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 스물셋‘d-60까지의 재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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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스무살의 나는 고등학교 3년동안 인생에 열정따윈 없는 채로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낸 결과 (수능 50일?쯤 앞두고 벼락치기함 약간 뽀록뜸 이과 내신 6.8)33355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지방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원래 광고업계에 종사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하는 워낙 지방대 문과는 더더욱 희망이 없다(썩 틀린말은 아님)등의 말에 현혹되어서 무작정 공학계열에 진학했다
코로나 학번이라 대학에서의 추억이라 할건 없는 상태로 흥미없는 대학 수업만 묵묵히 들었으며 대다수가 그러하듯 1학년만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다.
군대에서 사회에 있을 당시 꽤나 다양한 연령대, 학벌, 직업군을 갖고있는 동기들과 친해졌고 이때 난 학벌이 꽤 중요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동기들 중에 교사생활하다 입대한 동기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얘기해줬었다
남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내 심장이 뛰는 느낌이 들었고 스스로를 잠깐은 반성하게 됐었던 계기였다(워낙 열정과 동기로 꽉 찬 인생이였음)
하지만 지속적인 반성과 성찰(?)할 시간도 없이 군대에서의 시간은 워낙 부대가 과업과 훈련이 많은 부대여서(매일 지뢰제거함)그런지 정신없이 흘렀다
그렇게 작년 9월말 나는 전역을 했다
뭘 할까 하다가 전역하면 유럽여행 많이 간다길래 나도 가고싶어서 돈을 모았다.
12월 말까지 공장에서 알바를했다(군대에서 받은 월급은 내가 쓸 100만원 제외 후 전액 부모님 드림)
그렇게 12월 말 알바를 마쳤을땐 수중에 600만원이란 돈이 생겼고, 들뜬 마음으로 1월초부터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유럽여행 계획을 짜던 중
3월 초에 복학해야할 대학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 5년뒤(대충 졸업하고 취준할 나이)를 상상해보니 고등학교때처럼 그저 그런 학교에서 그저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았다 난 인생의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물론 대학에서 얼마나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냐에 따라 내 삶의 의지나 의욕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마음 한켠에 광고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 수능에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싶었다
바로 유럽여행 때려치고 돈 600으로 수능준비하기로 결단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들었고 ‘별 볼 일 없던 내 인생의 첫 도전이다’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수능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는지 찾아봤다
4년동안 이것저것 바뀌긴했더라
현역때도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인생 통틀어도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던지라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공부할지부터가 난관이였다
에라 모르겠다 고민만하다가 시간이 다 가버릴 것 같아서
대성마이맥 29패스?끊고(광고아님) 1타 강사 수업듣긴 왠지 싫어서 (홍대병인듯ㅋㅋㅋ) 대강 3타-4타 정도 되시는 분들로 국어 수학만 구매했다
교재가 도착했고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현 실력을 확인해봐야겠단 생각으로 전년도 수능시험지를 뽑아서 풀어봤다
57666화작확통사탐) ㅋㅋㅋㅋ
군대에서 뇌가 기계적인 입력 출력에만 절여져서
사고하는 방법을 까먹은건지 처참했다
600으로 모든걸 해결해야 했어서 독서실 재수를 결심했다
1월 21일 난생 처음으로 독서실에 등록했고
각 잡고 하는 공부는 처음이라 순탄하지 않았다
대략 초반엔 09시부터 19시까지 공부했다
열심히 앉아는 있어도 뇌가 비효율적이라 공부한것들이 다 튕겨져 나오고 진도나가는게 너무 힘들었다
한 것도 없는데 ‘나 나름 수험생이잖아’라는 월클병걸려서 멘탈도 한두번씩 나가보고 밤에 독서실에서 집 갈때 괜히 센치해지고 그랬었다 ㅋㅋㅋ
한 초반 2주 힘들었나? 2주가 지난 뒤론 할만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항상 영상매체에 뇌가 절여져있어서 사고하기 싫어하고 활자 자체가 잘 안읽혔었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금새 활자에 적응했다
돌아갈 곳(원래 재학하던 대학)이 있으면 금새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아서 시원하게 자퇴도했다
그렇게 3월 중순까지 09시부터 19시까지 공부하는 식으로 살았다
근데 문제는 3월 중순에 발생했다
