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능으로 마치며-감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5257675
대입의 감회(1) – 기쁨, 슬픔, 무미건조함, 의문 중 1번 의문 – 다른 감회의 도입부.
대입의 삼 년. 첫 해는 고등학교의 교실, 둘째 해는 재수학원의 자습실, 셋째 해는 대학교의 강의실(물론 정말로 수업 중의 강의실에서 수학책을 폈다든가 이런 건 아니다). 현역과 재수와 반수. 한 해의 365일 모두가 당해 11월 둘째 주의 목요일에게 굽신거렸다. 그 기세등등한 ‘목요일’ 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는 것이 21년부터 23년 달력의 캐치프라이즈였던 것이다.
벗어났다는 것을 무어라 생각하는가. 맴도는 느낌, 큰 강을 타고 흐르다가 갑작스레 지류로 갈라진 물줄기의 심정. 강은 바다로 흐를 것이나 이 지류는 고인 웅덩이를 향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게다가 힐끗 옆을 보면 여전히 강은 눈에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S자로 굽이치는 물줄기는 시기마다 유속이 달라진다. 4월에는 영영 고일 듯 미적거렸다. 6월은 죽 긋는 omr처럼 빠르게 질주하다가 9월에는 늪처럼 질척이며 정체된 자신에 대해 우울하였다.
지류는 순환선이어서 일 년에 딱 한 번 – 갈라진 그 자리, 드넓은 강과 내가 지금 갇힌 이 물줄기를 구분짓는 토사가 가장 얇은 곳을 거쳐간다. 나는 몸을 부딪혔다. 허물려고 몸을 부딪혔다. 다시 강으로 가겠노라고 그리도 부딪혔다. 얇은 아니 얇은 줄 알았던 얇아야만 하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얇을 것만 같은 흑백 시험지의 겉면에 직경 0.5의 흑연을 마구 부딪힌다.
이것은 지류가 맞는가? 나는 묻는다. 강은 바다로 가는가? 나는 애써 묻는다, 정말로 강이 바다로 갈까? 아마 그렇겠지 그게 중력이라는 것인데 – 지구과학의 답변이고 나는 울 것만 같았으나 아직은 울 수 없어서 꽉 눌러놓고는 다시 한 번 ‘그렇다면 지류는?’ 물었는데 그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알 리가 있나 교육과정 밖이니 고여서 썩든가 뭐 알 바인가’ – 하고는 ‘설마 이번도 그 얇은 것을 뚫지 못하였는가?’ 하고 유심히 백분위를 관찰하여 나는 결국 울었다. 22년이다.
한 해를 다시 빙 돌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지류였으나 죽 앉은 동기들에게 이것은 지류가 맞는가? 무도들 웃었다. 같은 물줄기를 타면서 모두가 웃는다. 나는 삶을 개척하는 이들을 23년 몸담은 이 대학교에서 몇 명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바다? 아마 그런 걸 보면 이 끝에는 바다가 있으려나.
그러나 여전히 순환선을 타는 기분이었고 나는 다시 한 번 두드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디어 무너졌다. 옛적 그 수온이 피부에 와닿는구나. 아직 가채점뿐이지만 나는 몇 통의 전화를 돌렸고 두 번의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이 강 또한 어떤 거대한 것의 지류가 아닐까 하는 – 다음 단계의 느낌. 365일이 캐치프라이즈 없이 그저 365일인 나날이 존재할 것인가? 곱씹으며 전화를 돌리는 나.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누군가에겐 20대의 소중한 1년이 투자된 결실인데 오르비에서...
-
1. 이명학 신택스 고2모고 3등급이 들을만 한가요? 일리는 들었습니다 2....
-
술먹으러왔는데 1
음악이 너무 시끄러워..
-
3시 전에만 자면돼..
-
바르고 나면 구내염 자리가 더 이상 아프진 않은데 감각이 사라진 게 자꾸 신경쓰여서...
-
이걸보고 모 커뮤에서 만들어낸 짤
-
외대 vs 시립 24
차피 원서 전부 극극안정으로 넣어서 외대랑 시립대 중에 선택해야하는데 개인적 선호...
-
그냥 내일 할까 15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
오르비 6
노잼
-
바이바이 11
공부할게 진짜
-
차단 9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
원서 지손으로 써봤으면 상황 자체보단 지금 커뮤니케이션이 중점인데 뭔 사후적으로...
-
아. 5
뺏고싶은 레어 생겻는데 덕코 다 썻네
-
흠..
-
그런 ㄱㅇ같은 다정함 (웅, 쟈기야) 말고 그냥 말 한마디 해도 따듯하게 해주는...
-
항상 감사하다
-
솔직히 수업 참여도도 제가 받은 학생 중 제일 떨어지는데 일단은 과제에 관해서만...
-
자야지 6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자야지...
-
제 3~4 센터백으로 쓴다 안쓴다
-
세종런이란? 자교 학식이 맛없음을 인정하고 옆학교 학식을 도식(盜食)하러 가는...
-
아 너무 졸려 1
-
법조계 사람들은 다 저렇게 말하는건가 댓글은 많은데 해명된건 하나도없네 서강대 인문...
-
변한 건 없니 3
날 웃게 했던 예전 그 말투도 여전히 그대로니
-
인생을 베팅
-
언제일까요
-
이새끼 지금 큰거 준비하고 있는게 안봐도 비디오다 그거보고 다들 풀악셀 밟으쇼 ㅇㅇ...
-
맞나?
-
조교에 미련이 너무 남아서 이번수능 쳐야겠어요 대학 업글 목적은 아니고 그냥 조교가 너무 하고싶음요
-
아아 7
마이크 테스트
-
을지대 의대 지역인재 기균 882.n점 합격 가능한가요? 지금 점공 상황이...
-
차단 ㅇㅈ 10
"이걸 보는 너"
-
차단ㅇㅈ에 15
나 있는걸 보게되면 너무 슬플거 같음… 그래서 막 글 들어가는것도 망설여짐 나 있을까봐ㅠㅠ
-
레어가 이렇게 많이 풀리고 오르비언들이 이렇게 레어를 많이 사간 적이 또 있을까
-
서성한경영급?
-
진짜 약속의 6시
-
진짜 빼야해.. 걍 음료랑 간식만 끊고 운동해야지
-
아시는 분 있는지
-
치킨 시켰는데 무슨 븅신같은 치킨이 와서 좀 따질려고 전화 걸어보니 사장이 내 전번 차단해둠.
-
"니네 학교 개작아서 캠퍼스 투어 10분컷" "홍익미대 아니였어? 공대가...
-
원서접수 전이랑 여론이 다를까 궁금하네
-
... 0
돈 받고 일하시는 분이 이런 말을 하시는게 맞나 싶습니다... 그것도 학생들의...
-
아무한테도 차단 안당하고싶어!!
-
사탐런 .. 19
경한 + 이의 목표로 사탐런 할까요 구냥 ? 생1진짜 너어무 안맞고 화1은 이제...
-
유명한 사람이었구나 아니 ㅅ3ㅂ 있지말아야할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더라고.....
-
21122 0
언매 미적 사문 세지 92 96 94 94
-
스초생 땡긴다 2
내가갈때만딸기가없어서샤인머스캣쳐올라가있음ㅆㅂ
-
ㅇㅇ
-
.
잊음을논함보다 잘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