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평원노룩점핑 커풀화1 [1016140] · MS 2020 · 쪽지

2023-12-08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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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능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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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년 전, 헤겔과 브레턴우즈에게 두드려 맞고 재수 실패의 쓴맛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나는 오르비에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보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없게 1년을 보내길 바란다.”

그때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과를 좃박았어도 저런 말이 나올까? 싶었다. 이 사람은 6, 9평에서 인설의였다가 수능에서 지방의로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의대였다.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작년 수능이 끝난 후 나는 다시 한번 아쉬움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기억나는 실수만 수학에서 무려 4개였다.

사수를 결정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수능이 끝난지 3일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했었다.

성적이 부족해서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목표였지만, 목표는 약대였다. 사실 남들에겐 말하지 않은 목표가 하나 더 있었다. 후회없이 공부하고 후회없이 시험을 치고 나와서, 어떤 결과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바꾸고자 하였다.

우선 가장 좋아하던 과목인 화학을 가장 싫어하는 과목인 지구과학으로 바꿨다. 그리고 삼수까지 한 번도 다녀보지 않았던 학원을 다녀보기로 하였다. 국어 수학 생명 지구까지 모두 다 다녔다.

국어는 그동안 전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이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과제가 너무너무 많았고 따라가기도 벅찼다. 그러나 결국 9평에서 독서를 다 맞으며 성공을 증명해냈다.

수학은 그 유명한 강기원의 강의를 들었다. 이것도 수업이 매우 어려웠는데 악깡버하기로 했었다. 특히 지수로그 함수와 미적분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는 매일매일 단어를 꾸준히 외우기로 하였다.

지구는 내신 때 이후로 처음이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시간 투자를 하고자 하였다. 이신혁 현강을 들으면서 유명한 인강 컨텐츠들까지 거의 다 풀었다.

수학과 지구과학은 내 노력에 보답해주었다.

수학은 백분위 99로 인생에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어딜 가더라도 내세울 수 있을만한 성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어와 영어는 또 다시 나를 배신했다.

국어 이 미친새끼는 결국 결국 결국 또 나를 배신한다. 4년간 수능 기준으로 4 4 3 3이다. 어디가서 약대 목표한다고 말도 못 꺼낼 병신같은 성적이다. 이럴거면 6 9평에 잘 보지나 말지.

영어는 어려웠다지만 한문제만 더 맞았어도 2였을텐데 너무 아쉽다. 나름 막판엔 정말 열심히 공부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올해의 실패 원인을 내게서 찾아보자면

1) 긴장을 많이하면서 국어시간에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2) 영어를 가장 많이 투자했어야 했다는 것.

3) 생명에서 너무 과하게 자신감을 갖고 까분 것.

이 있겠다.


시험장에서 제2외국어가 끝난 후 휴대폰을 받으며 생각했다.

올해는 나름 정말 후회없이 공부했구나. 시험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했구나.

이제야 그 말 뜻이 이해가 되었다. 어떤 성적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무 아쉽다. 노력과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성적표는 내 노력의 반도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회가 남지 않을 공부를 했다. 한계에도 부딪힌 것 같다. 다시 수능을 보더라도 이와 비슷한 성적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보다 잘 받을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수능을 다시 보게 될지 말지는 잘 모르겠다.

2주쯤 전까지만 해도 다시 보겠다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서 성적이 크게 변동을 하다보니 내가 과연 1등급,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고 있다.


사실은 수능 말고도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대학에 가서 드디어 학교생활을 해보고 싶고, 대학 축제도 구경해보고 싶고, 동기들과 같이 놀러가거나 치열하게 시험공부도 해보고 싶다.

서로 없으면 못 사는 그런 달달한 연애도 해보고 싶다.

수학 과외를 해보고 싶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배우는 학생이 나를 통해 수학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고 수학 성적이 오르는 기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돈을 잃기도 해보고 얻기도 해보면서 세상 사는데에 녹아들어 보고 싶다.

복싱과 mma를 열심히 수련해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도 보고 싶다.

이런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과연 나는 이대로 좋을까?

나는 너무나 약사가 되고 싶었다.

