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효과 [1034079]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8-24 22: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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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담을 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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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의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가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의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나라는 가지가 담을 만났을 때,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자


그리고 반드시

뿌리와 꽃과 잎에 감사하다고 말해주자


가지가 담을 넘어서

뿌리는 더욱 깊어지고

꽃은 더 아름다워지고

잎은 더 풍성해지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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