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 [576656] · MS 2015 · 쪽지

2015-10-03 00:17:38
조회수 1,001

인페르노모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594865

공부하다가 ㅇㄷㅈ쌤 모의고사나 풀까하고 포장뜯어서 1회를 펼친순간..맨 앞장에 문제가 없는것을 보고 다시 집어넣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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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곳정재 · 516898 · 15/10/03 00:18 · MS 2014

    ㅋㅋㅋ 공포의화작

  • 보보 · 576656 · 15/10/03 00:21 · MS 2015

    ㄹㅇ충격 나중에 맘잡고 다시 도전해야 할듯

  • dj158 · 372453 · 15/10/03 07:11 · MS 2011

    인페르노 모의고사는 3회, 2회, 1회 순서로 풀거나
    2회-> 1회 -> 기분좋게 3회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보보 · 576656 · 15/10/03 22:45 · MS 2015

    오호 감사합니다!

  • 문채원의 방정식 · 601319 · 15/10/03 00:20 · MS 2015

    그래도 실제 인터뷰라 나름 재밌게 읽히던데요?

  • 보보 · 576656 · 15/10/03 00:21 · MS 2015

    바로 다시 집어넣어서 무슨 글인지 안봤어요ㅋㅋㅋㅋ..

  • asos · 478820 · 15/10/03 00:22 · MS 2013

    에엥 최재천교수니임 ? 하면서 풀었어요ㅠㅋㅋ

  • 보보 · 576656 · 15/10/03 00:23 · MS 2015

    ㅋㅋㅋㅋ근데 추정 등급컷있나요??

  • auscal · 500041 · 15/10/03 00:23 · MS 2014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보보 · 576656 · 15/10/03 00:36 · MS 2015

    3,4등급은 90분두고 풀라는 포장지에 한번쫄고 첫장보고 후퇴

  • 포시즌 · 502888 · 15/10/03 00:24 · MS 2014

    그거 화작문이 너무 풀기싫게 생김ㅠㅠㅋ

  • 이수만 · 502479 · 15/10/03 03:05 · MS 2014

    너믜어려워요ㅜㅜ화작비ㅜㅜ

  • dj158 · 372453 · 15/10/03 07:10 · MS 2011

    제가 실제 기자였습니다 ^^

    - 선생님께서는 저희보다 훨씬 바쁘신데 어떻게 짬을 내서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선생님만의 독서 습관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이게 좀 불편한 질문인데요. 요즘은 거의 공격적인 독서밖에 못해요. 그게 무슨 뜻이냐 하면 책을 한권 붙들고 그 책을 속속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음미하는 일을 해 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냥 필요한 부분만 쳐들어가서 읽고 빠지는거죠. 순전히 공격적으로. 그래서 제가 공격적인 독서라고 하는데요. 근데 우리나라 책들은 색인이 잘 안 돼 있어요. 그래서 공격적인 독서가 참 힘들게 되먹었는데 서양사람 책들은 색인이 참 잘 돼 있잖아요.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요. 제 지도교수인 윌슨 교수님은 일찌감치 또 전통을 뭘 만들었나면 항상 그분의 책에는 거의 다 glossography가 따로 있어요. 용어해설이 따로. 그래서 그거를 그렇게 열심히 그 옛날 70년대 초반부터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뭐하러 하나, 교과서 찾으면 있고 사전 찾으면 있는데 근데 그게 전통이 되더라고요. 우리 분야에선 그런 경우가 많아요. 왜나하면 이게 많이 알려진 분야면 남들이 다 아는 용어를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동물행동학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이 잘 아는 학문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용어를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그럼으로 해서 학문의 체계를 잡아 가시더라고요. 참 좋은데 우리나라 책들은 그런 전통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공격적 독서하기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찾아 들어가서 읽고 또 그러다 보면 앞뒤로 또 막 아 그만 봐야 되는데 이러면서 읽고 앉아 있지만 좀 요즘은 독서다운 독서를 못했어요. 대답이 좀 싱거웠네요.

    -선생님께서는 서평을 많이 쓰시잖아요. 서평을 쓰려고 하시는 독서는 읽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가요?

    - 서평은 사실 제가 자원해서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자꾸 해달라고 하니까. 예를 들면 신문사에서 기자가 전화를 해가지구 새 책이 나온게 있는데 선생님께서 서평을 좀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모레까지 주십시오 하면은 말이 안되잖아요. 그러니까 참 힘든데 그렇거나 말거나 저는 그래도 거의 사년정도 신문에 서평 칼럼 칸을 가지고 있었어요. 거기서는 해달라 그럴 때 아예 신문사랑 합의를 본 게 최신 책 막 급히 쓰는 것 안 한다 그랬어요. 내가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그런 책들을 골라서 하겠다 그랬죠. 그래서 그거 할 때는 재미있었어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못 읽은 책 아니면 주변에서 지인들이 이거 한번 꼭 읽어봐 하는 책들을 묶어 놨다가 읽고 했죠. 그때는 또 하나 짜릿했던 건 가끔 어떤 서평을 쓰면 그 책은 한 삼년 전에 나왔다가 몇 권 못 팔고 들어간 책인데 갑자기 내가 서평을 쓰는 바람에 갑자기 이 책이 막 팔리기 시작하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러면 기분 좋더라고요. 사람들한테 이 책을 왜 안 읽었느냐 한마디 하는 거죠. 어 읽어보니까 좋더라 그러면 그럴 때는 또 기분이 좋아요. 하지만 그거는 일반적인 책이구요. 전공 책은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하면서 읽어가는거죠. 제가 하는 독특한 방법이 하나 있어요. 책이란건 사실 논문에 비해 느리잖아요. 논문은 착착 나오는거니까. 논문이야 연구하면서 늘 학생들이랑 같이 읽고 또 새로운 논문 써야되면 또 읽어야되고 그건 늘 하는 건데, 책으로 나오려면 미국 같은 경우엔 이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러니까 논문으로 등장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몇 년 시간이 있어야 하는거죠. 그렇긴 해도 모든 논문이 트렌드가 되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이게 책으로 나오면서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그 후로 몇 년 동안 그 분야가 불붙었다가 또 사라지고 이러는 것이죠. 그래서 하는 짓이 하나 있어요, 외국가면 타운마다 좋은 책방이 반드시 있어요. 그런 책방들을 많이 아는데, 거기 가서 거의 반나절 내지 하루 종일 제목만 봐요. 그냥 서서 예를 들면 바이올로지 가서 보고, 필로소피 가서 보고 사이콜리지 보고 뭐 소셜 사이언스 보고 이런 식으로, 쭉 보고 싶은 섹션이 몇 개 있으니까. 가서 꽂혀있는 책들 제목만 쭉 읽는거에요. 그걸 하다보면 어떨 때는 몇 달에 한 번씩 이렇게 하니까 제목 이렇게 보면 다 아는 제목이에요. 그러다가 어 저건 뭐야 하면 잠깐 꺼내서 들춰보고 에이 별 볼일 없네 이래서 다시 꽂아놓고. 그렇게 하다 보면 학문의 흐름이 이렇게 읽혀져요. 예를 하나 들어보면 지금 제가 최근에 의생학이다 이러구 떠들고 앉아 잇는데 그게 사실 저만 떠드는거지 실제로 있는 학문이 아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biomimetics라 그래서 생체모방학이라 그러죠. 그런데 생체모방학이 학문 이름치고는 좀 유치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의생학이라 부르자 한거에요. 생체모방학은 너무 좁아요. 예를 들면 벨크로, 찍찍이같은 경우는 구조만 모방하는 것이고, 그 정도가 아니라 저는 의생학은 예를들면 왜 개미사회에는 노조가 없을까 왜 노사 문제라는게 없을까 뭐 이런 거를 연구해서 경영학에다가 얘기해줄 수도 있는, 또는 1자연계의 섭리도 연구하는 이런거까지 다 합해서 자연계를 표절하는 큰 규모의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 놓은 거에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90년대 초에 처음 바이오미미크리라는 책을 딱 봤어요. 야 저런 것도 있구나, 사실 미미크리라는건 우리 분야에서 연구를 오래 했던 거에요. 어떤 곤충이 나뭇잎처럼, 나뭇가지처럼 생기게 진화했다던가 뭐 이런건 우리가 연구를 해 왔는데 바이오미미크리는 또 뭐야 했는데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흉내를 내자는 뭐 그런 내용이죠. 저널리스트였던 어떤 여성이 쓴 건데 그냥 야 이거 재밌네 그래서 그 책을 한권 샀어요. 그러고 나서 있다가 생각해 보니까. 그래 뭐 아이디어 내려고 너무 쥐어짜지 말고 자연에 있는거 주워 오면 되겠구나. 그 생각을 슬슬 하면서 주변에다 자꾸 얘기 하면서 뉴욕 가서 책방에서 이렇게 보는데 한 오육년 동안은 그런 비슷한 류의 책이 거의 안나왔어요. 가끔가다 한권씩 있었는데, 그러더니 어느때부터 여러권 나오더니 이게 한 오년전부터 수십권이 나오는거에요. 야 이게 트렌드가 되는구나 했죠. 그래서 육년전에 여기다가 의생학 연구센터라고 만든 거에요. 이건 되는거다 했는데 웬걸 만들어 놓고 삼년 후에 하버드 대학에 WYSS Institute라는게 생겼어요. Wyss라는 북유럽 양반이 하버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기부를 한거에요. 일억 이천 오백만달러니까 어마어마한 돈이죠. 그래서 하버드가 선생님 이름으로 연구소를 만들겠습니다 해서 Wyss Institute가 됬는데 이 양반이 꼬리표를 단거에요. 자연에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해 주십시오 이런거죠. 그래서 그 연구소가 만들어지고 몇 달만에 하버드에 갔다가 거기 있는 몇 사람 만나서는 아니 그 양반이 나를 갔다 줬어야지. 나는 삼년전에 의생학 연구센터를 만들어 놨는데 왜 나를 안주고 여기다 갔다 줬어 하고 투덜댔는데... 하버드가 그정도 돈을 가지고 덤벼들었으니 뭐 곤충날개도 연구하고 홍합의 근육도 연구하고 별에별거를 다 연구를 해요. 이제 이게 앞으로 십년 안에 큰 규모의 새로운 학문 분야가 될거죠.
    제가 의생학이라고 얘기하고 보스턴에서 특강을 한번 했었는데 거기서 여태 그냥 Biomimetics 라고 불러 왔는데 그건 너무 범위가 좁다. 그리고 자칫하면 자연을 마구잡이로 배낀다. 그런데 자연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라고 다 좋을 리가 없다. 상황에 맞춰서 진화를 하는거지 진화라는게 항상 최선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고 그 아이디어가 진화적으로 어떤 것인지 따지는게 중요하다. 그러니 이제는 Evolutionary Biomimetics라고 부르자 했죠.


