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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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어를 가르치는 정연중입니다.
대부분 지금 시기에는 대입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겠지만,
한편으론, 재수를 결정한 학생들도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그 선택에 도움이 되고자 짧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본인이 재수를 생각하고 있다면
[재종/단과/독재]를 고민하기 전에
냉정하게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이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도 되돌아봐야 하겠지만,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국어 공부를 했는지‘도 꼼꼼하게 하나 하나 되짚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국어 공부의 방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을 써보았습니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의 지난 1년을 성찰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독서1. 맹목적으로 방법론을 추종하지는 않았는가?
용어의 정의에 표시, 역접에 표시, 통시적 흐름을 나타내는 어구에 표시, ‘단’ 혹은 ‘다만’과 같은 표현에 표시 ...등등 국어의 기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이러한 각종 표시들은
표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인지해야만 그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어의 정의’에 표시하는 이유는 이후 '본론'에서 그 용어의 정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용어의 정의가 기억이 안 나면, 슬쩍 올라가서 다시 읽고 본론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도 있겠죠.
이처럼 표시를 사용하는 ’의도‘를 이해하고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독해력에 오른 학생에게는
표시를 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문해력 향상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목표가 안정적 1등급이라면 정말 최소한의 표시만 하길 권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표시하면서 글을 읽지는 않았나요?
독서2. 성급하게 문장의 의미를 선결하지는 않았는가?
(문장1) 자연철학은 자연의 근원, 즉 아르케를 탐구하는 서양 최초의 철학이다.
위의 1번 문장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 문장에 담긴 의미를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o)
- 버릴 어구는 버리고, 필요한 키워드만 기억한다. (x)
예시) [자연철학=자연의 근원 탐구] → 자연의 근원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맥락으로 선결 (x)
글쓴이의 의도는 한 문장 내의 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에
한 문장만 읽고, 섣불리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결정해버리는 읽기 습관은 정말 위험합니다.
만약, 1번 문장에 이어서
(문장2) 자연 철학은 자연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탐구했던 신화의 시대와 달리, 인간 자신의 이성으로 우주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려 했다.
이러한 2번 문장이 이어졌을 때,
문장1과 문장2를 연결해서 읽어보면
글쓴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연의 근원(아르케)’ 그 자체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철학은 ‘초자연적인 힘’이 아닌 ‘인간 자신의 이성’으로 자연의 근원(아르케)을 탐구했기에
서양 ‘최초’의 ‘철학’이라는 지위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정도의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방법'으로 아르케를 탐구했는지가 더 중요한 맥락인 것이죠.
이런 식으로 필자의 의도 찾아가며 글을 읽어야 하는데,
문장의 의미를 한 문장 내의 정보로만 선결하는 오류를 범해서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서3. 문맥적 의미를 파악하는 사고가 누락되지는 않았는가?
(문장1) 자연철학은 자연의 근원, 즉 아르케를 탐구하는 서양 최초의 철학이다.
(문장2) 자연 철학은 자연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탐구했던 신화의 시대와 달리, 인간 자신의 이성으로 우주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려 했다.
(문장3) 이를테면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로, 아낙시네메스는 공기로 간주하였다.
이때 '탈레스'는 그저 탈레스가 아닙니다.
탈레스는 자신의 이성으로 아르케를 탐구했던 철학자입니다.
아낙시네메스도 마찬가지고요. (문맥적 의미 파악 - 문장2와 3의 연결)
나아가 탈레스는 '탈레스 자신의 이성'을 통해
아낙시네메스도 '아낙시네메스 자신의 이성'을 통해 아르케를 탐구했기에,
아르케가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이 서로 다르게 도출된 것 아닐까요?
(이 또한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문맥적 의미를 파악하지 않고,
그냥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의 읽기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서4. 글의 내용을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정리하지는 않았는가?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거시 독해와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미시 독해는 '선후의 관계'에 있습니다.
하나의 글을 읽을 때,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으로
글자(text)를 머리에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를 들어,
(문장1) 자연철학은 자연의 근원, 즉 아르케를 탐구하는 서양 최초의 철학이다.
(문장2) 자연 철학은 자연을 초자연적인 힘으로 탐구했던 신화의 시대와 달리, 인간 자신의 이성으로 우주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려 했다.
(문장3) 이를테면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을 물로, 아낙시네메스는 공기로 간주하였다.
(문장4) 그러나 소크라테스 시대에 이르러 인간의 철학에서는 철학의 관심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전환되었다.
이때 윗 단락의 뼈대는...
(1)신화의 시대 → (2)자연철학 → (3)소크라테스 시대 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살을 붙이면,
(1)신화의 시대와 (2)자연철학은 모두 '자연'의 근원을 탐구했고
(3)소크라테스 시대에는 '인간'을 탐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살을 더 붙이자면,
(1)신화의 시대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자연을 탐구했고
(2)자연철학은 '인간 자신의 이성'으로 자연을 탐구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3)도 인간의 ‘철학’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으므로
'자신의 이성'을 통해 '인간'을 탐구하는 철학이 아닐까? 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뼈대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글의 내용을 정리해야
여러 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하나의 글을 온전히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글의 내용을 뼈와 살로 구분하며 정리하려고 했나요?
