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때 일이었는데, 내가 정말 잘못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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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요약
1. 초딩 때 반에서 계주를 뽑기 위해 달리기 시합을 함.
2. 본인 반에서 1등함, 하지만 우리반 자타공인 달리기 1위였던 친구 A가 세레모니하다가 1등 뺏긴 거라고 우김
3. 선생포함 모두가 나를 욕하고 압박주면서 결국 A에게 계주자리를 넘겨주게 됨.
초6 때 일이었는데, 20살인 내가 써봄. 그당시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13살이던 나를 이렇게라도 위로하고자.
때는 운동회 직전, 계주를 뽑기 위해 우리반 애들 모두가 운동장에 모여 조를 나누어서 달리기 시합을 함. 그당시 우리반에서 계주가 될 거라는 말이 돌던 한 명의 친구가 있었음(편의상 A로 칭함). 나역시 그당시 매우 빠른 편에 속했으나, 반에서 조용하게 지내던 타입이라 알려지지 않음. 조를 뽑았는데 나랑 A가 같은 조에 걸렸고, 사실상 다른조 결과는 무의미했음. 나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우리조 결과도 뻔하다고 생각했겠지.
총성이 울리고, 예상대로 A가 1등으로 달리기 시작함. 속으론 내가 이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나역시 그친구가 그리 빠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음.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스퍼트를 내다보니, 결국 그친구를 역전하기에 이르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내가 1등이 됨.
그즉시, 그친구가 항의하기 시작함. 본인이 1등으로 달리다가 너무 신난 나머지 결승선을 앞에두고 두 팔을 위로 뻗는 세레모니를 하다가 1등을 억울하게 뺏긴 거라고 주장함. 인싸였던 그친구의 말에 주변 친구들이 동조하기 시작하고, 결국 선생은 재대결을 명함.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음. 그러나 운동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었던터라, 나는 꽤 오랜 기간을 버텨야만 했던 상황이었음. 당연히 다음 날부터 온갖 뒷담이 들리기 시작함. 그러나 나는 이때가 아니면 언제 계주라는 걸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었음. 그러던 어느때 선생이, "반에서 가장 빠른 친구가 계주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말을 들은 나는 " 분명 계주를 뽑기 위한 달리기 시합에서 이겼던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다시 시합하고 싶지 않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세레모니를 했던 넘어졌던 누군가의 의도적 방해가 아닌, 자기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국 시합에서 졌던 건데, 그건 정당한 결과가 아니였나 싶음. 그러나 그당시에는 이런 생각은 전혀 못했고, 그냥 내가 계주가 하고싶었음. 이기적인 생각이었지. 내가 옳아서 버티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음.
결국 운동장으로 강제로 끌려가 재시합을 하게 되었을 때도 나는 의도적으로 춤을 추며 달리는 식으로 재시합을 거절함. 그러던 중 운동회 전 예비 달리기 시합 날이 있었는데, 이때 사건이 터짐.
각 반의 계주들끼리 모여서 바톤터치 달리기시합을 했었는데, 이때 내가 심하게 미끄러지면서 바톤을 더 빨리 받았음에도 역전당함. 마지막주자였던 터라 결정적 잘못을 했다고 할 수 있음.
모두가 나를 비난함. 이당시 내가 미끄러졌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당시 내가 미끄러졌다는 사실을 말해도 호소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아무 말도 못하게 됨. 그대로 난 온갖 비난을 받았고 선생은 말리지도 않았음. 난 그대로 멘탈터져서 다 챙겨서 집으로 갔고 그제서야 선생이 나를 불렀지만 그냥 무시하고 집으로 옴.
그 일로 결국 계주는 그친구가 뛰게 되었고, 운동회 때 계주에서 승리하게 됨. 이후로 나는 계속 조용히 지내게 됨.
이제는 그냥 추억으로 남게 된 일이지만, 그당시 위로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이 온갖 비난과 선생의 암묵적 동조에 멘탈터지던 어린 나를, 지금 20살이 된 나라도 위로하고자 이렇게 글을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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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딱히 잘못한건없는듯?
약간 원펀맨 가로우흑화스토리같은데 힘내세요 초딩새끼들이 뭘알겠습니까
감사합니다 ㅋㅋㅋ 성장한 제가 위로를 받으니 마음이 뒤숭숭하네요 이렇게 글 보니까 어렸던 제가 다른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3인칭으로 위로나 해주고 있어요
세레모니하다가 1등을 뺏겨? 혹시 그 친구 지금 롤러스케이트 선수인가요?
게이야 ㅋㅋㅋ
그친구 올해 같은 고등학교 졸업식 때 한 번 봤고 친구들이 연결되어 있어 언젠간 볼 것 같고, (최소 소식은 들을 듯합니다) 그당시 선생님은 곧 뵈러갑니다.
욕먹으면서 나갔으면 실수안하고 잘했어야되는건 맞는듯
이도저도 안되면 천하의 개새끼 취급받는게 사회의 쓴맛이라
저도 그당시 슬펐던 게, 제 잘못임이 명백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거였기도 했어요. 잘했어야 하는 건데 그건 지금도 아쉽네요
일단 선생님이 잘못한듯
선생님이 잘못했다라는 말을 7년만에 처음 들어보네요. 감사합니다.
세레모니땜에 졌다고 하는건 철없는 행동이긴 한데 초딩때니까 그렇다쳐도
진짜 재시합 시키는건 좀 이상하네요..
감사합니다. 그당시 선생님도 임용고시 합격 후 첫 경험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인싸 아이의 기에 눌린 것도 있던 것 같아요
일단 확실한건 님잘못은 아님
인성이 터진게 저 달리기 1등 친구인지 아니면 그걸 부추긴 다른 사람들인지는 고민해 볼 만한듯
둘 다 맞는 것 같습니다. 7년이 지났음에도,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는 명목으로 내가 그 친구 상황이었다면 나도 계주를 하고 싶은 마음에 우기지 않았을까하며 그친구를 옹호하고 있는 제가 밉네요
그런 양쪽을 조율해줘야 하는게 선생님인데.. 한쪽 편을 들어줬으니 교육자로서 잘못한 것 같네요
방치하신 건 너무하지 않으셨나 생각하긴 합니다
???: 과탐 50점인데 기뻐서 세레모니하다 마킹을 모댔어요 뿌에엥
ㅋㅋㅋ 사실상 이거랑 다를바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