    -저희는 의생학 책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솔직히 이거 찍찍이 얘기 아닌가? 그래서 인문학과 어떻게 연관이 될까 의문을 가졋었어요. 개미 사회를 연구한다던가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질문이 하나 해결됬네요.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 자연과학 책들이 대부분이에요.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는 거의 다 생소한 책들이지요. 그래서 혹시 이 책을 쓰실 때 어떤 사람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은 좀 우습게 태어난 책인데요. 타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양반이 십 몇 년 전에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이런 책을 낸 적이 있어요. 워낙 독서를 많이 하는 분인데 그동안 자기가 읽었던 책을 죽 정리해가지고.. 그 책이 늘 머릿속에 있었어요. 서평쓰고 다른 사람 책에 추천의 글 쓰고 이런 걸 참 많이 했는데 그거 묶으면 책 한권이 되고도 남는데 언젠간 나도 그런 책 하나 내야 되겠는데 했어요. 그렇게 썻는데 그게 그냥 없어지는게 섭섭하더라구요. 어느날 어느 출판사에서 왔어요. 나는 가끔 출판사에서 찾아와서 책 같이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꾸 하죠. 그러면 아 예 제가 요즘 시간이 없어서요 그러고 말죠. 그날 어떻게 어떻게 얘기를 했는데요. 그 편집장 하시는 분이 묘한 사람이더라구요. 말을 안해. 근데 결과적으로 보니까 내가 먼저 막을 막 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내가 자원해서 해드릴게요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참 묘한 매력을 가진 사람인데 그래서 그 양반하고 책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나는 내가 그동안 쓴 서평 추천의 글 이런걸 묶어서 과연 책을 읽는다는 게 뭔가 그런거에 대해서 하나 해 보자 시작했죠. 그런데 이 양반들이 자꾸 찾아와서 그 책을 읽을 당시에 선생님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뭐 이런걸 어쩌구어쩌구 물어보더라구요.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제가 꼬임에 넘어가서 너무 옛날 얘기를 많이 한거에요. 그게 이제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으로 묶여서 나간 거에요. 책 얘기를 하려 했는데 어쩌다가 인생 얘기를 해 버린거죠. 군데군데 책 얘기가 있긴 하지만 원래 내가 생각했던 책은 아닌거에요. 좀 우습게 된거죠. 이나이에 자서전을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영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그 책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어요.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고 뭐 이러는 도중에 출판사에서 또 왔길래 원래 내가 하려던 책을 합시다.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안하려고 하더라구요. 자꾸 도망가는거에요. 그래서 어느날 불러가지고 안할꺼냐 했죠. 그래서 마지못해서 했는데 이 책이 더 히트를 친거에요. 그랬더니 출판사 양반들이 ‘선생님은 아셨어요? 이책이 더 잘 나갈거?’ 그러고 나는 ‘아니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책이다’했죠. 그런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책인데 제 원래 의도는 저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 통섭이라는 얘기까지 하게 되었나 하는 과정을 결국은 이러이러한 책들을 읽어 오다가 그렇게 된 것 아니냐 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거에요.
    약간은 비판이 되는 거는 결국은 생물학 위주가 아니냐 하는거죠. 그런데 그거는 통섭을 처음 꺼내 놓았을때도 똑같은 욕 먹었어요. 생물학 제국주의자다. 생물학으로 모든 걸 말아먹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저는 생물학자인데, 제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뭘 한다 그러면 보나마나 밑바닥 금방 드러나겠죠. 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니죠. 자기 학문에서 다른 학문을 보는 것이지, 갑자기 다른 학문으로 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 점에서는 요만큼도 변명할 생각이 없는데, 가끔가다가 비판을 하는 분들은 당신을 모든 걸 진화론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는데, 그게 잘못된거냐고.. 학자로서 나는 그렇게 해석을 하고 그러면 달리 보는 사람들과 토론이 시작되는거고 그렇게 통섭을 하는거지 제가 잘 모르는 것까지 섞어가지고 두루뭉술하게 아 이렇고이렇고이렇고 이런 관점에서보면 이런학자는 이렇게 저런관점에서보면 저런학자는 저렇게 그러는게 무슨 연구냐 그건 정리지 그건 아닌거 같다 하는거죠. 한 분야에서, 한 관점에서 문제를 어떻게 볼 수 있는가를 내가 명확하게 얘기하면 그때부터 토론이 가능해지는게 아니냐. 그렇게 해서 엮는 것이지, 제가 혼자서 어떻게 경제학의 관점에서 철학의 관점에서 다 엮어가지고 이렇게 해서 이것이 세상이다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이구요. 저는 어디까지나 제가 볼 수 있는 관점에서 가능한 한 명확하게 딱딱 이렇게 얘기를 하고 그러면 이제 그거에 대한 비판을 하고 그렇게 간격을 좁혀 나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전에 쓰셨던 대담 같은 책들이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일까요?

    - 그렇죠. 그 책을 내고 대담 때문에 몇몇 대학에 학생들 앞으로 둘이 불려 다녔는데 제가 받은 날카로운 평 대부분이 그런 것이었어요. 최교수님은 학문의 폭이 별로 없어 보인다. 도정일 교수님은 이렇게 넓어 보이는데, 그런데 그분은 인문학자이시잖아요. 그분은 인문학에 대해서 다 이야기하실 수 있는데, 제가 갑자기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뭘 하지는 못하잖아요. 자연과학은 너무 세분화 되어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지적이다. 뭐하고 할 말이 없다. 다만 그렇게 시도한다는 것을 가치 있게 봐 달라. 시도했기 때문에 이렇게 폭넓은 인문학자랑 그래도 이만큼의 대화를 할 수 있는게 아니냐. 사실 자연과학자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도정일 교수님이랑 마주앉아서 이런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저는 그렇게 답변을 하죠

    -그러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통섭을 위한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나 지침 같은 것이 있을까요?