독서5. 항상 물음을 던지며 글을 읽었는가?
독자가 글을 읽으며 드는 의문(물음)의 종류에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무엇(What)...?
2. 어떻게(How)...?
3. 왜(Why)...?
반대로 이러한 의문(물음)이 글쓴이에게는 서술의 방향이 되기도 합니다.
1. 자연철학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도 있고
2. 자연철학이 아르케를 탐구한 방법이나 구체적인 탐구 과정을 설명할 수도 있고
3. 자연철학이 자연의 근원을 탐구한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이러한 궁금증(무엇/어떻게/왜)을 갖게 되면
머릿속에서 생각의 확산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궁금했던 내용과 유사한 결의 내용이 실제로 서술되면
머릿속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면서 글이 아주 흥미롭게 잘 읽힐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1~3의 내용을 전혀 궁금해 하지 않은 상태에서
1~3에 관한 내용이 후술된다면
그때는 완전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는 셈이니
당연히 글을 읽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겠죠.
...지적 호기심을 갖고 글을 읽으려고 노력했나요?
독서6. 의미가 서로 같은 말을 '연결'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글쓴이가 의미가 유사한 맥락을 써내려 갈 때
앞 내용을 '반복'할 때도 있고,
앞 내용을 '재진술'할 때도 있고,
앞 내용을 '구체화'할 때도 있고,
앞 내용을 '추상화'할 때도 있습니다.
위의 경우처럼
의미가 유사한 말이 반복되면, 읽기 속도의 '가속'이 일어나야 합니다.
반대로 의미 범주가 다른 말이 서술되면, 읽기 속도의 '감속'이 일어나야겠지요.
이처럼 글의 의미가 '지속되는지' 혹은 '전환되는지'에 따라
읽기 속도의 조절이 일어나야 합니다.
비단 이것은 독서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의 글에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특히, 산문은 글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이러한 '읽기 속도의 조절'이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1년 동안 국어 문제를 푼 뒤 오답할 때,
...가속 구간과 감속 구간에 관해 충분히 성찰했나요?
독서7. 의미가 서로 다른 말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글을 읽을 때
기존의 내용과는 다른 '새로운 내용이 서술되는 순간'을 인지하려면
즉, 화제가 달라졌음을 인지하려면
독서6에서 얘기했던 '같은 의미의 내용을 연결하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다른 의미의 글이 서술되는 '그 순간'을 명확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처럼 글이 서술된다고 했을 때,
a
A
에이
첫 번째 알파벳
B
이때 'B‘가 'a'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려면,
'a'가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a', 'A', '에이', '첫 번째 알파벳'이 모두 유사한 의미라는 것을
인지할 정도의 이해도를 전제해야 합니다.
기출(2022.예비수능.동일론/이원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좋겠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독서8. 의미가 서로 다른 말의 '관계'를 파악하며 읽었는가?
'관계'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공통점은 두 대상을 연결하고,
차이점은 두 대상을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와 딸기가 있다고 했을 때
사과와 딸기는 모두 '과일'이지만
'크기'를 기준으로 두 대상을 생각해보면
사과에 비해 딸기는 작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두 대상을 연결하는 것을 공통점(과일)이라 부르고
두 대상을 구분하는 것을 차이점(크기)이라 부릅니다.
물론, 공통점과 차이점에 의해서만 '관계'가 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포함 관계, 인과 관계, 나열 관계, 수단과 목적...등등 정말 많습니다.
...이러한 '관계'들을 명확히 규정하며 글을 읽었나요?
독서9. 서론과 본론을 구분하며 글을 읽었는가?
비문학은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 고등학생인 독자는 이러한 전문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글쓴이는 이러한 독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전문 지식(본론)'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서론)'을 먼저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흔히 빌드업(build-up)구조의 글을 자주 씁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컴퓨터 화면의 해상도'를 주제로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예상 독자는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픽셀’의 개념이 '해상도'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배경 지식이라면
글쓴이는 '픽셀(서론)'을 먼저 설명해야만
'해상도(본론)'에 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현재 읽고 있는 맥락이 서론임을 인지하며 읽고,
결국은 서론과 본론을 연결해서 필자의 궁극적 의도를 파악했나요?
마지막 10. 지난 수험 기간 동안 이러한 성찰을 끊임없이 치열하게 했나요?
지난 1년 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면,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들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많이 부족했던 것이겠죠.
하지만, 반대로 채울 부분이 많고 올라갈 곳이 높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정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면,
앞으로는 더욱 더 치열하게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을 기억하고, 마지막을 꿈꾸길 바랍니다!
또, 재수를 결심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문학을 제대로 공부했는지 성찰할 수 있는 짧은 글도 써보겠습니다.
국어 강사 정연중
現 대치 오르비
現 대치 예섬
現 분당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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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칭찬으로 이해하겠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