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푸치노라떼 [1146018]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10-23 18:22:59
조회수 4,085

아무리 의대증원 어쩌고 해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4849944

한 줄 요약 : “원래 의대를 지망하거나 별다른 목표가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증원한다는 얘기만 듣고 공대에 덥석 가지 않았으면 한다”



의대 성적 나오는데 별 생각 없이 설공 간다던가 그러는 사람은 안 나오길 바랍니다


천 명 늘려도 당연히 한국 내에서의 지위는 비교도 안 됩니다


‘의대는 커리큘럼이 힘들어서 난 못 가겠다... 설공 가면 탈조선 쉽고 인공지능만 조금 발 담궈도 서로 모셔가려고 안달난 거 아님?’ 따위의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애초에 정시로 설공을 가서 영과고 동기들 이기기가 매우 어려울 뿐더러, 유학 후 탈조선 루트 자체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습니다. 오셔서 최소 상위 10% 이상 할 자신 없으시면 그 루트는 생각 안 하시는 게 낫습니다.


인공지능 조금 발 담궈도 서로 모셔가려고 한다... 같은 식으로 뭔가 컴/전기에 대한 환상 비슷한 게 있는 경우도 있는데, 와서 살짝 발 담궈보시면 내가 왜 그 분야 못 하는지 알게 됩니다.


제대로 인공지능 배우려면, 당연히 대학원 가야 합니다. 주변에 의대생 친구들이 많아서 의대 본과 엄청 힘든 거 충분히 알고 있는데, 대학원생도 그것에 비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개발자가 대우 좋다 취급 좋다고 해도, 그건 일반적인 직장인 중에서 재택/각종 복지 등의 혜택이 좋다는 얘기인 거지, 당연히 의사랑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본인이 사회적 지위에 민감하다면, 오시면 안 됩니다. 


그럼 상경 쪽은 어떤가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공대보다 커리큘럼 자체는 편하긴 합니다. 다만, 이쪽도 해외로 빠지려면 매우 고통스러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으며, 한국에서 전문직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의사 하위호환입니다. 명예를 중요시하시는 분이라면, 이쪽에서 고시류나 한은... 그쪽으로 가시는 분들도 있는데 당연히 이쪽은 돈보다 명예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그 학문을 한다는 것만으로 나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지위상의 불이익, 금전적 불이익, 상대적 박탈감 등의 모든 요소를 커버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오셔도 됩니다. 또는, 나는 절대 수술이나 해부 등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하겠다... 그러면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의대가 증원되어서 이제 의대도 한물 갔다... 그런 생각으로 올해 설컴/설전기/설통계 등지에 원서를 쓰시면 아마 높은 확률로 후회하실 것 같습니다. 아무리 꺾여도 의사는 의사입니다.


물론,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증원되는 만큼 지금 매수하면 고점매수다... 그래서 지금 들어가면 손해보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설컴이나 설전기 입결은 몇 년 전부터 계속 아웃풋에 비해 고점이었습니다. 설공 들어오신다고 고점매수를 안 하시는 게 아닙니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이후 정부들에서 의대를 아무리 난도질한다고 하더라도, 공대보다는 기댓값이 높습니다. 당연히 기존에 공대 지망하던 분들께 의대 가라는 의무새 논리가 아닙니다. 원래 의대 가려던 분들이 이번 증원 소식을 보고 공대도 괜찮나? 라고 바꾸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수시와 정시 간에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제가 생각하는 정시생의 가장 큰 장점은 “진로를 바꾸는 것이 자유롭다”라는 점입니다. 수시로 설공(대체로 높공)에 들어온 학생들은 의대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영과고는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그러나,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의대에 대한 선택권이 있던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혹시나 이번 증원 계획을 보고 진로를 급하게 변경하려는 분이 계실까 염려되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의대는 꿈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거의 항상 옳다고 생각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