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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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저번에 수학 관련 칼럼 주제 추천 받아서, 되도록이면 요청해주신 것들 많이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수학 공부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 그 중에서 특히
'왜 나는 열심히 했는데 수학 실력에 발전이 없지?'
라는 주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메가스터디 큐브 찜수가 3400명인데, 2020년부터 정말 많은 학생분에게 수학 공부법 상담을 해드렸어요
제 나름대로 조언도 많이 드리고는 했지만,
사실 질문하는 내용들을 보면 이 친구는 수학에서 무너지겠구나 아니구나가 확 보여요.
왜냐하면 질문 속에서 그 학생이 무엇에 포커스를 두고 얘기하는 지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엉뚱한 곳에 포커스를 두고, 그게 자신이 수학을 잘하게 될 열쇠라고 여기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오늘은 다년간 수학 상담을 해보면서 느낀 '수학 실력이 늘지 않을 학생들의 특징'과,
그에 대비되는 수학 상위권 학생들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1. 기출 공부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만의 언어로 자신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수학공부 학습상담을 하며,
'기출 다 보았는데도 3, 4등급이 나와요 ㅠㅠ'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런 질문하는 학생에게, 저는 기출문제 3개 정도(공통 12번 13번 정도 난이도) 바로 캡처해서 가져옵니다.
그 문제 3개 설명해보라고요.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4등급 정도 나왔다는 학생은 아무 설명도 못하고요....(A)
3등급 정도 나왔다는 학생은 풀이를 얘기하나, 기억에 의존하는, 외워서 온 티가 납니다....(B)
(A) 케이스는 뭐 당연히 문제고요, (B)의 케이스는 무엇이 문제냐면
새로운 문제를 풀 때, 문제풀이 한 스텝 한 스텝 밟을 때마다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외워서 온 풀이를 따라가는 것은, 그 문제에 한해서는 매우 쉽습니다.
남의 언어로 적힌 풀이(이정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되니까요.
다만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어느 길(풀이)로 가야할 지 갈팡질팡해합니다.
어떤 길(풀이)을 따라가도 확신이 없는 채로, 이정표가 없으니 계속 해맵니다.
저는 여기서 언급한 '확신'이라는 것이 수학 상위권으로 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상위권 학생의 경우, 문제를 풀이할 때 매 단계마다 풀이 논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어 나갑니다.
이 경우, 계산 실수가 발생해도 논리에 대한 오류가 아님은 분명하니, 확신을 가지고 이어간 매 단계 중에서
어느 단계에서 실수가 일어났는지 바로 자가 파악이 가능합니다.
상위권이 아닌 학생들은,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로 영영 해맵니다.
해매다보면 계산 실수도 자주 일어나죠.
그러다가 시험 끝나고 해설(남의 언어로 쓴 풀이)을 보고서 '아, 이거 쉬운 거였는데 내가 계산실수로 틀렸구나'
라고 자가진단한 채로 끝냅니다. 그러니 발전이 없죠.
기출 공부의 의의는, 풀이과정 한 순간 한 순간마다 확신이 쌓여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질문하실 수도 있는 내용이
'확신이라는 것을 가지고 못 가지고의 기준이 무엇이냐?'
일 것 같은데,
'본인만의 언어로 문제의 매 단계 단계마다를 근거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 아니냐'
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근거'는 문제풀이 경험으로 쌓아가야 하는 부분이죠.
제가 자신있게 주장하는 내용인데,
앞서 얘기했듯이 '본인만의 언어로 근거있게 기출들을 설명할 수 있다'면
진짜 적어도 2등급 초반은 나옵니다. 1등급도 충분히 가능해요
2. 공부를 통해 얻는 지식, 경험보다 공부라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한다.
진짜로 많이 본 케이스가
'~~~수업 들으면 2등급 가능해요?' 부터 시작해서
'하루 수학 5시간 하면 1등급 나오겠죠?'
'요새 N제 중에 ~~~가 인기많던데 이거 풀면 1등급 가능할까요?'
한 마디로 '행위'에만 집착하고,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특히 제가 지적하고 싶은 케이스가 두 가지 있습니다.
