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생 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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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고민되고 심란해서 글 남깁니다.
예비고3 06년생이고 서울 4대외고 중 한 곳 다닙니다. 그리고 무조건 연고대가 목표에요 제일 낮은과 아득바득 가더라도요
저희 학교는 외고다 보니 그냥 대놓고 수시학교고 수시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학교잖아요. 그런데 정말 저랑 내신이 너무너무 안맞았습니다.
심화영어, 전공어, 국어 같은 과목에서 너무너무 사소하고 지엽적인걸 달달외우고 누가누가 꼼꼼하나 말장난 가려내나 판별하는 내신은 저와 상극이었고 시험 운도 너무 없었고 슬럼프가 와서 고1땐 공부를 그닥 열심히 안 한 탓도 있고.. 여튼 5점초가 찍힌 제 내신으로는 아무리 저희 학교여도 운 좋아야 경희대 숙대 이대고 연고대는 당연히 어림도 없으니 고2 2학기부터 정시를 생각하고 틀었습니다.
모의고사는 수학 빼고는 다 1등급 뜨고 조금 미끄러지면 2등급 문 열때도 있습니다. 저보다 저희학교에서 내신 잘 나오는 애들 저보다 모고 못보는 애들 많아요. 확실히 전 정시 문제 유형이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동에서 중학생때부터 외고오겠다고 공부했으니 공부 놓지않고 열심히 하는건 자신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선택해놓고서도 자꾸 제 선택이 맞는건지 마음이 힘들어요.
수시를 무조건 하라는 인터넷 글들과 현역정시가 성공하겠냐는 말들 엔수는 필수라는 말들 그리고 수시로 압도적 유리한 외고를 기어와놓고 내 손으로 이 모든걸 포기하는게 맞는건가라는 생각과 고1고2때 개고생해서 전공어나 심화영어, 세특용 활동을 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들...
조언 부탁드립니다... 정말 현역 문과 정시 연고대는 불가능한가요? 외고에서 이러는게 맞을까요? 무조건 연고대에 가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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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나니 제 현역 때 생각이 정말 많이 나네요.
분야는 다르지만 작년 이맘때쯤 제가 예비고3일 때 쓴 고민글에 달린 재수생분의 댓글이 제 고3생활에 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어요. 그래서 저도 제 얘기를 좀 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던 그건 님 몫이에요.
님이 외고를 가기 위해 목동에서 시간을 보냈듯 전 자사고에 가기 위해 대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합격을 해서 잘 다녔어요. 제 내신은 상당히 높았고 실제로 연세대에서 가장 높은 공대인 반도체공학과를 수시로 썼다 최종 면접까지 가서 떨어졌습니다.
내신이 어느정도 높았지만 전 전혀 만족 못했어요. 모의고사가 너무 잘 나왔거든요. 고1 입학 이래 3년 간 고3 9평과 수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시험에서 1등급을 받았습니다. 수능 전 마지막으로 친 모의고사에서 전과목에서 3개를 틀렸어요. 전 꿈이 높은데다 과시하는 걸 정말 좋아해서,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한 것, 유명한 자사고를 나온 것, 자사고에서 꽤 괜찮은 내신을 받은 것, 모의고사가 잘 나오는 것, 매년 학년 대표를 한 것.... 저의 일부분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님이 연고대에 가고 싶은 만큼 무조건 의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3이 시작함과 동시에 제 성에 차지 않는 내신을 전부 버렸습니다. 절대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C가 나오던 말던 정시 핑계를 대며 아무것도 안했어요. "정시로는 의대 갈 수 있어보이는데 내신은 안되잖아. 내신을 왜 챙겨?"
진짜 웃긴 건, 그렇게 버려놓고도 제 내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는 겁니다."아~ㅜ 그래도 내가 쌓은 게 이 정도인데ㅎㅎ ㅜ 버리기 아깝긴 한가? 모르겠당~ 그치만 난 내신보다 모고가 더 잘 나오잖아! BUT? 내가 내신도 그렇게까지 낮진 않다고ㅎㅎ " 딱 이 정도 생각이라 보면 편할 거에요. 제가 좀 저에 맞춰 방정 맞게 썼긴 했지만 님이 생각해도 본문의 님과 겹치는 부분이 있지요?