    - 뭐 일단은 중요한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다빈치가 나올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 말이에요.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상당한 깊이로 연구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이 온거죠. 제가 요즘 강의하면 가끔 농담으로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제가 생물학잔데 내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로 되어 있고 그 후에는 대법원장으로 일할 거다‘ 그래요. 그럼 다들 에이이 하고 웃어요. 그렇죠. 불가능한 일입니다. 생물학 중에서도 한 분야를 평생 하기도 나에게는 벅찹니다. 그러면 이제 통섭은 물 건너 간거냐 하면은 그게 아니라 통섭은 이제는 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에 미켈란젤로는 혼자 통섭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통섭은 여럿이 모여서 함께 하는 것이죠. 그러러면 무엇이 제일 중요하냐 어쩌다가 이명박 정부 때문에 중요해지기는 했지만 소통이 우리 사회에 제일 중요한 화두가 되었잖아요. 소통 못하는 사람들 덕에 소통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통섭을 이루기 위해서 소통이 중요한 덕목이 된거죠. 그러니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죠. 생물학자와 경제학자와 철학자가 만났는데 어떻게 소통을 할거냐 하는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거죠.
    그게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속에서는 정말 힘들어요. 문과 이과 나눠서 이미 다 가르쳐 놓았고. 나는 아주 그 문제에 대해서는 거칠게 수능이 수학 능력자를 길러 내는게 아니라 수능 쳐서 대학 온 학생들 실제로 가르쳐 보면 전부 수학 장애우들 천지다 하고 대놓고 말합니다. 실제로 미안하지만 철학한 사람 물리학과에다가 앉혀 놓고 양자역학 책 주고 자 공부합시다 해 봐야 안되잖아요. 그런데 미국서 가르칠 때에는 어쩌다 좋은 대학에서만 가르치기는 했지만 내 동물행동학 수업에는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와서 들었어요. 언뜻 생각하면 정말 그런 공부는 안 해봤을 텐데 하는 과제도 좋은 대학 학생들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을 한 일주일 주면 어떻게는 다 해 와요. 그런데 미국 아이들은 남의 것 배끼는 짓 잘 못해요. 정말 무서워서 못해요. 걸렸다 하면 인생 끝이기 때문에. 하버드는 일단 그런 문제가 제기만 되도 제일 가벼운 처벌이 일 년 정학이에요. 그냥 무조건 일 년 나가서 원양어선을 타든 탄광을 가든 해서 내가 이렇게 기가 막힌 세상 경험을 했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다 학교에 돌아올 준비가 됬다 이것을 증명해내지 않으면 학교에 못 돌아와요. 모든 증거를 대가지고 나는 안 그랬다 하는 것이 판명이 거의 되도 이런 문제가 제기 되었다는 사실 자체로 일년 정학을 매기는 거에요. 거기서 실제로 밝혀지면 그냥 퇴학이구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학점 조금 때문에 인생을 망칠까 겁나서 못 배끼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과제를 내 줘도 남의 것 배껴 내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걸 알죠. 그런데 책에도 썼지만 예전에 서울대 시절에 의예과 학생들 거의 몽땅 한 놈 걸 다 배껴가지고 제가 전부 잡아 냈는데요. 폰트를 다 달리 해가지고 다른 글처럼 만들어 왔는데 똑같은 실수가 다 겹치는거에요. 그래서 한 열 몇 명을 잡아 냈어요. 그러고는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아무 말 안하고 걸린 열 몇 명 이름을 쫘악 내리 적었어요. 여기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일주일 내에 찾아오기 바란다고 하구요. 그러니 이름 적힌 애들은 다 뭐 때문에 적힌건지 알죠. 그래서 한명씩 약속을 잡아서 찾아 왔는데 그때 내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나랑 약속해 주면 내가 용서하겠다. 너희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의 정말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인데 너희가 반칙을 하면 저 바깥의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냐. 가진 자가 반칙을 하면 세상을 제대로 만들 수가 없는거다. 나랑 서약서 쓰는 거 아니다. 그냥 말로 약속만 하면 된다.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절대로 반칙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하자. 그러면 없었던 일로 하고 덮겠다. 그래서 열 몇 명한데 다 약속을 받았어요. 옛날 얘기니까 지금은 다 의사선생님이죠. 엊그제도 그중에 한 두명이 나 이메일로 ‘선생님하고 한 약속을 지키려 애쓰고 삽니다 참 힘드네요‘ 하고 그랬네요.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미국 친구들은 학문의 넘나듦을 하더라구요. 전혀 상관없는 학문을 하던 친구가 예를 들면 미학을 하던 친구가 일주일 이주일 시간을 주면 미분방정식이 들어있는 문제까지도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 해결해가지고 리포트를 써 내고 그런걸 보면 거기는 분명 우리보다 그런 교육이 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도 해 봤어요. 서울대생하고 하버드대생하고 미시간대생하고 놓고 한 시간 주고 그냥 수학문제 딱 내면 서울대생이 압도적으로 잘 풀어요. 하버드애들은 수학을 잘 못해요. 많은 놈들이 이차방정식도 잘 못풀어요. 그런데 굉장히 어려운 수학문제를 주고 한달을 주면 달라져요. 내가 보기에 서울대생의 상당 부분은 아예 못풀거나 포기하거나 몇 명은 귀신같이 풀거나 할텐데 하버드대학의 거의 전부는 다 풀어요. 어떤 형태로든 미술전공하는 애들도 풀어요. 그중에는 integral이 뭔지 모르는 놈도 있었어요. 어떻게 푸느냐고 그랬더니 도서관에 가서 한 달 동안 미분방정식 책을 놓고 보면서 풀었다는 거에요. 그게 한국의 문과 학생한테 가능한 일이에요? 불가능해요. 근데 미국 아이는 가능해요. 그렇게 할 수 있게 공부를 한 거에요.
    저는 너무, 좀 섭섭해요, 우리나라 교육이, 내가 요즘 제일 인제, 아이고, 뭐라고 그러나, 약점을 본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열심히 떠들고 있는게 교육인데,
    복지대통령 뽑겠다고 난리다더니, 아 지금, 전 국민이 난린데, 복지 참 중요하긴 한데, 복지에 대해서 뭐, 쥐뿔, 공부도 한 번 안하고, 갑자기 복지를 한다고 하니까, 참 힘들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치인들은 전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누가 더 달콤한가, 내기만 지금 하고 있는데, 사탕경쟁을 하고 있는데, 그건 좀 참 문제가 있어보이구요. 교육대통령을 뽑았으면 참 좋겠다, 그런 얘기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하고 있습니다. 교육,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한 번 들여다보고 나니까 전 심각하다는 얘기만 들었지, 정확하게 잘 몰랐는데, 교과과정위원회라는 교육부의 위원회의 위원으로 앉는 그런 일을 했는데, 한 세 번 회의 가고는, 그다음부터는 안갔어요. 자꾸 왜안오느냐고, 그런 얘기는 하는데, 너무 맥이 빠져서, 이건 뭐, 이 나라 교육은, 그냥 끝났더라구요. 딱 보니까, 이게 뭐 말도 안 되는 이, 이거에 휘둘리고 앉아있는 거더라구요. 교육자들, 그, 아주 이기적인 교육자들 때문에 이나라 교육, 다 망가지고 있는거더라구요. 낱낱이 분석하고, 거기서, 그런 걸 했는데, 사교육을 뭐 어쩌자고, 정부는 난리를 치고 있는데, 현장에 있는 양반들이, 사실은 사교육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거기서 인제 회의하면서 평가가 내려지는데, 대한민국 고등학교 수학을 풀면 fields medal을 줘야 한다고, 수학은 하여간 가능하면 어렵게, 그래야 수학 사교육 시장이 살아난다고, 그래서 수학 문제는 점점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게 아주 그 사람들의 모의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에요. 도대체 고등학교에 사회과학 교사가 그렇게 많아야 되는 거야? 이렇게 고등학교에서, 대학보다 사회과학이 세분화 될 필요가 있는거에요? 인제 이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의 사회과학 교사가, 자연과학 교사보다 더 많아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는 저 고등학교 때 history하고 social science하고 그렇게 두 개 배우는데, 이놈의 나라는 뭐, history도 뭐 국사에 뭐에 다 나누고, 뭐 그야말로, 사회과학을 다 쪼개가지고 이게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그 분들의 그것 때문에, 학생들은 말도 안되게 그것들을 나눠서 배워야 하는거죠. 국어도 뭐 여덟 개로 나눠져 있더라구요. 뭐 문법 따로 뭐 따로 이걸 뭐 그렇게 배울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냥 하나면 되는건데, korean 하면 되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짓을 지금 하고 있는 거에요. 쩝, 과학을 어떻게 통합해 보려고, 그 서울대 김희준 교수님하고, 서강대 이덕환 교수님하고 두 양반이 무지하게 애썼어요. 그래서 통합과학 교과서를 만들었어요. 이거 그냥 과학 교사들이 먼저 반대 해요. ‘누가 가르쳐요?’ 이렇게 나오는 거에요. 그렇죠. 빅뱅에서부터 반도체까지 쭈욱 이렇게 엮으니까, 지학 선생님이 처음엔 빅뱅엔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 조금 가르치다보면 DNA 얘기 나오니까, 뭐, team teaching이라는 얘기 모르세요? 그런데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team teaching을 굉장히 불편해 하더라구요.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대학교수보다 더 권위가 있더라구요. 학생들 앞에서 모르는게 있다는 게 용납이 안되는거야. 대학교수들은 ‘아 이거 뭐.. 내 분야가 아니니까’ 이렇게 하는데,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 앞에서 ‘나 이거 모르는데’ 이 얘기 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해요. 이 과목을 가르칠 수가 없는 거에요. 이야, 참 그래서 인제 문제가 어떻게 되었냐하면은, 이걸 필수로 하느냐 토론이 벌어졌는데, 뭐 두 사람이 다 필수 안 하겠다고 나오는바람에, 필수가 안 되었어요. 자 필수로 나오는 순간, 통합과학 교과서는 생각하는 과학으로 나왔는데, 외우고, 이러는 게 아니라, 자 우주의 역사에서부터, 생명의 역사 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과학책을 쓴 건데, 이게 필수가 되면 4지선다형 문제를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럼 이게 또 외우는 과목으로 또 다시 전락하는 거에요. 그래서 두 분이, 그럴 수는 없다. 선택과목이 되니까. 가르치기도 힘든데, 아무 고등학교에서도 채택을 안 하는 거에요. 그런 상황을 알고 들어와 앉아서, 내가 뭘 하겠어요. 그래서 뭐, ‘때려 치웁시다 이런 회의 백날 하면 뭐 합니까’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있으니까, 위원장님이, ‘최교수는, 왔으면 밥 값을 해야지. 말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의견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오?’ 이래서, ‘밥값 해야되죠? 그런데, 이런 위원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냥 솔로몬의 지혜 위원회를 만드시죠. 어떻게 하면 그냥, 여기 관계하는 이익집단들을 다 모아놓고, 그 옛날 두 어머니한테 얘 잘라야 되는데 어떡하냐. 그런거 해서, 뭐, 담판을 지어야지, 이 상태로는 뭐. 대한민국 죽은 나라네요. 뭐 어디서 시작해야될지도 모르겠고.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러고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위원장님이, 그 교육부장관 하시던, ’그렇네. 인제 뭐 다음주부턴 뭐 솔로몬 위원회를 만듭시다‘ 이러고 회의를 끝냈어요. 그러고 나서 회의를 안 갔는데, 암담한 현실이라고 난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대통령님이 또 모든 건 국무총리님한테 다 맡기시고, 나 요즘 그러고 떠들고 살아요. 난 우리 mb정부는 참 싫어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님은 참 좋아요. 그분은 참, 뭔가 생각도 올바르게 하시고, 품행도 아주, 저분은 그냥 종신 국무총리 시키면 좋겠다 싶은데, 그분 그냥 종신 국무총리 시켜놓고. 나라 살림은 그분한테 다 맡기고, 다음 대통령 뽑히는 사람은 첫날부터 5년 동안 그냥 교육부만 조져달라. 그런 얘기를 해요. 지금 뭐 이주호 장관 뭐 한다고 애는 쓰는데, 다 끝난 난장판 다 만들어 놓고 인제 나가면, 다음 정권 들어오면 또 다 바꿀 것 아니에요. 그럼 학생들만 다 고생하는 거고. 일선 교사들만 고생하고, 그러지 말고. 그냥 다음 대통령 누가되든, 그분은 완장 딱 차고, 그냥 교육부, 그 양반은 일단 다 쫓아내고 시작하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선생님 다 몽땅 다, 몽땅 다 해직시키고, 다시 뽑아갖고 off the record. 나 정말 우리나라 교육 문제 있다고 생각해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그런 인재들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지금 뭐 책을 쓴다고 준비는 좀 해놓고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쓰는데. 혹시 이번 여름방학에 시간을 짬낼 수 있으면, 내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좀 무지무지 거창한 쓴소리를 한 번 담아서, 내볼까 하고, 그러고 있어요. 아무리 봐도 이대로는 내가보기엔 안 될 것 같아요.