1) 공부 계획을 시간 단위로 세우는 학생
예를 들어 오늘 수학 7시간 할거다, 이런 식으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
보통 이런 학생들은 '공부 시간 자체를 증표'로 봅니다.
자기는 열심히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증표로서 남에게 자랑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공격에 대한 방패로서 기능합니다.
공부량은 시간에 절대적으로 비례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진득하게 공부한다면 하루 4~5시간도 많이 한 거에요
(전 하루 순공 4시간 넘어간 적이 없어요)
효율이 중요하다는 것이 첫 째 핵심이고,
애초에 본인이 모르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니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요.
시간으로 따지지 말고, 본인이 얼마나 얻어가는 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2) 오답노트 쓰는 학생
제발 쓰지 마세요.
오답 노트에 모든 풀이과정 적고, 시간만 계속 소비하면서
정작 공부 내용을 본인의 머릿속보다는 오답노트에 옮겨적는 어리석은 행위는 그만 두세요
오답노트는 자기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표정도밖에 안됩니다.
아, 공부도 아니고 '노동했다'정도네요
차라리 중요한 발상만 따로 정리하는 노트를 만드시는게 몇천배는 도움됩니다.
3. 스킬에 대한 집착이 큼
이건 그나마 2후반~3등급 정도의, '어느 정도 공부는 해본' 학생들에 대한 내용이에요.
상위권이나 극상위권의 학생들은 대치동 어둠의 비밀병기인 n축, 거리곱 등등 무지막지한 스킬들 적용해서
시간이 절약되고 그래서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수학이 탐구과목도 아니고
특정 스킬들을 많이 적용하면 할수록 시간이 크게 절약된다?
애초에 아낀다고 해도 100분이라는 시간 중 잘 춰줘야 2~3분 정도 아끼겠네요.
애초에 수학은 시간이 부족한 시험이 아닙니다.
매 순간순간마다 올바른 스탭을 밟는다면 60분 남짓 걸립니다.
저는 앞서 언급한 n축이나 거리곱 이런 거가
그냥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 그리고 일정 수준의 직관 등을 길러준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극복못할 격차를 만든다던가, 절대적인 시간적 우위를 불러일으킨다고 보지 않아요.
스킬들은 그냥 직관 기르는 정도로만 쓰시는 것이 맞고, 큰 환상을 갖지는 마세요.
생각이 나는 경우가 더 있는데,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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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의 되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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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일정도 남은기간 공부량좀 괜찮은지 평가해주세요. 0
이정도면 남은기간 과목별 공부량 괜찮나요? 수학:10개년 6 9 10 수능+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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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생각하시나요?제가 예민한건지 뭔지 그냥 짜증나네요그냥 친구관계는 냅둬야되나요?
일단 좋아요부터 누르고 보겠습니다..
그쪽도 큐브마스터 칼럼러 xxx를 아세요?
큐브 제 1차 실모대전 모르세요?
몰라요……
설명 가능하나요…?
지인선 님은 아시는 내용이에요!
아 내가 첫 좋아요다!
오답노트 쓸까 고민했는데
발상노트 써야겠다
역시 믿고 보는 인선 누나 칼럼
92점~100점의구간은 당해년도의 운도 따르나요? 올수능 22 28을보고 그걸 좀 느낀것같아서
어느 정도의 운을 따른다고 저는 봅니다.
사실 저는 수능의 어느 시험이든지 '고정 100'은 있을 수 없다고 봐요.(저도 사설 실모 틀립니다. 대부분 계산 실수지만..)
그리고 올해 수능 수학 100점 맞은 학생이, 다른 시험에서도 무조건 100이었을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운 입니다.
그 '어느 정도'의 운을 얻지 못해도,
수능 수학은 충분히 극복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회의주의에 빠지시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ㅠ
넵 일단 96선에서 무너지진 않게 노럭해야겠죠 감사합니다
님은 운이라니까
2999 ㄷㄷ
빨테까지 한걸음!
빨테달성하셨네요 ㄷㄷ
팔로워 3천 만들어드림
감사해요!
매우 공감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발상에 대한 정리라는게 무슨 의미인지요...?
작년에 오답노트 하고도 공부했다는 느낌을 못느껴서...당연한 것이었네요...
