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당하지 않는 법1. 제대로 알고 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할 수 있어야 실망도 안한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4184056
혹시라도 소개팅받기 전에 상대방 키가 궁금하실 수 있어요. 만약에 그분 키가 180이라고 하신다면, 그분 실제 키는 아마 175정도일 겁니다. 심지어 깔창 한 5cm 깔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175인 걸 수도 있어요. ‘대한민국 성인키 조사 응답결과’ 한번 인터넷에 쳐보시면요. 키 168 169 178 179cm이신 분들은 다 멸종하셨습니다. 여기만 막대그래프가 푹 꺼져있어요. 반대로 키가 170 180이라고 응답하신 분들은, 정규분포 가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혼자서 치솟아 계십니다. 여성분들 중에 키 큰 게 싫으셔서 일부러 낮춰 얘기하는 분들이 아니고서는, 다 자기 실제 키보다 높여 말합니다. 저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저도 그래요. 이걸 알고 소개팅에 나가셔야 실망하지 않으실 수 있어요.
구인공고가 떴는데, 시급이 18000원 ~ 22000원으로 나와 있어요. 그럼 여러분이 받을 시급은 얼마라고 생각하고 가야 할까요? 백이면 백 18000원입니다. 심지어 명목상 시급은 15000원인데 주휴수당에 이것저것 다 합쳐서 최종적으로 받는 돈을 근무 시간으로 나눠야 18000원 나올 거에요. 그 어떤 스펙을 들이밀어도 웬만하면 18000원일 겁니다. 심지어 구두에 유니폼에 뭐 이것저것 준비하고 사야 된다고 돈이 오히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알고 가셔야 실망하지 않으실 수 있어요.
일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우린 정으로 일하고 의리로 일한다. 그래서 근로계약서는 따로 안 쓴다’ 이런 얘기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정으로 의리로 일하는 낭만도 한번 부려보실 순 있어요. 근로계약서 안 쓴다는 게 사장님이 처음부터 아주 그냥 작정하고 여러분한테 사기 치려고 하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 스스로는 나중에 혹시 문제 생겼을 때 사장님이 모른 체 할 수 있는, 아니 모른 체 할 경우까지 예상하고 일하셔야 되는 겁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있으시면 낭만 있게 일 하시는 거고, 이걸 감수할 생각이 없으시면 근로계약서 쓰고 일하셔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께 친숙한 ‘게임’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확률형 아이템 관련한 ‘자율규제’ 얘기인데요. 게임 내 아이템의 획득확률정보를 게임 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여 이용자들의 구매 판단을 돕는 거랍니다. 규제 대상인 ‘당사자들’이, 본인들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규제해서, 본인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공개한다...... 취지는 참 좋아 보였죠. 근데 그렇게 자율규제해서 어떻게 됐나요.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메이저 게임사조차도 확률 조작하다 걸려서 트럭 시위 일어나고, 유저 간담회에서 망신당하고, 법정까지 가서 배상하고 했잖아요.
자율규제는요. 수많은 장점과 논리로 포장해놨겠지만, 결국 규제받아야할 대상이 받았어야할 규제를 안 받게 해주는 게 그 본질입니다. 타율규제 하지 않으면 게임사가 과도한 이익을 벌어들일 여지가 있단 걸 알면서도, 규제 안 하고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거에요. 당연히 자율규제 시행 초기에야 다들 잘 지키려고 하겠지만요.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일 기회가 버젓이 열려 있고, 그 유혹이 계속되기 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언젠가는,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선을 넘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기가 일어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정도의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기는 결국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누가 그 사기를 쳤는지, 언제 그 사기가 일어났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사기는 일어나고 피해는 발생합니다. 언젠가 결국 소비자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단 걸 알면서도, 알아서 잘 한다니까 믿어주자면서 내버려 두는 게 ‘자율규제’인거죠.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시행 초기에야 초심을 담아 잘 지키는 거고, 나중엔 뭐 니들 알아서 선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돈 벌라고 사회가 합법적으로 허용해준 거나 다름없습니다.
사기가 언젠가는 필수불가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들 알아서 규제하라고 하는 현행 자율규제 방식이 계속되는 한,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 하실 때는 사기당할 걸 알고, 그걸 감수하고 거기에 돈을 쓰셔야 합니다. 그 게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언제든 조작당하고 사기당할 수 있단 걸 알고서도 게임을 하셔야 실망을 안 하실 수 있다는 겁니다.