    - 교육과정이 이제 그렇게 바뀌더라구요. 수학을 좀, 잘 하는 애들은, 이과 학생들은 국어 과목을 쉬운 과목으로 하라고 만들어놓았어요. 그래서 수학에만 집중해라. 그런 뉘앙스로 가는거고, 국어는 쉽게. 문과는 반대로 국어나 영어에 치중하고 수학은 좀 쉬운 걸로 해라. 요런 식으로 바꾸고 있거든요. 사회과학 비중을 좀 줄이고, 성적에 거의 안 들어가게, 그래서 성적으로만 치우친 교육에 대해서 교수님 말씀에 동감해요.

    - 우리 교육은, 제가 이제 강의할 때 가끔 농담으로, 우스갯소리처럼 하지만. 중학교 때, 대충 결정 되는 거 아니에요? 중학교 때 글 한번 써서 냈는데 영 아니야. 그럼 선생님이 ‘야. 넌 글이 안 되네. 너 이과가라’ 중학교 때 수학시험 잘 못 보면 ‘야 너 수학이 그래갖고 에에, 너 문과가라’ 그래서 우리는, 못하는걸 가르쳐 주려는 생각은 안 하고, 못하는 걸 피해가라는 교육이잖아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나는 이거는 인권의 문제라고 떠들어 댈 작정이에요. 이건 국민의 권리인데,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는 거 아니에요. 모든 분야를 다 배울 수 있는 권리를 주고, 그 다음에 학생이 ‘나 안 하겠다’ 그럼 그건 그 사람의 권리에요. 아 왜 전 국민이 다 미적분을 해야돼요. 그럴 필요는 없는거에요. 그렇지만, 배울 권리는 다 줘야 되는 거에요. 배울 권리를 박탈하는, 자 넌 이과니까, 수학이나 하고, 영어 하지마. 그게 아니죠. 다 해야돼요. 다 해야되는데, 누구는 이걸 잘 하고, 누구는 이걸 잘 하는 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돼야 하는거지. 우리는 지금 일단 잘라내고 이렇게 하는 거에요. 그건 아니죠.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게 해놓고,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안 되는 거를, 그걸 억지로 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게 플러스 교육을 해야 되는데, 우리는 완전히 마이너스 교육을 하고 있는거죠. 뭔가 이건 완전히 좀 뜯어 고쳐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런 얘기 어디가서 같이 토론회 하면 막 욕설을 받지요. 들었는데 막 그래서 우리가 문과 이과 다 장벽 없애자는 거 아니냐. 그 점엔 다 동의를 해요. 근데 그게 사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모두가 이과다, 라는 얘기다 하니까. 다 들고 일어나 ‘본색을 드러내시네! 뭐’
    (일동 웃음)
    그날은 인제, 결과적으로는 내가 토론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많이 설득했다고 나는 자부하고 끝을 내긴 했는데, 그러면, 문과 이과의 장벽을 없애놓고, 그러면 ‘야, 수학 어렵지? 넌 하지마.’ 그럴려고 지금 하는거냐. 그건 아니잖느냐.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자연과학을 모르고 산다는 건, 그건 언어도단인데, 그래서 없애자고, 장벽을 없애자고 해놓고, 그러면 없애놓고는 다 빼준다. 그건 말이 아니다. 이과 공부를, 모두가 다 하자는 게 포인트지, 그런데, 하면서, 재밌게 하고, 할 만큼 하는거지, 지금 우리처럼 아예 너는 하지 않아도 돼. 이건 아니지 않느냐. 그니까 문과 이과 장벽을 없앤다는 건, 양쪽을 다 배운다는 뜻이다. 양쪽을 다 공부한다는 뜻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이과 교육 하자는 뜻 아니냐. 그걸 지금 기분 나쁘게 들으면, 뭐 어떡하겠다는 거냐. 제가 일부러 포인트를 만들자고 하는 얘기다. 다 이과 교육을 하는 거다. 하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그,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그런 걸 만들어 가자는 거지, 아예 넌 하지마. 이건 말이 아닌거다.

    -문과교육도 다 하는 하니까. 공평한 것 아니에요?

