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론] 조금 쓴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466386
타 사이트에서 갓 쓴 따끈따끈한 글인데 반말을 존댓말로 바꾸기가 귀ㅊ...... 그리하여, 그냥 긁어오겠습니다.
일전에 페북에 술마시고 끄적한 똥글이 하나 있다.
<자유의지와 허상>
사람들의 결정이, 자신도 의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행해진다면, 그 결정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이에 대해서 재미있는 실험을 두 가지 소개해보겠다.
1970년대, 한스 콘후버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움직이도록 했다. 그런 다음 집게손가락을 움직이는데 걸린 시간과, 뇌 속에서 전기적인 신호가 활동한 시간을 측정했다. (머리에 전극 설치후 시간 측정) 그리고 측정 결과, 집게손가락을 움직이기 조금 전에 '판단'에 해당하는 피크, 즉 자유의지의 결과물로 추정되는 전기적인 스파크가 집게손가락을 움직이기 약 1초 전에 감지되었다. 그는, 이를 readiness potential이라고 불렀다.
1986년, 벤자민 리베트는 이 실험을 이어받아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아무 손가락이나 하나 위로 올려보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대뇌에서 '손가락을 올리겠다'고 결정하기 약 0.2초 전에 readiness potential이 감지됨을 확인하였다.
하나의 선택이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겠다고 결심하기도 전에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결정된다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뇌 속에서 이미 선택이 미리 결정되어버린다면, 우리가 의식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단순히 허상은 아닌가? 자유의지는 단순히 무의식을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겨난 착각일 뿐인가?
슈퍼사이징. 다들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용어일거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정말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단품 몇 가지를 세트메뉴로 묶어서, 가격할인을 해준다는 이점으로 소비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늘이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논리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꽤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인강을 예시로 들어볼까.
프리패스. 사설 인강의 ebs화 자체는 좋은 것일테다. 정말 인강 그 자체만 두고 보았을 때, ebs인강보다 훨씬 전달하고자 하는(가르치고자 하는)바가 명료하고 흐름이 매끄러운 강의는 분명 있으니까. EBS라는 도구와, 사설인강이라는 두 가지의 도구를 모두 자유재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소비자 입장. 기업 입장에서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충동구매를 유발. Skyedu를 시작으로 올 프리패스라는 것을 판매. 모토는 "학생들을 위하여 야심차게 준비" (믿음의 영역...이건..)
그렇다면, 잃는 것은 무엇인가? 수험생들의 논리적 판단력.
9평 점수가 나오질 않는다. 시퍼런 눈알 달린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공부법을 추천받는다. 모 강사와 모 교재를 추천받았다. 모 강사의 풀커리를 모두 탔는데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저 사람들과 나의 차이는 사설인강 풀커리"라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한다. 인강 풀커리가 100만원이 넘어간다. 너무 비싸다. 프리패스를 신청한다. 개념 강의를 듣는다.
자, 여기서 당신의 자유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당신의" 학습법인가?
이 사람이 정말 성적이 얼마나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인강이 가장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정말 자신과 너무 잘 맞는 듯한 강사의 개념인강과, 마지막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마무리 인강 정도. 문제풀이 인강의 의도를 솔직히 난 모르겠다. 풀어볼만한 소스가 다 떨어져서, 교재만 구입해서 푸는거면 몰라도.
최고의 학습법은 없어도, 최적의 학습법은 존재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대체로 기본개념 ㅡ> 문제풀이 ㅡ> 마무리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 큰 틀을 따른다는 것 또한 다년간의 수능준비를 통해서 겪어온 내 경험.
기본개념이야, 조금 더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사설인강을 활용한다고 하자.
문제풀이 인강은 왜 듣는가? 대체 왜? 풀커리큘럼을 왜 강조해야만 하는가? 정말 자신이 "부족한 점이 있기에, 이를 메우기 위해서" 풀 커리큘럼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성적좋은 타인이 "자신이 들었다"고 하기에 맹목적으로 신청해보는 것인가? 돈이 그렇게 넘쳐나진 않을테고 말이다.
학습은 기본개념을 수립했다면, 그 이후부터는 클리닉형 공부로 접어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모든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부분부터 메워나가는, 부분 부분 틈을 메워나가는 공부를 해야한다.
실용적으로 공부를 하자. 맹목적으로 인강풀커리 타려고 하지말고. 인강 많이 듣는다고 다 성적 오르는거 아니다.
물론, 역사는 반복되고, 이번 9평 끝나 여기 시퍼런 눈알 모인 사이트나 기타 다른 사이트(가령 성적표 바람에 날리는곳) 유저들 중 상당수는 "파이널 인강" 추천을 받고, "역시 내가 사설인강을 듣지 않아서 점수가 안오르는 거였구나!"고 쉽게 비논리적으로 생각을 전개해버릴걸 매우 잘 알고 있다.