세상일이 사실 다 이렇습니다 여러분.
나이 들어 어른이 될수록
세상에 계속 실망하게 돼서 더는 기대를 안 하게 된다는 얘기 들어보셨겠죠.
세상이 다 이래서 그래요.
이게 잘못이다, 이게 본질이다 가지고 싸우는 것보다 더 급한 건,
일단 당장 현실은 이렇다는 걸 본인은 알고 계셔야 한다는 겁니다.
여러분께서 이런 세상을 고쳐주시는 소위 ‘영웅’이 되어 주셨으면 더 좋겠고,
적어도 일단 당하고 실망하지는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평가원 #~#
-
망했다... 4
추워요......
-
난 당당하다 0
위풍당당
-
수능끝나고 아예 공부 안했는데 이제부터 좀 하려고요
-
안녕하세요? 뉴런을 처음 들어보는데요 뉴런 theme 1개 듣고 문제 풀고 해설...
-
안내문자 언제옴?
-
말세다 3
아무리 과탐이 퍼즐놀이라지만 사탐으로 한의대 제외한 메디컬이나 공대를 간다는게 이해가 안됨
-
이거 어카냐 ㅠㅠ
-
4개월 다니고 수료해서 80만원 파니니 K리그 포토카드 팔아서 10만원 중고나라...
-
내가 미안해 너는 누가 뭐래도 내가 꼭 끝까지 사랑해줄게 12시까지 나랑 데이트해보자
-
진지합니다
-
잘됐으면좋겠다 3
-
69%에요
-
오늘 점심 6
로제 치즈 파스타 + 교자
-
생윤 복습
-
나랑 토론할사람 6
ㅈㄱㄴ
-
딸치즈마라
-
나도 독서랑은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인데 젤 친한 친구랑 고3때 스카같이 다니면서...
-
칼이 이끌림
-
좀 햇갈리긴 하다 그져
-
연계 교재랍시고 써놓은게 고작 이런 주제?? 배경지식 몇개 정리해주는데 이렇게...
-
오르비닉 1
공스타랑 똑같이 하고싶은데 바로 특정당하겠죠..?
-
다들 힘내 좋아 12
거꾸로 읽으셈
-
ㄹㅇ 공부랑 담쌓아서 자기가 몇등급인줄도모르는6등급이하애있었는데 어렸을때 책을 많이...
-
쇼츠에 합격증 올렸더니 달린 댓글인데 지금 저 댓글은 삭튀했었는데 언제부터...
-
에휴 씨빨
-
기억력이 안좋아서 우럿서
-
정의만 보면 둘이 완전 달라보이는데 방증 쓰일 문장에서 반증을 더 많이 쓰는 듯한...
-
패션 ㅇㅈ 2
콜라 좋아하는 아싸 컨셉임 어떰
-
올 4등급 각인 가채점표를 들고 시험장을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꿈을 꿨음..
-
잇올 올프 6
6평도 잘쳐야 유지되나요? 10만원내다가 70만원내면 현타올듯..
-
최소 5천덕
-
잘잤다 15
어....어?
-
돈벌어야지
-
그러고 칼럼쓰는 상상함 진짜 미친새낀가 공부를 해라 이놈아
-
제발
-
사반수 고민 4
24수능 11221 뜬 재수생입니다 ㅠㅠ 24년에는 대학교 가서 놀아서.. 반수...
-
꿀쟘..
-
재수생 수학 커리 추천 부탁드립니다, 3점은 거의 다 푸는데 어려운 3점, 앵간한 4점에서
-
옯붕이들 하이 13
다들 힘내세요
-
일단 글자까지 다 외우고 듀오링고 가볍게 돌리는중인데 강의를 들어보는 게 학습효율에...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일하면서 복기할 땐 존나 재밌음 난 진짜 병신인게 정전나면 집중 더 잘 되는 것...
-
배가 8
아팠다말았다말팠다말았다 오늘 아침공부 다날림
-
나한테까지 와서 한숨쉬고 힘들다는 티 퍽퍽내지 말고.. 누군 안힘드냐 누군 사연없냐
-
안녕하세요! 저는 대치 시대인재 특목센터에서 대원외고 수학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
고대는 연대 깔 때 고연전 전적 같은 거나 (확실히 코로나 이후는 고대가 우세하긴...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