    - 네, 다 배울 수 있는, 틀은 열어놓고, 그 다음엔, 뭐 해야죠. 그걸 뭐, 지금 우리처럼 교육하면, 괴짜도 안 나오고, 그런가 하면은, 반편이만 나오고, 이건 말이 안 되죠. 다 열어놓고, 괴짜도 수용하고, 아주 기가 막힌 이것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야지. 지금처럼 그냥, 장벽 닫아놓고. 넌 이쪽 넘지 마. 이런 식으로 가르치는데, 이건 정말 문제 있어. 나는 개인적으로는 수학을 너무 못해서 서울대에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웃음) 수학을 못 하면서 과학자가 되었다는게, 참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하버드 대학 시절에 박사과정에 수학과에 가서, 학부생들이랑 같이 앉아서 수학 공부를 다시 했어요. 1년짜리 강의를, 1,2학기로 나눠어져 있는걸 그 수학과에 가서 얘기하고, 사실 여차저차 해서 개인사를 갖고 있는데, 수학적 사고를 안 하고는 내가 공부를 해내리라는 자신이 없다. 뭔가를 배워야 되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 기가막히게 잘 가르치는 선생을 지목하면서, 그 양반을 수업을 들어라. 하고 찾아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나랑 동갑이더라구요. 근데, ‘어? 응 들어와. 그런데 조건이 있어.’ 그래서 뭐냐고 하니까 ‘제일 뒤에 앉으면 안 되고, 제일 앞줄에 앉을것. 그리고 관조하지 말 것. 수학은 이렇게 관조 ‘아.. 뷰티풀!’하는 게 아니라, 숙제 다 하고, 시험 다 보고, 내가 채점 다 할거고, 단 너는 학점을 못 받는 거다. 네가 손해지? 웃기지마, 내가 손해야. 해줄 필요 없는데 내가 다 해주는거야. 나만 손해야.’ 1년을 학부생들이랑 앉아가지고 매일 숙젠데, 매일 숙제하고, 시험 다 보고, 그 양반이 채점하고, 틀린거 다 봐가면서 1년을 배우면서. 근데 그 양반한테 수업 들으면서, ‘야, 저 양반이 내 고등학교 수학 선생이었으면, 난 지금 수학전공한다.' 그런 생각까지 했어요. 왜냐하면 이론을 설명하면서, 수학을 하는데, 수학이 재미있더라구요. 나 수학 공식에 들어간 논문도 써요. 외국 친구들은 내가 그 일종의, 수학 진화생물학자로도 알아요. 내가 수학 때문에 대학 떨어졌던 사람인데. 뒤늦게 배운 수학으로, 그게 가능해지더라구요. 그게 이게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한마디로, 뭐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해요. 나를, 수학을, 배우지 못하게 한, 내 수학선생님들의 잘못이라고도 나는 생각해요. 이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말 그,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수학을 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수학의 철학을 가르치는거죠. 수학적 사고를 가르치는거죠, 그거를, 이 세상을 수학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자는 건데, 반드시 지금 하고 있는 문제풀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이 옛날에 미국서 그야말로 산수 배우는 걸 보니까, 이게 계산문제를 하는 게 아니라, Pascal 삼각형 같은. 이런 거부터 시작해갖고,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걸 가르쳐 주려고 굉장히 애쓰더라구요. 자 그 얘기 잘못하면, ’아 우리나라가 수학경시대회가서 금메달 따는건데’ 그러죠. 다른게 아니라, 그 몇 명 귀신같이 수학문제를 풀 줄 아는거지, 저 국민의 대다수는 수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게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런게 어쩔 수 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 있을 때 책도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잖아요.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과학의 대중화’를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의 과학화’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과학적 사고를 위한 책읽기? 같은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굳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양자역학? 글루타민의 구조? 알면 좋기야 하겠지만 알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대중이 과학을 알아야 한다면, 어떤 면에서 알아야 하는지.. 어느정도까지 알면 ‘적당하다’는 표현 자체도 좀 애매한 문제이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 의견이 있으시다면..

    -뭐 지금 한 이야기처럼, 그 두 가지를 이야기 하고싶은데, 하나는 ‘대중의 과학화’라고. ‘과학의 대중화’를 뒤집어가지고, ‘대중의 과학화’라는 얘기를 한 거는, ‘과학의 대중화’라고 하니까 자꾸 ‘과학의 저질화’ 현상이 일어나더라구요. 진짜 과학은 얘기 안 하고, 자꾸 막 주변부만, 분위기만 막 띄어놓고 끝나요. 그런 건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예를 들면?

    - 뭐 과학 쇼같은거 하고, 뭐 이러는데, 뭐 이덕환 선생님이 지적하는 게 있어요. 그렇게 대학에 과학 전공하려고 들어온 애들은, 첫마디가 이거에요. ‘어? 과학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요? 전 재밌는 건줄 알고 왔는데요’ 이래요. 그러니까 뭐, 재미만 유발하고 배운 건 아무것도 없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에요. Richard Dawkins도 자기 책에 분명히 얘기했어요. ‘과학의 대중화’는 좋은데, ‘과학의 물타기’는 하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 ‘정확하게 가르쳐 줄 건 가르쳐 줘라. 그게 힘든데, 그걸 해야 되는 게 문제인거지. 힘들다고 안 하는 건 안된다.’ Dawkins 같은 사람이, 그 힘든 과학의 그런 거를 알아들을 수 있게 수려한 문장으로 알려 주는 거죠. 그게 인제 진정한 의미에서 과학의 대중화인데, 그 말은, 과학의 대중화를 잘못 이해하면 그 뜻이 다 전달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말을 뒤집어서 ‘대중의 과학화’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 사람들이 다 과학자가, 모든 국민이 다 과학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과학적 사고라는 게, 뭐, 다른 말로 하면, 똑같은 말은 아닐지 몰라도, 합리적 사고죠. 이를테면,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뜨거운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전 국민이 과학적 사고를 할 줄 알게 되면 우리 사회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 있죠. 지금처럼 참 불합리한 이런 사고를 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 사고. 이건 뭐, 저기 있는 사람들부터가 문제고, 그 다음엔 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다 들썩들썩하는 국민들도 문제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참 과학적이지 못한 일들로 인해서 벌어지는 그 저, 지불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소고기 문제도 뭐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 건데, 우리 이 대통령님은 이렇게, 소고기로 시작해서, 대충 소고기로 끝을 보시는데, (웃음) 그, 소고기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 못하는 대통령님도 한심하고, 당신은 이게 외교통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부시아저씨한테, 부시아저씨가 ‘아 대통령 되셨는데, 소고기 좀 사주시지?’ 한다고 ‘아 그래, 그것 좀 사드리죠.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 약속하고 왔는데 이렇게 촛불 들고 촥 나타났잖아요, 우리가. ‘왜, 왜들 그러는거야’ 하니까, ‘신뢰의 문제야’, '이게 왜 신뢰의 문제야, 외교통상의 문제이지‘, 그래서 나중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서 생각 많이 하고, 깨달은 바가 많다. 그래서 난 이제 이해했는줄 알았더니, 이제 또 보니까, 이해 못했잖아요. 그냥, 문제 벌어지면 일단, 무조건 수입중지하고, 검역 자체지정해서 하겠다. 실제로 그 소고기 문제가 그렇게까진 심각한 건 아니잖아요. 그건 우리 다 알아요. 전 지난번에 파동일어났을 때, 나는 미국 가서 우리아들 친구랑 같이 스물 여덟명 한국 음식점 데려가서 불고기 파티 해줬어요. 미국 소고기가 정말 과학자 입장에서 확률적으로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다 했으면 내 아들을 포함해서, 남의 금쪽같은 아들딸 스물여덟명을 먹이면, 난 그게 살인자도 그런 살인자가 되는 게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과학자로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에요. 지금 촛불들고 나서는 사람들도 집에서는, 먹어요. 왜, 이게 과학의 문제만이 아니고, 이게 그런 문제가 중요한게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요. 인도네시아 정부도 하는데 우리 정부는 왜 못하느냔 말이야. 기껏해야 사람들 해 갖고 쭉 갔는데, 서울대에서 우희종 교수님은 안 갔잖아요. 가봐야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올텐데, 가서 그 농장은 가보지도 못하고. 확인하고 왔대,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 걸 거기까지 가서, 그래가지고 발표하는 걸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 여전히 이해 못하는 거에요. 이게 신뢰의 문제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거에요.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되어 달라. 이걸 요구하는 건데. 이걸 그냥 소고기 문제인줄만 알고, 하는 정부의 막힌 사고나, 그렇다고 해서 이거 또 촛불 들고 나와가 지고 막 해서 미국산 소고기 절대 못먹게 하라니, 그것도 또 사실은 아니란 말이에요. 개 중에는, 아무리 막아도 인간 사회 안에서는 그런 병 걸려서 죽을 사람이 생길 수 있는 있는 거고, 이게 참 사실이 여러 각도에서 문제를 들여다봐야하는 거죠. 의학적으로도 봐야 되고, 사회학적으로도 봐야 되고, 경제학적으로도 봐야 되고, 그렇게 다각도에서 합리적으로 볼 줄 모르는 정부도 문제인 거고, 이런 저 사고를 할 수 없는 시민들도 문제고, 이게 만일, 우리가 만약에 상당히 과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면,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들이, 보면 너무나 많죠. 그래서, 그런 걸 하자는 건데, 그런 차원에서 할거고, 그래서 좀 과학책을 읽어야 한다고. 또 하나는 제가, ’통섭의 식탁‘에서 우화처럼 쓴게 하나 있잖아요. 살면서 직업을 좀 갈아타야 할텐데, 한 공부만 해가지고서는, 곤란하죠. 미안합니다. 철학도 있는데, 철학 해가지고, 직업을 일고여덟번을 정말 어떻게 갈아 탈 수 있을까,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글쎄, 경제학은 좀 낫나? 모르겠어요. 하여간. 그렇다면, 그 노동 인생이 앞으로 한 6-70년 될텐데, 이 과정에서 과연 자연과학을 하나도 모르고 살아남을 수 있나. 직업 일고여덟 번 바꾸는데, 이게 확률의 문제이잖아요? 일고여덟 번 이 확률을 곱해야 하는데, 확률 다 곱하면 0.00..뭐 이렇게 나올 텐데, 곤란한 얘기죠. 그러니까 얘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소양을 갖추어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확률 계산만 해보면 나오는, 결론이에요. 그런데, 그걸 다 서울대 있을 때, 다 예상하고 중요한 건 이제, 돗자리 깐 양반들 찾아가서, 제가 평생 얻을 직업을 다 가르쳐 주십시오. 명단을 받아가지고 그 전공을 다 해요. 한 십 몇 년 들어야 졸업을 할 거 아니에요. 그 짓을 제일 어리석은 짓 아니에요? 20대에 배운 것을 나중에 70대 가서 써먹어야 되는건데, 50년 전에 배운 지식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게 아니라 언제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되는 거죠. 그게 다른 말로 하면 기초학문을 해놓아야 되는 거죠.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기초를 제대로만 닦아놓고 있으면, 언제든지 새로운 학문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걸 하고, 그런 다음에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공부는 그 때마다 서울대학에 다시 돌아와서 4년을, 전공을 하는 것 보다는, 기획독서를 하라는 그런거죠. 그, 독서라는 게, 언뜻 생각하면 책 한 두어 권 읽는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야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하고, 두어 권 읽어갖고 조금 아는 사람하고는 인생의 기회가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제 그 전공분야를 잘 공부해서 첫 직장을 뭐, 모르겠어요. 의학계통이라든가, 화학계통이라든가 직장을 얻었다고 칩시다. 그럴 때, 이 분야의 거의 노벨상을 받는 분이라고 생각해선 안되죠. 없어요. 다른 사람보다 요만큼 더 안다고 직장 얻는거죠.