20년동안 운영하시던 아버지 사업체가 작년 말부터 불안불안 하더니(원래는 매우 유복하게 자라왔음 오히려 부유한편)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아버지는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되었으며 우리집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으므로 4월초부터 저 외딴 시골에서 지내게되었다
한 순간 가세가 확 기우는경우는 내 주변에서도 못봤고 아침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러한 것이라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호기롭게 시작한 수능공부를 한달 반만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투잡뛰며 알바했다 ㅋㅋㅋ
7월까지는 너무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정신도 없었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지 그 후로는 이 생활에 금새 적응했다
적응을 하니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던 수능의 뜻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이번년에 무조건 수능 응시한다는 일념으로 9평 접수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나름 수험생이니 알바는 주말 알바 하나만 남겨뒀다(편의점)
그렇게 네달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는
내가 처한 현실의 상황이 안좋아지니 공부에 전보다 훨씬 간절하게 임하였고 잠자는 시간, 알바하는 시간 제외하곤 전부 공부에만 정진했다(평일엔 일 평균 16시간 주말엔 알바땜에 대략 6시간)
그렇게 공부하다보니 9월이 되었고
9월이 되기까지의 내 두달은
정말 치열하게 보냈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내 두달동안의 공부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소중한 9월 평가원시험에 응시했다
화작 확통 영어 생윤 사문 순으로 가채점 백분위
91 89 3 93 86 나온다
엄청 드라마틱한 점수는 아닐지라도 57666등급 시작에서 객관적으로 봐도 실력이 많이 오른게 보여서 인생 처음으로 성취감이라는걸 느껴봤다
물론 뭐 이번 9모가 수학이 어디가 쉬웠고~ 뭐가 어쨌고 저쨌고 하더라도 이 정도 성적 상승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긴 충분했고
이를 동력삼아 남은 60일도 지금보다 치열하게 달려보려한다
구체적인 결과에대한 목표는 없지만 결과에 대한 후회는 남더라도 과정에 대한 후회는 남기고싶지 않다
진짜 구구절절 별 얘기 다 했다
수미잡이라긴 하지만 나름 좋지 않은 환경에서 6-70일 남짓한 시간이라도 (수능은 아니지만) 실력이 오를 수 있다는걸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싶은 마음도 있었고 전역 후에 이것저것 힘들었던지라 알바하는데 한가하기도 해서 이렇게 글이라도 써보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 열정이 짜게 식은 상태로 이 글을 읽은 수험생이 있다면 개인간의 실력차가 있을테니 구체적인 몇 등급 가능? 이런건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실력상승에 유의미한 시간임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60일 남았는데
해놓은건 없다고 상심하기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상심만한다고 누가 대학보내주는거 아니니까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는걸 추천한다
수능끝나곤 대학 합격증으로 돌아오겠다
물론 어느 대학일진 모르겠지만
다들 남은 60일 흐트러지지말고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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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어요… 글에서부터 열정이 느껴지시는데 수능 대박날듯지금 상황에 망하면 답도없거든요 ㅋㅋㅋㅋ
아니 공부기간 4달인데 가능한건가
금머갈 아니에요?
난 12월말부터 13-14시간씩 꾸준히 계속했는데 이분보다 성적이 안나오네ㅋㅋ
운지 마렵다진짜ㅠ
하... 공부방법이 문젠가
열심히해서 좋은대학가세요!!ㅠㅜ
머리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거나 이러진 않구요
다만 성적이 공부 한 만큼 나오는 느낌은 드는걸 보니
공부 방향성을 잘 잡은 것 같네요
제가 뭐 조언을 드릴 위치는 아니지만 12월부터 14시간 매일 달려오신 끈기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성적에 큰 변화가 안느껴지신다면 공부 방법을 조금은 바꿔보시는게 어떨까 싶네요
지금까지 달려오신 끈기만 봐도 남은 50일 매우 유의미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꾸준히 쌓아오신 노력이 수능때 꼭 결실을 맺으시길 바랄게요
스스로 자책하시지 말고 스스로를 분석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 길지 않은 공부시간이라 할지라도 중간중간 어라 내가 뭔가를 얻어가는 느낌이 안드는데? 라는 생각이 들때마다 의식적으로라도 더 분석하고 집중해서 공부한뒤 오늘은 어제보다 뭘 더 얻어갔구나를 정리했어요 개인적으론 이게 득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말이 주절주절 길어졌지만 결론은 하루하루 공부마치실때나 중간중간마다 내가 14시간동안 뭘 얻었는지 기록해보시는걸 추천해드릴게요
남은 53일 같이 화이팅합시다!!
동갑이신데…공부 어떻게 하셨어요? 인강이나 교재 추천 좀 ㅜㅜ
어떻게 되셨나요 ㅜㅜ 사라지셧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