 현재 성균관대...
-
하루치 시간 재고 푸니까 1-2개씩 나가는데. ㅋㅋ 공통 미적 해서 하루 3일분 함…
-
뭔가될거같기도하고
-
지난 토요일/일요일에 자료를 신청한 학생들에게내일,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별...
-
효율 측면에서 여기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심? 요즘 저도 엄청 고민중 실모많이...
![](https://s3.orbi.kr/data/emoticons/rabong/018.png)
국어황 태루개인적으로는 (가)의 “보기”부분과 잘 엮어서 보는게 제일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비를 통한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나오니 3번 선지는 충분히 허용가능하다고 봤고요!
저랑 비슷한 생각이긴 것 같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6.gif)
아마 문학은 발문을 넘어가기 쉽기도 하고 지문에 같이 나오니까 붙여읽기가 힘들었던 거 같네요 ㅠㅅㅠ저도 글 항상 잘 챙겨보고 있어요!! 늘 화이팅이에요!!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