흰 가운을 입고 일하는 모습, 안정적인 고소득, 사회적 시선 등의 내가 좋아하는 약사의 모습도 있지만, - 나는 평생을 진로를 고민해왔다. 지금도 커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 약대에 간다면 약사나 제약회사에 취업한다는 나름 정해진 진로가 있다는 점 역시 크게 매력적이었다. 나를 언제나 어디서나 도와주는 내 소중한 친구들 중 대부분이 의대생인데, 내가 약사가 된다면 그 친구들과 늙어서까지도 계속 연락을 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내가 너무나 약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였다.

오랜만에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인 故 김광석 씨의 ‘서른 즈음에’를 들었다.

댓글을 보다보니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 어른들도 나처럼 젊었을 때는 꿈이 있고 목표가 있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이제는 나이먹어서 일만 하는 아저씨가 되어 계시더라. 그들은 젊었을 때의 자신에게 젖어있었다.

나도 세월이 흘러 그들과 같이 되지 않을까?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싫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나는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약사가 되더라도 이런 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약사가 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있으나 마나 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해빠진 사람 한 명이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와 함께 살 수도 없고, 너 없이 살 수도 없다.” 타투로도 많이 하는 라틴어 명언이라고 한다. 나는 약대에 가지 못할 것이다. 약대생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약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약사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젠 나이를 먹었다. 어른들은 아직 젊다, 하고 싶은 일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냐,며 말씀들 하시지만, 분명히 나는 나이를 먹었다. 꿈만을 좇기에는 현실에 부딪힐 시간이라는 것이다. 부모님이 꽤나 연세가 있으시다.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는 없다. 사실 올해도 지원을 하나도 안 받긴 했지만 아무튼 앞으로도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외려 앞으로는 내가 도움을 드려야 할 입장일 것이다. 이런 한계가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적어도 내가 나 사는 것만 걱정을 해도 되는 그런 환경이었다면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이런 생각들을 종합해보면 수능을 다시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약대에 갈때까지 혹은 약대에 미련이 없어질 때까지 응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긴장해서 국어를 자꾸 망치게 되는 내 성격을 고치지 못하면 다시 보더라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긴장을 좀 덜 할 수 있을지, 긴장을 해도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까지는 청심환을 때려먹는 방법을 사용했었다. 근데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먹어도 잠깐만 효과가 있고 금방 긴장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올해는 수능 전날 2개 수능 당일날 2개해서 총 4개를 먹었었고 심지어 국어시간 전에는 녹용이 들어간 더 효과가 강력한 것을 먹었었는데도 너무 긴장을 했었다.

국어에서 유독 긴장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측된다.

1) 지금까지 항상 국어에서 긴장을 했어서.

특히 22때 엄청나게 긴장을 해본 이후로 내게 국어는 트라우마 비슷한 무언가가 되었다. 그 이후로 국어 시험만 보면 긴장을 하게 되어버렸다.

2) 공부가 부족해서

내가 시험에서 긴장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구구단 시험에서도 긴장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구구단은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고득점을 맞을 수 있는 충분한 학습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국어는 사수째인 이제야 1등급을 처음 맞아봤으니, 공부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을 하는 것 같다,

3) 국어에서 모든게 결정돼서

수능은 하루에 모든 과목을 다 잘봐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과목을 못 본다면 그 다음 과목들을 잘 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첫 과목인 국어에 가장 많은 부담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3번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1번과 2번에서 나를 교정해야 하는데, 2번은 이제야 비로소 뭔가를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괜찮아질 것 같다.

1번을 교정할 수 있을까? 1번을 고쳐내지 못하면 앞으로 수능을 볼 필요가 없다. 보는 이유가 없다. 그런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쓰다보니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나는 고작 이딴 사소한 시험도 제대로 보질 못하는구나. 나는 평생 3, 4등급짜리 인간으로 낙인찍혀 살겠구나. 내가 원하는 직업, 내가 원하는 삶을 나는 얻지 못한 채, 평생 남에게 열등감만을 느끼며 살 수 밖에 없구나. 싶다. 너무나 슬프다. 내 모든 것을 걸고 공부했는데, 나도 그 누구보다도 이 시험에, 약대에 간절했는데. 세상에 노력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고작 중졸들이 보는 수능시험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재능없는 사람도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고 싶었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내 글이 그런 것 같다. 결론을 뭐라고 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한마디만 더 하고 마무리 지어야겠다.


나도 사실은 행복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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