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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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을 구별하는 것이 수험생 수준에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받는 경우 ‘둘은 거의 같다’고 대답해 왔습니다만, 한편으론 언젠가 시간이 나면 설명해 보아야지 하는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거의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부교감 신경, 교감 신경의 활성화에 따른 생리적 반응을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예를 들어,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집니다. 그렇다면 ‘왜’ 빨라지는 것일까요? 일차적으로는 교감 신경의 신경절 이후 뉴런에서 분비된 노르에피네프린이 그것의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 왜 기관별로, 내지는 조직별로 다르게 나타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소변을 보는 과정을 하나의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소변을 잘 보기 위해서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됨에 따라 방광벽의 배뇨근은 수축해야 하고(오줌을 짜줌), 내요도괄약근은 이완해야 합니다(수도꼭지 마개가 열림).
아세틸콜린이라는 하나의 물질이 작용하여 서로 다른 두 가지 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각 근육에서 아세틸콜린의 수용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용체인지는 알 필요가 전혀 없고, 여기서의 핵심은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다르다’는 점 하나입니다.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아드레날린성 수용체에 작용하는데, 아드레날린성 수용체에도 ‘크게’ 알파와 베타 수용체가 있고, 각각의 알파, 베타 수용체도 다시 숫자가 붙은 α1, α2, β1, β2, β3 등등으로 나뉩니다.
주지하다시피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은 구조가 살짝 다릅니다. 노르에피네프린보다 에피네프린은 질소에 붙은 탄소가 더 많은데, 붙는 탄소가 많아질수록 베타 수용체에 더 친화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경우 두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아나필락시스의 응급처치: 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
아나필락시스는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심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피부 발진이 생겨 가렵고, 목안과 혀가 부으며(부종)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등 신체의 여러 부위에서 증상이 빠르게 진행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1]
아나필락시스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는 에피네프린을 근육 주사 등으로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에피네프린이 β2 수용체에 작용하여 기도 평활근을 이완시킴으로써, 숨을 더욱 잘 쉴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이런 작용이 거의 없으므로, 아나필락시스에서 일차 선택 약물이 아닙니다(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요).
② 쇼크의 응급처치: 노르에피네프린>에피네프린
쇼크는 장기로 가는 혈류가 적어 산소 공급이 감소되는 상태입니다. [2] 아까 말씀드린 아나필락시스도 쇼크의 일종이긴 합니다만...
쇼크에서는 혈압이 너무 낮은 경우 혈압을 높여 주어서 조직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도록 해야 합니다. 쇼크의 일종인 패혈성 쇼크에 관한 최근 지침은 혈압을 높이기 위한 승압제로 노르에피네프린을 에피네프린에 비해 추천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에피네프린이 β2 수용체에 작용하여 일부 말초 혈관의 저항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혈압을 높이는 데는 노르에피네프린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것이 실제 이유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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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잘 읽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