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떨어진동전 [1245407]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9-17 12: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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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하다’의 구성과 학교문법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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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 표현에는 사동접사가 쓰인 사동사를 쓰는 단형 사동과 ‘-게 하다’ 구성을 쓰는 장형 사동이 있다. 두 표현 다 주어가 동작이나 행위를 상대가 하도록 하는 표현으로 주동문을 사동문으로 바꿀 때 


1) 새로운 주어를 추가하고, 

2) 본래의 주체를 객체로 바꾸고, 

3) 사동 표지를 서술어에 추가하는


이 세 가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세 번째 과정에서 ‘-게’라는 어미를 쓸 때의 문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우선 아래의 교과서의 표준국어대사전의 사진을 보자.



천재 교육 언어와 매체(민현식 외)



비상 언어와 매체(이관규 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현재 학교문법에서는 장형 사동의 ‘-게 하다’ 구성에서 ‘하다’를 보조용언으로 처리하고 있고 자연스레 이 구성의 ‘-게’는 부사형 전성어미가 아니라 보조적 연결어미가 된다. 


학교문법에서 보조용언이 서술어로 쓰이면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한 뭉탱이로 처리해서 하나의 서술어처럼 취급하는데 ‘난 오르비에 중독되어 버렸다’에서 ‘중독되어 버렸다’를 하나의 서술어로 처리하는 것이 그 예이다. 


‘- 게 하다’의 예문으로 나온 ‘아버지가 아이에게 밥을 먹게 한다’의 문장을 분석하면 


아버지가: 주어

아이에게: 부사어

밥을: 목적어

먹게 한다: 서술어


이 구조의 홑문장이 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번 언매 38번의 보기 d이다. d의 구조를 보면 ‘주 + 주 + 서 +서’ 구조의 겹문장 그러니까 부사절을 안은 문장처럼 보인다. 사실 통사론적으로는 부사절을 안은 문장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타당하다. 왜냐면 읽는 주체는 동생이고 시키는 주체는 나이기 때문이다. 본용언과 보조용언에 대응하는 주어가 다른 경우다.


그렇지만 보조용언은 본용언에 비해 실질적인 의미도 없고 통사론적인 자립성도 없어서 문장에서 본용언과 함께 쓰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문법에선 본+보를 하나의 서술어로 처리한다. 즉 서술어가 하나인 문장이 되고 서술어가 하나이기에 당연히 홑문장이 된다. 


부사절을 안은 문장으로 보면 더 이상 ‘본+보’ 구성이 아니게 되니 홑문장으로 볼 수 없고, 홑문장으로 보면 부사절을 안은 문장으로 볼 수 없다. 우리는 학교문법을 배우는 것이므로 교과서에서 ‘-게 하다’의 ‘하다’를 보조용언으로 땅땅땅 결론 낸 이상 당연히 ‘V게 하다’를 하나의 서술어로 취급해야 할 것이며 곧 홑문장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 부사절로 저 d를 복문으로 보게 되면 학교문법에서 본용언과 보조용언을 다루는 방식이 무너지게 되므로 홑문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동생이 책을 읽게 한다’라는 문장에선 주어가 2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읽게 한다’가 하나의 서술어로 취급되므로 홑문장으로 처리하는 것이 언어학적으로는 문제가 있을지라도 학교문법에 충실한 분석이다. 


아마 평가원이 미쳤다고 이런 문장을 겹문장/홑문장을 가리는 문제로 내지는 않을 거고 ‘나는 동생에게 책을 읽게 했다’와 같은 문장을 출제해서 ‘주+부+목+서’ 이렇게 홑문장으로밖에 볼 수 없는 구성을 낼 것이다. 만약 낸다 해도 홑문장으로 봐야 할 거고 말이다. 


학교문법에서는 d와 같은 문장처럼 학교문법만으로 설명하면 모순이 되는 부분이 꽤 있다. 이는 교육이란 측면하에 대립되는 의견 중 일부만 채택해 가르치기 때문인데, 최대한 이 모순을 줄이기 위해선  b와 c 같은 대응하는 주동문의 주어를 부사어로 위치를 바꾼 문장을 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참고


사실 ‘나는 동생이 책을 읽게 한다’라는 문장을 학계에선 ‘나는 [동생이 책을 읽]게 한다’ 이런 식으로 분석하며 복문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할 때는 사동문 전환 시의 격 교체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는데 주동문의 주격이 부사격(여격), 목적격(대격), 주격으로 교체되는 경우가 있단 점에서 변형 생성 문법을 도입하기도 관계 문법을 도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모절(전체 절)의 서술어의 통사론적 논항(서술어 자릿수)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등 말이다. 학계에서도 학자마다 접근법이 다르므로 우리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냥 홑문장으로 보자. 



또 선행 연구가 궁금하다면 <한국어 '-게' 구문의 역사적 연구>(장고은)을 참고하기 바라며 여기서 말하는 'V1P게 V'는 '동사구(Verb Phrase) + -게 동사(Verb)'를 뜻하며 이는 본용언이 동사구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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