당신의 가장 큰 문제는 클리닉이다. 실용주의적 클리닉. 인강이 아니라.
p.s. 물론 인강 자체에 대한 무용론을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생각보다 인강이 당신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 뿐.
p.s.2.바늘로 찌르는 그 사이트 링크를 몇 개 걸고 싶었는데, 복붙했다가 그냥 지웠다. 커뮤니티 홍보든 뭐든 다 상관없이 그냥 수험생들의 글을 보며 답답한 느낌에 걸고싶은 것이긴 한데, 그걸 이 사이트 관리자들이 양해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납득하는 부분.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밥약이고뭐고 1
그냥 혼밥혼강만 안하면 좋겠다 그렇게 큰 소원은 아니잖아....
-
나도그거작년에들억어 나해줘 ㅜㅠㅓㅠㅠㅠㅠㅠㅜㅜㅠ
-
1. 동네에서 놀기 2. 용인 카페 가기 3. 분당 맛집 탐방(친구가 추천)
-
다들 대학을 보내주었던 하나의 간절함/무기가 있음? 3
공유해주세요!
-
?ㅋㅋㅋㅋ 0
ㅋㅋㅋㅋ
-
시대 화1화2 1
시대 재종 강준호 화1이 160명인데 화2가 280명이라함......ㅋㅋㅋㅋㅋ 화2...
-
간절함이 사라니까 뭘 하려고 해도 끝을 볼 수가 없네..
-
시대 3일 후기 8
ㅈㄴ힘드네... 근데 수업은 거의 다 좋은거같음 국어 손창빈t 박준호(서준혁)t...
-
그러면 뭐하냐 맨날 보던 사람밖에 없는데
-
선샌니 저 하장실가따와도데요??ㅠㅠ
-
오르비에서밥약걸어야하나까지고민중..
-
김과외에서내껄봐주길 ㅠㅜㅜ
-
입문 - 성인지 킬러 - 성적인지 감사합니다.
-
의예25 재수 고민 11
고3 수학 미적분 3모 93점 백분위 99.28 5모 92점 백분위 99.84...
-
봉인!! 해제!! 12
오르비 오랜만이에요오오 다들 잘 지내셨나요? 일주일 휴르비하겠다는 말 지키고...
-
리ㄸ 칠만 하다 생각해요
-
수학의 시발점에 충실한, 조력자 지인선과 기초를쌓는 N제 "수시충 조지기 N제"...
-
문과고 수능수학 3등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신 때는 수학 공부를...
-
죄송합니다
-
0.5학점이 최소학점이라 반수할 때 0.5학점만 듣고 하려고 합니다. 근데 만약에...
-
편의점치킨꼬치ㄹㅇ 양적은거말곤좋음 매콤하고 적당히불량해서
-
2021 9 21(가형) 그래프가 아닌 원으로 생각해보기 3
유튜브 정병훈 선생님 21년도 9월 21번(가형) 고찰 참고하여 단위원으로부터...
-
어차피 지금 사람없어서 이륙 못함ㅋ
-
방금 플러팅함 2
네이버폼으로 법사님이 수강후기 쓰라고해서 정성스럽게 5줄적고 사랑해요 는 참았다 얼빠라 미안해..
-
시대 차주현t 5
그냥 친절한 강기원이라 다음수업도 기대됨
-
작년 평가원.수능기준 하이커리어가 백분위 96 젤 못쳤을때(실수투성이) 백분위...
-
이대 꿀팁 5
기숙사 안에 미용실 2만원대인데 친구 레이어드 컷 맛깔나게 잘해줌 외부인도 머리 가능
-
다들 재수할 때 운동 10
보통 언제 얼마정도 하셧음???
-
입시 상담같은거 0
유료로 받을수 있는 곳이 있나요? 사탐과탐 선택과목 뭐할지나 어느학원 다닐지,...
-
자 이제 탈릅해볼까
-
우와 새르비 5
너무 오랜만이다..
-
방법이 궁금합니다.
-
탈옯창이군아.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사실 아닙니다
-
문붕이 기하 0
작년 수능 직전 모의고사까지 못해도 높3~낮2는 떴는데 작수 확통에서 27번부터 쭉...
-
난청이있는건지 발음을 하나도 못알아듣겠음 한국어 해석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씀...
-
ㅇㅈ 22
생일이에용
-
약간 싸이코패스된것같음 21
존나뜬금없이 부모님 이혼통보받았는데 전혀안슬퍼서 그냥그렇군요... 한다음 바로...
-
현역 정시파이터이고 선택과목은 현재 언매 미적 생명은 좋아해서 계속 들고가려고...
-
젭알
-
지구1 1등급 지구2 1등급 둘 중 뭐가 더 어려움???
-
학고 반수할건데 지금 미리 친목 쌓아두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용히...
-
ㅅ 0
ㅜ ㄹ ㅅ ㅜ ㄹ
-
많이아픈건 아닌데... 자려고 누우면 허리가살짝아픔 원래 그런가
-
오야스미 0
네루!
-
뱃지 신청하면 3
보통 얼마정도후에 발급되나여? 빨리 받고싶다 !!!!
-
올해로 (만) 20세다
-
내 본명 5
김순대
끊임없이 피드백하며 약점을 채우는게 성적에 변화를 주는데 재수히는 동안 안한것 같아 요ㅠㅠ. 오늘 시험 보니까 작년 수능점수랑 비슷해서 자살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