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수능으로 마치며-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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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의 감회(1) – 기쁨, 슬픔, 무미건조함, 의문 중 1번 의문 – 다른 감회의 도입부.
대입의 삼 년. 첫 해는 고등학교의 교실, 둘째 해는 재수학원의 자습실, 셋째 해는 대학교의 강의실(물론 정말로 수업 중의 강의실에서 수학책을 폈다든가 이런 건 아니다). 현역과 재수와 반수. 한 해의 365일 모두가 당해 11월 둘째 주의 목요일에게 굽신거렸다. 그 기세등등한 ‘목요일’ 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는 것이 21년부터 23년 달력의 캐치프라이즈였던 것이다.
벗어났다는 것을 무어라 생각하는가. 맴도는 느낌, 큰 강을 타고 흐르다가 갑작스레 지류로 갈라진 물줄기의 심정. 강은 바다로 흐를 것이나 이 지류는 고인 웅덩이를 향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게다가 힐끗 옆을 보면 여전히 강은 눈에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S자로 굽이치는 물줄기는 시기마다 유속이 달라진다. 4월에는 영영 고일 듯 미적거렸다. 6월은 죽 긋는 omr처럼 빠르게 질주하다가 9월에는 늪처럼 질척이며 정체된 자신에 대해 우울하였다.
지류는 순환선이어서 일 년에 딱 한 번 – 갈라진 그 자리, 드넓은 강과 내가 지금 갇힌 이 물줄기를 구분짓는 토사가 가장 얇은 곳을 거쳐간다. 나는 몸을 부딪혔다. 허물려고 몸을 부딪혔다. 다시 강으로 가겠노라고 그리도 부딪혔다. 얇은 아니 얇은 줄 알았던 얇아야만 하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얇을 것만 같은 흑백 시험지의 겉면에 직경 0.5의 흑연을 마구 부딪힌다.
이것은 지류가 맞는가? 나는 묻는다. 강은 바다로 가는가? 나는 애써 묻는다, 정말로 강이 바다로 갈까? 아마 그렇겠지 그게 중력이라는 것인데 – 지구과학의 답변이고 나는 울 것만 같았으나 아직은 울 수 없어서 꽉 눌러놓고는 다시 한 번 ‘그렇다면 지류는?’ 물었는데 그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알 리가 있나 교육과정 밖이니 고여서 썩든가 뭐 알 바인가’ – 하고는 ‘설마 이번도 그 얇은 것을 뚫지 못하였는가?’ 하고 유심히 백분위를 관찰하여 나는 결국 울었다. 22년이다.
한 해를 다시 빙 돌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지류였으나 죽 앉은 동기들에게 이것은 지류가 맞는가? 무도들 웃었다. 같은 물줄기를 타면서 모두가 웃는다. 나는 삶을 개척하는 이들을 23년 몸담은 이 대학교에서 몇 명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바다? 아마 그런 걸 보면 이 끝에는 바다가 있으려나.
그러나 여전히 순환선을 타는 기분이었고 나는 다시 한 번 두드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디어 무너졌다. 옛적 그 수온이 피부에 와닿는구나. 아직 가채점뿐이지만 나는 몇 통의 전화를 돌렸고 두 번의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이 강 또한 어떤 거대한 것의 지류가 아닐까 하는 – 다음 단계의 느낌. 365일이 캐치프라이즈 없이 그저 365일인 나날이 존재할 것인가? 곱씹으며 전화를 돌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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