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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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수능 93 66 3 5 5
24 수능 66 60 2 48 39(사탐으로 변경)
왜 그렇게까지 낙관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재수가 성공할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수학은 무조건 작년보단 잘 받을거라는
교만한 확신이 있었다. 나 정도면 꾸준히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나, 대충 사설 모의고사 풀어봤는데
90점대 나오니까 괜찮겠지. 서울대 합격해버리는 거 아냐?
뭐에 홀린 것처럼 마음은 붕 떠있었고, 수학 단과 학원 선생님의
조언과는 정확히 반대로 공부할 때 나에게 아주 관대했다.
자기객관화를 못한 채 당당하게 예비소집일날 졸업한 고등학교를 찾아가 2학년때 담임선생님을 마주쳤었다. 선생님은 내 자신만만한 태도에 놀라셨던 것 같다. 잘되면 플랜카드 걸어주는거냐며 거들먹거리는 나에게 선생님은 당연하다며 수능 잘보면 꼭 좀 연락 달라고 거듭 말하셨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나는 벼가 아닌 무언가였는지, 익지 않고 썩어버린 벼였는지 잘 모르겠다.
나태했으며 오만했다. 현실과의 괴리를 무시하고 망상했다.
여태까지 정신병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가볍게 시작했으니
가벼운 결과가 손에 쥐어지는것,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은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그로인해 가벼운 결과를
받는 것도 수능이라는 시험에서는 있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수능 전까지 허언하며 부모님과 주변 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내가 패잔병처럼 집에 돌아와 방에 숨었을 때, 부모님은 조심스러워하시며 어떤 말도 잘 하지 못하셨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냥 웃고넘기자 생각하여 거실로 나가 웃으며 작년보다 더 못한 대학을 갈 것 같다 말했다. 엄마는 자세한 성적을 물으시며 화가 난 듯 했다가 또 웃기도 했다가 “뭐야 그게..맥 빠져..진짜 맥이 빠진다.” 라고 말하셨다. 가슴이 철렁했다. 맥이 빠진다는 말에 나도 피가 쭉 빠지는 듯 했다. 나는 이제 끝난 수능에 별 생각이 없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부모님 몰래 25수능 19패스를 구매했다. 눈물이 흘렀다. 수험장에서 쉬는시간에 화장실에서 조용히 흘렀던,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 하염없이 흘렀던, 방에서 숨어있는 동안 흘렀던 눈물이 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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