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국과 임관에 대하여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6314789
장학금 수혜 시 졸업 후 군대 7년 임관 조건 때문에 사이버국방학과와 스마트보안학과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 것 같아 재학생으로서 글을 써본다. 보안 상의 이유로 정보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대충 느낌만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졸업 후 7년 임관을 무조건적으로 해야 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학부 재학 기간 4년 동안 받은 전액 장학금을 뱉어내면 남들과 동일하게 의무 복무만 해도 된다. 이 점을 염두해두고 글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임관 문제:
사국은 미래전을 대비하기 위해 사이버 전문사관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국방부 계약학과이다. 근본적으로 사국이 설립될 당시에 군대에서는 사국 졸업생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놓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시스템에 1년에 30명씩 배출되는 인원을 우겨넣어야 했고, 이는 현재 발생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능력치가 높은 졸업생들을 군대에 보내놓았더니, 막상 이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전공과 실력에 맞지 않는 단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부대와 상급자에 따라 대우가 천차만별이니 운이 좋은 사람들은 조용히 군 생활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국방부와 사국 학부 사이의 교류가 원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사국 재학생은 군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재학생은 오로지 선배들을 통해 얻는 정보에 의존하여 졸업 후 7년의 거취를 결정해야 했고, 불확실함과 정보의 부족 때문에 임관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반대로, 비전을 가지고 임관을 한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낙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관률의 급격한 하락에 따라 국방부 차관 간담회가 얼마 전에 진행되었고, 인사의 개선과 군-학 협력에 대한 안건이 다루어졌다. 학부생 때 프로젝트 형식으로 군대 업무를 미리 체험하고 자신이 군대에서 맡을 구체적인 기술 분야를 정한 후 임관을 한다면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고, 이에 따라 임관률이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사국이 설립된지 10년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까지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본인은 원래 임관 생각이 전무했는데, 간담회를 기점으로 약간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 졸업하기 전에 군대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임관 여부를 다시 한 번 고민할 것 같다.
임관 후의 진로:
1기 선배들이 얼마 전에 전역했는데, 삼성 가는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복무한 기간만큼 경력을 인정받는다. 삼성 이외로도 다들 잘 가신 것 같다.
임관 이외의 문제:
군의 입장에서 매년 일정한 수의 졸업생을 받아야 하므로 몸이 아프거나 교환 학생을 가지 않는 이상 휴학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학교 4년을 스트레이트로 다녀야 한다. 남들에 비해 대학 생활이 짧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삶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항상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동기들끼리 항상 '휴학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일반적인 휴학에는 군 휴학도 포함된다. 남자가 임관을 하지 않을 경우, 졸업 후에 의무 복무를 해결해야 한다. 전문연, 전문직, 소프트웨어 특기병 등 다양한 선택지를 알아봐야 한다. 일부 사기업 중에 1.5년 군대를 기다려주는 곳도 있다. 미필인 기간이 길다 보니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무조건 스보를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직까지는 사국이 스보에 비해 학생들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일부 사국 전공과 스보 전공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 배우는 학년은 사국이 1년 더 빠르다. 졸업학점이 150학점으로 상당히 많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전공과목을 속성으로 수강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정원이 30명인 소수과이다 보니 높은 입결과 30%가량 되는 과고,영재고/해킹특기자 출신 비율이 과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국제 해킹 대회 실적을 봤을 때 고대 정보보호학부 동아리 cykor와 카이스트 동아리 gon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고, cykor 실력자 대부분은 사국 소속이다. 스보 학생들도 사국 학생들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받지만, 그래도 사국 선후배 사이의 커넥션이 사국 학생의 실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앞으로 입결이 뒤바뀌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자신이 보안에 관심이 없거나 적성에 맞지 않을 상황을 고려한다면 컴과 혹은 전전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 수업을 듣고 싶다면 타 과를 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다. 다만, 전공과 별개로 스스로 관심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국에서도 해킹 이외의 분야에 전문적인 학생들이 많고, 각자 하기에 따라 달렸다. 컴과와 사국의 가장 큰 차이는 오히려 학생 수에 있는 것 같다. 사국 학생들은 소수 집단으로 결속력이 강하고, 컴과의 경우는 다양한 사람들은 만나거나 반대로 과 생활에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장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서울에서 학업과 대학생 라이프의 균형을 추구하고, 엘리트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면 사국을 적극 추천한다. 나름 특수 과라 고대 안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학 생활이고 뭐고 학업이 가장 중요하다면 카이스트로 가라. 쓰다 보니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써도 되나 싶기는 한데, 문제가 된다면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을까. 재학생의 입장에서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글이 잘 읽힐지는 모르겠는데,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번에 화학1에 관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을 위해 개념서 겸 문제풀이 책 한...
군필의 경우에 임관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군필은 장학금 뱉어내면 끝입니다! 따로 뭐 없어요. 여자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1. 군필임이 면접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요?
2. 사국에 군필 입학자가 있는 편인가요?
일단 군 관련 질문은 잘 답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군필 신분 자체가 메리트가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한 학번에 0~1명 정도 들어옵니다. 군필은 아니더라도 장수생은 꾸준히 들어와 연령대가 다양하고, 적응하는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시 면접과 체력 시험 영향 크나요?
저는 수시여서 직접적으로 아는 건 없지만, 수능 한 문제 정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 체력 시험 잘 보면 은근 눈도장 찍힌다고 합니다.
체력/면접 점수 평균이면 영향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체력(국민체력100으로 23년 모집부터 바뀜)인증 만점 미만, 면접을 못 본 경우 영향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23년, 24년 정시 수능 점수 기준 중상위권이 중하위권과 총점(체력+면접)기준 순위가 섞이는 결과가 진학사 과거 모의지원자/실제합격자 분포에 나타납니다. 즉 23, 24년 펑크로 보이는 점수가 입결 하락 경향 + 국민체력100/면접에서 합격 순위 역전에 일부 기인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22년까지는 수능점수 순서가 그대로 최초합/예비/탈락.
혹시 에리카 국방정보공학과도 등록금 뱉어내면 임관 안해도 되는지 아시나요?ㅠ
글쎄요... 찾아보니 에리카 국방정보공학과는 해군 계약학과라고 되어있네요. 사국은 국방부 계약학과라 차이점이 많을 것 같아요. 해당 학과 행정실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아요
넵 감사합니다
혹시 나이 디메릿이 큰가요? 제가 지원가능나이 경계에 위치한 나이라..
사국 고민중에 있습니다 정시로 들어갔을때 특기가 없을경우 수업따라가는게 많이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