수시로 충분히 안전한 대학들을 쓸 수 있었어요. 근데 모고에 대한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허용을 안해서, 수시카드 6장 중 면접이 수능 뒤에 있는 연고대 딱 2장만 수시카드를 썼습니다. 수능 전날까지만 해도 수능 만점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최악의 감독교사를 만나서, 그리고 저의 멘탈이 생각보다 좋지 못해서 모든 평정심을 잃고 수능장에서 멘붕이 왔습니다. 상상도 못한 변수로 태어나서 맞아본 적도 없는 등급을 받았어요. 수능 공부를 한지 1년 바로 그 당일이 되어서야 "현장감" 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의대에 갈 정도로 수능을 잘 보고 면접을 보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수능이 끝난 바로 그 당일 연세대 면접을 준비하러 대치동으로 뛰어갔어요.
아무리 못해도 연세대는 갈 것 같았던 제가 중앙대 공대도 안되려나? 빌었습니다.
결국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가게 되었어요. 과도, 학교도, 태어나서 상상도 못해본 이름이에요.
ㅎㅎ 말이 장황하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미래의 님이, 적어도 지금의 님이 수시로 쓸 수 있는 학교보다 높은 곳을 가게 해주리라고 믿지 마세요.
내신을 버리고 정시를 하냐, 내신도 챙기냐. 이거 완전 틀린 문장이에요. 그냥 혹시 모를 일도 준비 하나, 안 하나 그 차이입니다. 전 님이 끝까지 챙겼으면 좋겠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모든 예비고3들의 "내신이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데, 내신을 챙기면 정시 공부할 시간이 없지 않을까?"는 핑계에요. 챙기려면 다 챙길 수 있어요. 고3 생각보다 널널합니다.
내신 챙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고 님이랑 똑같은 고민 해본 사람이 님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시 챙겨서 나쁠 거 하나도 없습니다.
경희대면 나쁘지 않아요. 내신 끝까지 끌고 가세요.
n수 고려하라는 말은 절대 듣지 마시구요. 재수가 할만해보인다는 생각도 절대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신 챙겨요. 수능날 시험지를 2분 빨리 뺏겨서 마킹을 못해 9등급이 뜰지도 모르는 님을 위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 제 이야기가 언제든 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세요.
님은 잘 해내실 겁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댓글이네요... 정성스러운 답변 너무너무 감사해요
사실 저도 이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거든요 하루만에 판가름나는 수능에서 운이 어떻게 작용할진 아무도 모르는거기도 하니까요
수능이 끝나고 저는 딱 한 가지를 후회했어요.....
수능을 못 본 것을 후회하진 않았습니다. 그날 상황은 정말 안 좋았고 다시 그런 환경에 처하면 비슷한 점수를 받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연세대 면접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죽도록 후회되더라구요... ㅠㅠ
제가 위에 주저리 주저리 썼지만 그냥 요약하면 고3때 내신을 조금만 신경써서 챙기자! 요게 전부에요ㅋㅋㅋㅋ
내 하방이 경희대면 마음이 편하니까요. 내가 아무리 못해도 수시로 경희대는 간다고 생각하면 멘탈 관리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여담이지만 좋은 고등학교에서 생기부를 꽤 열심히 챙기신 것 같은데 내용이 괜찮다면 등급이 낮아도 더욱더 희망을 놓지 마세요! 전 고3때 담임 선생님이 심하게 안전빵인 타입이시긴 했지만... 저보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를 쓰라고 하셨어요ㅋㅋㅋㅋ 만약 그렇게 주변 어른들 친구들이 말해주는 것만 듣고 그대로 한양대를 썼으면 전 제 생기부가 연세대 탑 공대도 붙을 수 있는 생기부인지 평생 몰랐을 거에요.... 생각보다 높은 곳을 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불가능한게 어딨음 전 재수해서 오긴했지만 제가 고3때 그만큼 정시공부했으면 고3때 갔겠죠. 현역때 그정도로 절실하게 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