    - 우리 교수님, 저희 교수님께서 원래 취업도 안 하고.. 그러시다가 학교에 남아서 내가 뭘 할까 보니까 컴퓨터 공학이 땡겨서 그냥 그걸 했는데, 갑자기 그 때 생물 정보학이 막 뜨면서 논문이 네이쳐지에 실리더니 바로 교수가 되시더라구요.

    그냥 뭐, 사실은 우리가 어느 분야에 있다는 게, 그 분야의 대가가 되어서 모셔가는게 아니라 그냥 조금 더 알아서 그 쪽 문이 열리면, 자기가 좀 아는 줄 알고, 겁 없이 뛰어들어서 하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 ‘통섭의 식탁’ 서문에 쓴 것처럼 경영학과 나오고, 경영학과 나오면 요즘 첫 직장 잘 얻잖아요. 그런데 전 경영학과가 제일 어려운 학과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경영학처럼 뭐가 자주 바뀌는 동네가 어딨어요. 보면, 뭐, 스탠포드 대학 어느 교수가 뭐라고 얘기했다. 그럼 그거 가지고 한동안 다 난리에요. 블루오션이다. 그래서 또 다 난리고, 더블유 이론이다. 하면 다 난리고, 그런데, 경영학과 교수가 지금 제일 잘나가는 거 안 가르치고, 15년 전에 거 가르치고, 그 교수 되게 인기 없잖아요. 지금 제일 잘 나가는거 가르쳐야 돼요. 그래서 그걸 배우고, 첫 직장을 얻었어요. 30대에 중간에 쫓겨났는데, 그 때 새로운 게 막 나와 가지고 그거 배우고 나오는 학생들하고 또 경쟁을 해야 되는거에요. 경영학이 제가 보기에는 첫 직장 얻기에는 제일 좋은데, 앞으로 사는 데는 제일 힘든 분야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초를 배울 기회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지금 대학에 경영학과라는 곳에서 그렇게 하게끔 안 되어있잖아요. 차라리 그냥 지금은 별볼일 없어보이는데, 수학과나왔다. 수학이라는 도구가 있어서 언젠가는 또 뭐든 할 수 있는 거에요. 경영학과 나온 두 사람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만들었잖아요. 길가다가 동창을 만났는데, ‘어 뭐하냐?’ ‘어 나 지금 회사 관뒀어. 그리고 새로운 직장 찾느라고, 넌 뭐하냐?’ ‘나 요즘에 사업하는데,’ ‘뭔데?’ ‘나노 기술을 해서 이런거 만드는건데’ 그런데 그 순간에, 경영학과 나오고 직장생활 하면서 신문에는 나노 뭐 얘기 많이 하는데, 난 관심도 없고 그래서 책 한권도 안 읽는 사람, 그 순간에 악수하고 헤어진다는 거죠. ‘그러냐, 열심히 해라’ 악수하고 가는거에요. 그런데 기획독서를 한 사람이면, ‘하, 나노과학이 뭐길래 툭하면 나노과학이야’ 하고 책을 한 두어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지가 뭐를 아는 줄 알고, ‘그래, 정확하게 뭘 만드는데?’ 얘기하면 ‘야, 나노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고 한 마디 거들다가 ‘시간 있음 점심이나 같이하자.’ ‘그래 그러자’ 하고 얘기하다가 그 양반 회사에 기어들어갑니다. 뭐 이렇게 많이 알아서 기어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래도 조금 아니까 덤벼들어서 얘기 나누다가 기회가 생기는 거죠. 문이 요만큼 열린 걸 보고 가는거에요. 그러고 보면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위험한 거에요. 다양한 분야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알아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앞에는 오죠. 기회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문이 조금씩은 다 열려 있어요. 그런데 그 문안으로 빼꼼히 들여다 보면서, 아무것도 거기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그 안에 것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죠. 열려있는데,‘뭐 보라고’ 하고 그러고 보는 거에요. 조금 아는 사람은 그 문틈으로 보면서 지껄이면서 ‘우와 아’ 이러는 거고, 열어봤는데도 ‘지금 우리 뭐 보는거야?’ 하는 그 사람과는 길이 달라지는거죠. 그래서 기획 독서를 그 책에서 얘기를 하는건데. 그런데 그런 얘기 한 사람이 저 말고 없었나봐요. 그래서 갑자기 기획 독서의 새로운 개념? 이게 무슨소리야? 오히려 내가 약간 당황하고 있는데, 취미 독서와 기획 독서를 나누어서 설명을 했잖아요. 기획 독서를 그래서, 저는 하는, 특히 기획 독서에서 어려운 게 제 생각에는, 과학이죠. 아 물론 철학도 어렵고 경제학도 어렵지만, 그래도 되게 말로 써놓으셨으니까, 말 읽으면 그래도 좀 읽히잖아요. 근데 양자역학은, 이게 한 페이지도 못 넘기는 거 아니에요. 문과 사람들은, 그러니까, 그게 이과 공부를 한 사람이, 소위 문과 쪽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문과 공부를 한 사람이 이과 공부를 기웃거리는 게 상대적으로 더 힘든 게 현실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어쩔 수 없이 과학 얘기를 하는 거고, 문과 전공을 한 사람들에게 공부 하기위해서 과학책을 읽어라, 하는거죠. 쉽진 않지만. 해야죠.

    - 문학을 읽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 그것도 뭐, 당연히, 해야죠. 제가 조선일보 서평 칼럼 시작하자마자 첫 책을 위화의 ‘인생’을, 원래 그게 ‘활착’ 인데, 그거에 대해서 썼대니까 조선일보 기자들이 ‘아니, 어떻게 선생님, 시작을 소설로 하세요?’ ‘그럼 안 되나요?’ 그 책이, 이게, 문학 베스트셀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top10에 올라가지고, 몇 달을 갔어요. 아 이게 사람들이 그냥 갑자기 다시 읽은 거죠. 전 그게 제일 좀, 보람 중에 하나인데, 내가 그래서 언젠가 위화가 옛날에 한국에 한 번 왔다갔어요. 이런 데서 만났는데, 뭐, 인사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하고 그냥, 문인들하고 만나는 자리에, 생물학한다고 끼어들기가 좀 뭐해서, 영어를 거의 못하더라구요 그 양반. 참 그런데, 다시 한 번 오면, 정말 만나고 싶은 거에요. 이젠 제가 할 이야기가 있잖아요. 당신 책을 내가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줬다. 헤헷, 그 할 말이 있는데, 소설도 참, 우리에게 뜻밖의 혜안을 줄 수 있는, 좋은ㅇ 장르잖아요. 좋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소설 읽는 것도 보면 그것도 편식해요. 그냥 이렇게 달콤한 소설, 남들이 읽으니까 다 읽는 소설, 그게 아니라, 정말 소설도 잘 선택해서 읽으면 그 굉장한 혜안을 줄 수 있는 거죠. 저는 뭐, 소설 읽는것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잘 못 읽어서 그런 거지 저도. 네. 우리 이제 거의 끝나갑니까. 제가 말을 많이 해서.

