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떨어진동전 [1245407]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9-15 23: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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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다'의 어원, 그리고 ㅂ 불규칙 활용 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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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다'의 15세기 어형은 '어즈럽다'이다. 전설모음화를 겪으면서 근대 국어 시기 '어지럽다'가 등장했고 기존 어형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되어 표준어가 된다.


'어즈럽다'의 어원을 설명할 때는 문증되지 않는 용언 '*어즐다'를 상정해야 한다. ㅂ 불규칙 활용을 하는 대부분의 형용사는 원래 동사에서 파생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원래 동사가 있었고 그 뒤에 접미사가 붙어서 형용사가 된 것이다.

 

이 때 쓰이는 형용사 파생 접미사(이하 형파접)에는 '-ᄇᆞ/브-', '-ᄫ-', '-아ᇦ/어ᇦ-'(기저형을 순경음이 아니라 ㅂ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이 있는데 아마 이들 모두 동원일 것이다. 모종의 이유로 분화가 되었을 거고 말이다. 


'기쁘다'와 '바쁘다'는 각각 '기뻐하다'와 '바빠하다'를 뜻하는 '기ᇧ다'와 '밫다'에 '-ᄇᆞ/브-'가 붙어 파생된 형용사고,


'그립다'와 '놀랍다'는 '그리다'와 '놀라다'에 '-ᄫ-'이 붙어 파생된 형용사고,


'무섭다'와 '무겁다', '아깝다'는 각각 '무서워하다', '무겁게 하다', '아까워하다/아끼다'를 뜻하는 '므ᅀᅴ다'와 '므기다', '앗기다'에 '-아ᇦ/어ᇦ-'이 붙어 파생된 형용사다.


그렇다면 '어즈럽다'는 세 번째 경우로 볼 수 있다. '어질하다'를 뜻하는 '어즐ᄒᆞ다'나 '어지럽게 하다'를 뜻하는 '어즈리다(>어지르다)'가 있으니 '어지러워하다'를 뜻하는 '*어즐다'라는 용언을 상정한다면 '어즈리다'는 '어즐-+사동접사'의 구성으로 볼 수 있고 '어즐ᄒᆞ다' 역시 '어즐-+-접사 하다'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ㅂ 불규칙 활용을 하는 형용사를 보고 문증되지 않는 용언들을 가정할 수 있다. '부럽다'의 경우도 '브럽다>부럽다'의 변화를 거쳤을 것이고 '*블-'이라는 모종의 어간에서 파생되었을 거라는 추론이 있었는데 실제로 약학궤범이 연구되고 나서 '블다'라는 '부러워하다'를 뜻하는 어휘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제는 공시적인 처리인데 '슬프다'나 '기쁘다', '무겁다'의 경우 원래 동사가 사어가 되어서 파생어로 처리할 수 없다 쳐도 '아프다(<앓+브)'나 '놀랍다' 같은 경우는 원래의 동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형용 파생 접미사 세 부류 모두 생산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어 공시적인 접사로 인정되지 않고 그냥 단일어로 처리한다. 


따로 지문에서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단일어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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