저는 진짜 크게는 두가지 정도로 보고 있어요
1)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에 대해, 당연히 했어야 마땅할 해석
이 부분은 비교적 수학 실력을 키우는 초반 단계의 학생들이 해야할 부분이고
2) 수능에 필연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표현, 디자인에 대한 자세
이 부분은 비교적 상위권에 다다른 학생들이 해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2)에서 제가 자세라고 얘기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수능에서는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표현이 핵심인 문제가 15 22 30 정도에 등장합니다.
이 표현을 미리 예상해서 문제로 내고, 그 문제를 기억해두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실모나 N제 문제들을 풀면서, 새로운 표현에 당황하지 않고, 시도해볼만한 자세나 태도에 대한 스스로의 교정? 이런 것들도 발상으로 적을만 하죠
오답노트는 진짜 ㅋㅋ 그냥 반성문이지
어떠한 발상을 못떠올려서 접근을 못했는지 이런 생각이 훨씬 도움됨
덕코 주세요
오답노트 저도 진짜 싫어하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비효율+비생산의 끝판왕...
이번 모의고사에서 못 풀어서 틀린 문제, 찍어서 틀린문제, 실수해서 틀린 문제 밑에 왜 틀렸고, 어떻게 하면 접근할 수 있는지 써뒀는데요, 기출할 때도 도움이 될까요?
저렇게 풀게되는 근거는, 전체를 통일하고 나서 곱하면 사라지는 부분이 존재해서죠?
이 발상은 사실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가형 11번에도 등장해요.
이 발상을 기억해두시는게 좋아보여요
기출할 때도 저런식으로 모르는 부분 헷갈리는 부분 발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적어두고 하면 좋을까요??
수학이든 국어든 그냥 잘하는사람이 잘함
제목보고 ㄹㅈㄷㄱㅁㅊㄷ 장전하고 들어왔으나
내용보고 갳ㅜ로 바꿨습니다

진짜 과외생들한테 하고 싶은 말들만 있네요이런 글들 많이 봤는데 실수,고수들이 하는 말은 비슷비슷한 것같네요
형님 n제 언제 나오나요
2월말? 3월초?
기출 공부했는데 4등급은 애초에 말이 안됨
실제로 상담이 그렇게 옵니다(그것도 자주…)
수학 최대 3등급 뜨게 기원해주세요 제발~
만년 2등급에서 1등급 올라가려면 뭐가 제일 중요할까요? 킬러까지 꽤 풀긴하는데 쉬운 문제도 보자마자 푸는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전부 다 느려요
준킬러 빠르게 푸는거 연습 많이하세요
감사합니다.. 재수 준비 할건데 수학이 너무 막막했거든요 글 보니까 제가 얼마나 잘못 공부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기출 풀이 외워서 풀고 나중에 n제 들어가면 손 하나도 못대고.. 근데 막상 시간 좀만 지나면 외운 풀이 까먹어서 기출도 못 풀고 그랬는데
하하 당연히 성적이 안오르는게 맞았네요 글 너무 감사합니다 ?
문제별로 오답노트를 만들 게 아니라 발상을 정리하고 연관문제를 주석으로 달아야 함
근데 오답노트는 진짜 ㅋㅋㅋㅋ 학교에서 당해봐서 그런지 별로 좋은생각이 안듦
1-3 다 해당 안되는데,,, 진짜 뭐가문젤까요
헉
애초에 수학은 시간이 부족한 시험이 아닙니다.
매 순간순간마다 올바른 스탭을 밟는다면 60분 남짓 걸립니다.
???????
이거맞나요???? 나는얼마나 부족한거지 ㅋㅋ
선생님 제가 10~11월 까진 서바나 다른 사설들 못해도 70후반-80초중반 까지 나오다가(미적입니다) 수능에서 갑자기 4등급으로 확 무너졌습니다.. 원래 고2 수학 기말 10점대에서 놀다가 기출+N제 뺑뺑이로 확 끌어올린 점수라 저게 원래 제 실력이 맞았는지도 의심됩니다. 글 읽어보니까 말씀에 공감이 너무 많이 되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 것 같아서 후회되는데, 재수 곧 시작하는데 팁이나 공부방법들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쪽지도 괜찮습니다.
9모는 3, 10모는 2컷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