    -가르치시는게, 직업이시잖아요. 책에서도 ‘고통 없이 배우는 것처럼 훌륭한 가르침이 없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정말, 고통 없이 배울 수 있도록 애는 쓰는데, 그, 왜 내 강의는 들어와서 다 중간에 나가는지.. (웃음) 나가면서 왜 나가느냐 하니까, 전공과목보다 더 힘들다, 그러면서 다 도망가는데, 하루도 뭐 선생님 과목은 뭘 안 하면 못 배기게 만들어놓아서 너무 힘들다. 그게 사실은 미국서 배운 제 짓인데, 미국 대학 수업이 다 그래요. 뭐, 우리처럼 그렇게 솔직하게, 그런 과목 있잖아요. 대충 가서 듣고, 시험 근처에 가서 이렇게 하고 시험 보고 끝나는. 미국의 과목은 대개 그렇게 안 되있거든요. 들들들들 볶아요. 한 학기 내내. 난 미국서 가르칠 때는, 수업은 정말 하루도 뭘 안 하면 안 돼요. 수요일날 밤에는 다시 학교 가서 다큐멘터리 영화 봐야되고, 일주일에 두 번 오후에는 discussion group에 들고, 또 뭐 하루는 오후에 실험해야되고, 오전에 세 번 강의 있지, 일주일 내내 수업에 뭐가 걸리는 거에요. 그런데 이게 하나만 그런 게 아니라, 수업받고 있는 다섯 개 모든 과목이 다 그러는 거에요. 정신이 없는거죠. 뭐, 딴짓할 틈이 없게 들들들들 볶으면서 대학을 다녀에 되는건데, 대한민국의 대학은 너무 널널하죠. 그래서 제가, 지금 대학생들 저는 한 10배는 조져야된다고 하고사는데, 너무 대학이 인제, 나도 그렇게 하고 다녔지만, 미국에 와서 보니까, 우리나라 대학 너무 널널해요. 너무 정말. 정말 안 된 얘긴데, 카이스트 요즘 학생들이 참 안 된 얘긴데, 자살은 미국 대학에, 좋은 대학에는 늘 있어요. 거기서 자살하는 건 정말, 정말 못 따라가서, 자괴감 때문에 자살하고, 이런 얘기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사실 그래서 자살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실은, 좀, 우리 대학은 너무 쉽다는 생각이 정말 들어요. 그런 점은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부터인가, 될 수 있으면 가르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일방적으로 배우는, 이게 효과가 별로 없더라구요. 그래서 가능하면 일방적인 가르침은 피하려고 애써요. 수업, 강의 별로 안 해요. 될 수 있으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서울대 있을 때도, 그런 수업을 개발해서, 했고, 뭐, 뭐라고 그랬나, 인간 본성의 과학적 이해라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냥 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뭐 하도록 만들었구요. 연대에서도 한동안 인간 본성과 생명윤리 이래서, 저, 몇 학기를 했는데, 거기서도, 연대학생들이 절 굉장히 많이 따랐어요. 좀 독특한 수업 형태라, 연대학생들이 조금, 계산을 잘 못 하더라구요. 영악하지가 않아. 많이 안 빠져나가고, 서울대 애들은 엄청 빠져나가고. 계산을 너무 잘해. 그래서 ‘아 여기 있다간 내 학점관리가 안 되겠다’ 해서 다 빠져나가고. 이대 와서는 지금 하는데 이대에는 지금, 애당초 안 들어와요. 너무 힘들다는 소문이 나서. 그 소문이 나서 그냥 조촐하게 해요. 이번 학기에는 그냥 사십 몇 명밖에 없어요. 이대에서는 제가 우연회라는 걸 만들어주고 하는데 더 자발적으로 하게끔. 이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잖아요. 학생들한테 다, 선배들이 여의도에 가 계신 분들이 많으니까. 이번학기에 내가 전부 국회의원으로 뽑아주겠다. 너희는 다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미안한데 국회의원은 시켜줄 수 있는데 보좌관은 못 준다. 그러니까 자기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거다. 보좌관 일도 하고 국회의원은 위원회 소속이 되어야 한다. 국방위원회 교육위원회.. 그러니까 이 위원회를 만든다. 그 위원회를 조직을 해서 굉장히 재밌는 걸 해요. 그러고는 학기말에 가서는, 우리가 학교에서 제일 복잡한 데다가 포스터를 3일동안 전시해요. 학교 사원들이랑 다 우리가 그 동안 해온 활동들 전시하면서 토론하고, 이런 자리를 갖는데, 굉장히 학생들이 재밌어해요. 자발적으로 해야되는거고, 그린 캠퍼스 위원회. 학교 캠퍼스를 어떻게 자연 친화적으로 바꾸는가, 이런 거 하는 친구들도 있고, 물 대책 위원회. 뭐 이런 것도 있고, 뭐 하여간 굉장히 다양하게 위원회 활동들을 하고, 작년부터는 또 어쩌다가 일본하고 뭐가 연결이 되어서, 일본 고베대학이 또 여자대학인데, 고베대학 학장님이 날 찾아와서 뭘 좀 같이하자고 졸라대서. 학기 다 끝난 다음에, 고베 대학은 4월부터 학기가 시작이라 그 때면 아직 안 끝났어요. 각 위원회에서 한 명씩 선발을 해 갖고 일본에 보내줘요. 포스터를 말아서 일본에 갖고 고베대학에서 또 포스터 전시하고, 고베대학 친구들과 같이. 그 친구들이 또 환경문제로 주민들과 같이 하는 그런 일 하고, 토론하고 오게끔. 일본에서 일본 고베대학은 현지 경비를 대고, 내가 비행기표를 다 사요. 이게 학교는 돈을 안 주니까. 나는 또 그걸 어떻게 해결하냐 하면, 그 고베대학에 원격 강의를 해줘요. 여기 앉아서, 그대로 앉아서 강의하면 고베대학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화면으로 날 보면서 수업을 들어요. 그 수업으로 받은 돈으로 나는 학생들 비행기 표를 사주고, 갖다와요. 굉장히 좋아하죠. 이렇게 하는데, 나는 그냥 수업은 ‘이런 일들을 하려면, 어떤 기본지식이 있어야 될까’ 인제, 여러 다양한 사회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 생태학적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것들에 대한 기본이 될 수 있는, 강의만 한 학기에 한 열 번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 정도만 군데군데 해주고, 외부 강사들 끊임없이 불러다가, ‘기획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 강의를 할 때도 있고 ‘자연 미술’뭐 이런 거 하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도 불러오고, ‘자연에서 뭘 볼 건가’ 하기도 하고. 사진하는 사람 불러다가 시키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찍는 사람도 불러오고, 그거 가지고 학생들이 우연회 활동 중에 영화도 만들고. 한 학기 수업하고 나면 이 방에서 종강 파티를 하는데, 다들 와서 되게 흥분되어있어요. 그래갖고 갑자기 전공 바꾸고, 그런 쪽으로 전공 바꾸는 사람도 생기고. 그, 사회에 나가서 NGO 활동으로 돌아버린 친구도 있고, 인생에 진로를 바꾸고 난리들을 치고 있는데 (웃음) 저는 그런 게 훨씬 효율적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되도록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건, 그건 뭐 textbook에, 교과서에 다 있고, 인터넷에 잘 뒤지면, 제가 한 시간동안 떠드는 내용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되는데, 그걸 뭐 할 필요가 뭐가 있냐 싶어서. 요즘은 안 해요. 그래서 주제만 던져주고. 수업에 점수 매기는 것 중에 하나가 자료 찾는 것도 점수화해요. 찾는 게 뭐 인터넷 뒤지고 책 뒤지고 도서관을 뒤지고 누가 더 많이 유용한 자료를 많이 올렸냐, 사이버 캠퍼스에, 그것도 다 점수화하고. 뭐 그걸 그냥 올리는 건 아니잖아요. 올리면서 이 자료는 이런 면에서 좋을 것 같다. 매 강의마다 24시간 이내에 강의에 대해서 자기의 생각을 한 페이지로 정리해서 내게 하고, 바쁘지. 수업 들으려면. 계속 뭔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거예요. 이 수업을 위해서. 그래서 ‘당연하지’. 근데 그렇게 자기가 직접 하니까, 굉장히 많은 걸 배운다, 그래요. 그래서 난 그걸 믿어요. 그렇게 되도록 그렇게 수업을 하려고 했어요.

