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선 [1050147]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12-24 16:49:18
조회수 13,760

열심히 해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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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데도 이런 글이나 쓰고 앉아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저번에 수학 관련 칼럼 주제 추천 받아서, 되도록이면 요청해주신 것들 많이 써보려고 합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수학 공부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 그 중에서 특히 



'왜 나는 열심히 했는데 수학 실력에 발전이 없지?'



라는 주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메가스터디 큐브 찜수가 3400명인데, 2020년부터 정말 많은 학생분에게 수학 공부법 상담을 해드렸어요



제 나름대로 조언도 많이 드리고는 했지만, 



사실 질문하는 내용들을 보면  이 친구는 수학에서 무너지겠구나 아니구나가 확 보여요.



왜냐하면 질문 속에서 그 학생이 무엇에 포커스를 두고 얘기하는 지가 보이기 때문이에요. 



엉뚱한 곳에 포커스를 두고, 그게 자신이 수학을 잘하게 될 열쇠라고 여기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오늘은 다년간 수학 상담을 해보면서 느낀 '수학 실력이 늘지 않을 학생들의 특징'과,



그에 대비되는 수학 상위권 학생들의 특징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1. 기출 공부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만의 언어로 자신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많은 수학공부 학습상담을 하며, 



'기출 다 보았는데도 3, 4등급이 나와요 ㅠㅠ'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런 질문하는 학생에게, 저는 기출문제 3개 정도(공통 12번 13번 정도 난이도) 바로 캡처해서 가져옵니다.



그 문제 3개 설명해보라고요.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4등급 정도 나왔다는 학생은 아무 설명도 못하고요....(A)



3등급 정도 나왔다는 학생은 풀이를 얘기하나, 기억에 의존하는, 외워서 온 티가 납니다....(B)




(A) 케이스는 뭐 당연히 문제고요, (B)의 케이스는 무엇이 문제냐면



새로운 문제를 풀 때, 문제풀이 한 스텝 한 스텝 밟을 때마다 확신을 갖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외워서 온 풀이를 따라가는 것은, 그 문제에 한해서는 매우 쉽습니다.



남의 언어로 적힌 풀이(이정표)를 그대로 따라가면 되니까요.



다만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리면, 어느 길(풀이)로 가야할 지 갈팡질팡해합니다.



어떤 길(풀이)을 따라가도 확신이 없는 채로, 이정표가 없으니 계속 해맵니다.  



저는 여기서 언급한 '확신'이라는 것이 수학 상위권으로 가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상위권 학생의 경우, 문제를 풀이할 때 매 단계마다 풀이 논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이어 나갑니다.



이 경우, 계산 실수가 발생해도 논리에 대한 오류가 아님은 분명하니, 확신을 가지고 이어간 매 단계 중에서



어느 단계에서 실수가 일어났는지 바로 자가 파악이 가능합니다.





상위권이 아닌 학생들은, 자신이 가는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로 영영 해맵니다.



해매다보면 계산 실수도 자주 일어나죠.



그러다가 시험 끝나고 해설(남의 언어로 쓴 풀이)을 보고서 '아, 이거 쉬운 거였는데 내가 계산실수로 틀렸구나'



라고 자가진단한 채로 끝냅니다. 그러니 발전이 없죠.





기출 공부의 의의는, 풀이과정 한 순간 한 순간마다 확신이 쌓여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질문하실 수도 있는 내용이



'확신이라는 것을 가지고 못 가지고의 기준이 무엇이냐?'



일 것 같은데, 



'본인만의 언어로 문제의 매 단계 단계마다를 근거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 아니냐'



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의 '근거'는 문제풀이 경험으로 쌓아가야 하는 부분이죠.





제가 자신있게 주장하는 내용인데,



앞서 얘기했듯이 '본인만의 언어로 근거있게 기출들을 설명할 수 있다'면



진짜 적어도 2등급 초반은 나옵니다. 1등급도 충분히 가능해요






2. 공부를 통해 얻는 지식, 경험보다 공부라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한다.



진짜로 많이 본 케이스가 



'~~~수업 들으면 2등급 가능해요?' 부터 시작해서



'하루 수학 5시간 하면 1등급 나오겠죠?' 



'요새 N제 중에 ~~~가 인기많던데 이거 풀면 1등급 가능할까요?'




한 마디로 '행위'에만 집착하고,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특히 제가 지적하고 싶은 케이스가 두 가지 있습니다.




1) 공부 계획을 시간 단위로 세우는 학생



예를 들어 오늘 수학 7시간 할거다, 이런 식으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



보통 이런 학생들은 '공부 시간 자체를 증표'로 봅니다.



자기는 열심히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증표로서 남에게 자랑하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공격에 대한 방패로서 기능합니다.



공부량은 시간에 절대적으로 비례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진득하게 공부한다면 하루 4~5시간도 많이 한 거에요

(전 하루 순공 4시간 넘어간 적이 없어요)



효율이 중요하다는 것이 첫 째 핵심이고,



애초에 본인이 모르는 것을 공부하는 것이니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요.



시간으로 따지지 말고, 본인이 얼마나 얻어가는 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2) 오답노트 쓰는 학생



제발 쓰지 마세요.



오답 노트에 모든 풀이과정 적고, 시간만 계속 소비하면서



정작 공부 내용을 본인의 머릿속보다는 오답노트에 옮겨적는 어리석은 행위는 그만 두세요



오답노트는 자기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표정도밖에 안됩니다.



아, 공부도 아니고 '노동했다'정도네요



차라리 중요한 발상만 따로 정리하는 노트를 만드시는게 몇천배는 도움됩니다.





3. 스킬에 대한 집착이 큼



이건 그나마  2후반~3등급 정도의, '어느 정도 공부는 해본' 학생들에 대한 내용이에요.



상위권이나 극상위권의 학생들은 대치동 어둠의 비밀병기인 n축, 거리곱 등등 무지막지한 스킬들 적용해서



시간이 절약되고 그래서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수학이 탐구과목도 아니고



특정 스킬들을 많이 적용하면 할수록 시간이 크게 절약된다?



애초에 아낀다고 해도 100분이라는 시간 중 잘 춰줘야 2~3분 정도 아끼겠네요.



애초에 수학은 시간이 부족한 시험이 아닙니다.



매 순간순간마다 올바른 스탭을 밟는다면 60분 남짓 걸립니다.





저는 앞서 언급한 n축이나 거리곱 이런 거가 



그냥 새로운 시각이나 관점, 그리고 일정 수준의 직관 등을 길러준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극복못할 격차를 만든다던가, 절대적인 시간적 우위를 불러일으킨다고 보지 않아요.



스킬들은 그냥 직관 기르는 정도로만 쓰시는 것이 맞고, 큰 환상을 갖지는 마세요.





생각이 나는 경우가 더 있는데,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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