    - 마지막으로 그러면, 저희 대학생들한테 이제, 선생님께서도 대학생이셨고, 학문의 길로 오셨는데, 저희한테 그런, 그 선배로서의 조언 같은 걸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뭐, 거창한 얘기보다, 그냥 ‘너무 조급하지 말자’는 얘기 하고 싶어요. 이게, 그냥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가지면, 대학 4년을 잘못하면 허송, 난 그걸 거의허송세월이라까지 표현하고 싶은데, 직장을 잡아야한다, 이거에 너무 목표를 세워놓으면, 마음이 조급해져가지고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직장을 얻기 위한 직업 훈련소 교육을 받고 대학을 나가잖아요. 아, 근데 그건 너무너무 섭섭한 거거든요. 인생에, 대학이라는 그 공간에 있는 그 4년. 어떤 사람은 5년, 난 그게 6년 7년이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시간은 다시 안 오거든요. 이제 살아보면, 저도 나와서 살아봤으니까,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이게 사회에 나오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 그 기가 막힌 시간을 고작 첫 직장 얻는 데에 쏟아붓는다, 그거 난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무지무지한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간에, 첫 직장 보다도, 이러다가 보면 제가 저,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 한다고.. 직장도 못 얻고, 이런 걸 방조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 앞으로 살아가야 될 70년을 다 좀 내다보면서, 정말 공부다운 공부, 기초 학문을 닦는 기간으로 보내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예전에 우리는 모르고 했어요. 언제 수업 한 번은, 저 동숭동 시절에는 첫날 학교 이제 들어가는데, 교문 앞에서 친구를 만났어요. 어우, 오랜만에 만나서 되게 반갑더라구요. 그 친구랑 얘기하다 보니까, 나는 아직 수업시간이 안 됐고, 그 친구는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까, 그 친구랑 얘기가 안 끝나서 걔 수업을 들어봤는데, 막 쇼펜하우어 하는 교수님, 막 철학 교수님이셨는데, 듣다보니까 걔랑 있고싶어갖고 수강신청 변경하고 그걸 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들었던 게 나중에 생각하면 굉장히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철학에 대해서 제가 뭘 알았겠어요. 그냥 재수시절에 염세주의자가 되어 갖고 그냥 쇼펜하우어를 한 권 읽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냥 수업 들어와서 이야기 듣는데, 그런 이야기를, ‘어?’ 그러다가 얘보다 내가 더 관심이 많아진 거예요. 그래서 첫 시간 듣다가 ‘나 이거 들을래’ 해서. 이게 말이 안 되는 짓을 한 거죠, 나는. 요즘 여러분은 상상이 안 갈 거예요. 친구랑 같이 있고 싶어서 과목 선택해서 들은 거예요. 그러니까 얼마나 그 당시에는 엉성했나, 그런데 그 엉성한 덕에, 지금 생각하면 제가 이렇게 만들어 진 거에요. 그러니까 그냥 탁 다듬어진, 생물학과 과목 다 듣고 나갔으면, 전 지금 뭐하고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도 이상한 짓을 많이 하다 보니까, 지금 그래도 통섭이라는 거를 이렇게 구상해내고.. 이런.. 그래도 폭이 좀 있는 그런 학자가 된 거죠.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 난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 때 그 20대 초반에, 아무것도 몰랐다. 철부지였다. 그게 너무 고마운거예요. 그때 너무 잘 알고 뭘 계획하고 이랬으면 다 그렇게 안 되었을 것 같은데, 너무 바보같아갖고 아무거나 막 해보고, 사진도 배운다고 돌아다니고, 별 짓을 다 한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제는 좀 그렇게 하기는 어렵구요. 여러분은 우리 때에 비하면 훨씬 많은 걸 알고 있고, 세상에 대해서 훨씬 많은 정보가 있고, 그렇게 그냥 몰라서 하기는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는데. 계획을 하더라도, 좀 대학 문을 나서기 전에 긴 인생을 바라보면서 준비하시기를, 어제 저녁에도 대학생들 만나서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참, 어떻게 보면 내 눈에는 한심해 보인다. 이 방 안에 앉아있는, 어제 인제 160명 앉아있었는데, 이 중에 절반은, 내가 생각할 때는 이 나라에 안 살 거다. 한반도에 안 산다. 이제는 그, 경영학자 Peter Drucker가 그랬던 것처럼 지식 유목민이 될 건데, job이 있는 곳을 찾아서 세계를 누비고 살 건데, 그럴 사람들이 기껏 지금 준비하는 게, 한반도의 스펙을 쌓고 있는데, 이게 터키에 가서 먹힐까. 쓸데 없는 짓을 하는 것 같다. 전 세계를 상대로 스펙을 쌓아야 한다. 한국 안에서 직장을 일굴 것 같지가 않다. 여러분은 보나마나 한 10년은 모로코 가서 살고, 한 5년은 볼리비아 가서 살고, 뭐, 한 또 몇 년은 미국 들어가서 살고, 몇 년은 국내 들어와서 살다가 이렇게 살거다. 그런데 기껏 지금 준비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쓸 수 있는 스펙, 요거 하나로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스펙을 쌓아라. 그게, 영어 잘해야 되구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해야 되구요. 유럽 가서 좀 일하려면,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는 꿰뚫어야, 얘기에도 끼어들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하나 하는게 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사는 사람들인데, 그 정도는 알아주어야 하는 거고, 그렇게 따지면 세계를 상대로 하는 스펙은 기초학문이에요. 역사 알아야 되고, 뭐 이런, 그렇게 좀 큰 그림의 스펙을 쌓지. 기껏 지금은 첫 직장 얻는데 목을 매고 앉아있는데, 과연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인생, 살아보니까, 길더군요. 살아보니까, 처음에 조금 뒤처지는 거,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서울대학에 처음 딱 부임을 했는데, 나이가 40이었어요. 그 때 벌써. 그 당시만 해도 서울대학, 전 뭐 그렇게 건방진 대학이 있는지, 천하에 어느 대학에서 교수를 했더라도 서울대학에 처음 오면 무조건 조교수로 시작하는 거예요. 근데 그 때 내 옆에 어떤, 미국에 Tennessee 대학에서 정교수 하던 양반이 그, 오신 거예요. 지금 뭐 한국은행 가서 일하시고 그러는데, 점잖아서 얘기를 못 해요. 총장님 다 알현하는 날이 하나 있었는데 쭉 신임교수들 40명 둘러앉았는데, 총장님 ‘학교에 뭐 건의하실 거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다들, 뭐 얘기 안 하잖아요. 또 건방지게 내가 한 마디 했어요. 그래서. ‘총장님, 그래서 제가 생각할 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분은 미국 Tennessee 대학에서 정교순데, 어떻게 서울대학이, 서울대학이 제가, 글쎄, Tennessee대학보다 솔직하게 더 좋은 대학인지 제가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이런 분을 조교수로 그냥 발령을 내냐. 제 생각에 이 분은 정교수로 발령을 내셔야 되고, 저도 부교수 정도는 받아야 되는 생각한다. 건방을 떨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총장님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총장님인데, 김종운 총장님이라고 영문과 교수님이셨는데, 참 점잖은 분이셨는데 ’최 교수님 그 말씀이 참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검토해보겠다.‘ 2년 후에 바뀌었어요. 그래서 직급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을 만드신 거예요. 서울대 내규를. 그래서 내 동창은 광주과기원에 있다가 나중에 왔어요. 그 친구 부교수로 온 거에요. 나는 조교수야 아직. ’아 내가 바꿔줬어,‘ 투덜거렸는데, 그 때, 그 친구가 부교수로 올 때 우리 동기중에 하나는 정교수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내가 서울대에 오고 2년 안에 내 동창은 정교수가 된 거에요. 나는 4년 더 있어서 부교수가 되고, 부교수에서 또 5년인가, 해서 정교수 되는 거더라구요. 그냥, 무지하게 늦은 거 아니에요. 그런데 뭐, 정교수 되고 나니까, 뭐 정교수 먼저 된 사람하고 나중 된 사람하고 차이 없는 거예요. 나도 정교수에요. 그래 이제.. 이건 off the record 인데 나 이제 석좌교수에요. 어떻게 보면 따라잡은 거예요. 에이. 처음에 늦는 거. 살아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더라구요 그거. 인생, 살아보니까 참 길구요. 살아보니까 기회도 참 많고,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길게 보고,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한 번 멋있게 살아봐요. 그거 뭐, 남들이 다 하라는 짓 하면서, 흔한 인생 살지 말고, 좀 나만의 멋진 인생을, 그런다고, 사실 뭐 굶어 죽지 않거든요. 서울대 나와서 참 굶어 죽기 힘들어요. 엄청난 노력하지 않는 한. 뭐지, 어제 잠깐 자기 전에 보고 잤는데, 헬로우 고스트, 그 영화를 보여주던데, 차태현이 죽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안 죽는 이야기를 보여주던데 그 보니까, 그냥. 뭐, 이건희 회장처럼 돈을 많이 벌려면 경우가 달라지겠지만, 먹고사는 건, 에이, 서울대 출신이 먹고 사는 걸 걱정한다는 건 그건 좀, 참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소박한 꿈꾸지 말구요, 한번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인생 사는 사람으로, 한 번 살아봐요. 가능합니다. 나는 뭐 그래도, 재밌게 잘 살고 있구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날 찾아 왔겠지만. 처음에는, 시작은 나도 참 어려웠어요. 대학에도 떨어지고,, 참 엎치락뒤치락, 그렇지만 살아보니까, 살아지더라구요. 남보다, 그 위화의 소설의 핵심인데, 인생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거다. 네, 살아져요. 한번 멋있게 살아보세요. 이상입니다.

  • 미이라수박 · 471153 · 15/10/03 07:55 · MS 2013

    스압...ㅠ

  • 수능만점궤도오르자 · 582500 · 15/10/03 22:35

    대종샘 인페르노모의 어디서 구하나요??
    서점가면 살 수 있나요? 아니면 다운받아야하나요?

  • 보보 · 576656 · 15/10/03 22:44 · MS 2015

    저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주문했어요

  • 보보 · 576656 · 15/10/03 22:44 · MS 2015

    헉 깜짝놀랐음ㅋㅋㅋㅋ오늘 가서 읽어보겠습니다

  • minsooooooo · 356938 · 15/10/03 15:54 · MS 2017

    음란마귀가 씌워졌나 노모라는 말부터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