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시 절망편 update (2024 입시 반영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973332
1.
대부분의 스카이학부생에 해당하는 A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공부 잘한다는 소리에 자신의 자의식을 키워오며, 학창시절 성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식하며, 대학 입학에 친척들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습관을 깊이 내면화한다.
2.
그런 A는 그저 그런 대기업의 부속품이 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어린 나이의 A에게는 나랑 비슷하게 공부했는데 의대를 간 친구보다는 뒤쳐지기 싫어서. 학창시절 내가 공부한 보상을 받고 싶어서. 와 같이 치기어린 생각도 없진 않다.
3.
그렇게 대학생활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로스쿨 입시를 준비한다. 목표는 당연히 스카이로스쿨이다. 친구들이 해외여행가자고 할 때, 학점 때문에 들은 계절학기 수업과 겹쳐 거절하고 교환학생을 가려다가도 먼저 로스쿨 입시에 득이 될지여부를 먼저 걱정한다. A가 남자라면 군법무관을 꿈꾸며 입대를 미루기도 한다.
아쉬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당히 스카이로스쿨 - 검클빅 - 유학생활 등 자신의 찬란하고 구체적인 미래를 위한 것임에 상관없다.
4.
A가 3-4학년이 되자, 99에 달하는 학점을 가지고 리트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처음 풀어본 리트.. 내가 이렇게 머리가 굳었었나. 수능 국어는 항상 백분위 99~100이었는데... 110점 전후의 점수를 받고 당황해한다. 다급히 로게에 리트가 오르는 시험인지 질문한다. 리트는 점수가 오르지 않는 시험이라는 대다수의 대답.
그러나 A는 이에 굴하지않고 본인이 원하는 대답을 찾아낸다. "제가 110점 언저리였는데 40점 올려서 고로 왔어요!"
그럼 그렇지. 노력도 해보지 않고 점수 안 오른다고 말하는 패배자들의 말을 믿을 뻔 했잖아? 난 저들과 다르니까 할 수있어. 이 순간 A는 점수가 안 오른다던 답변을 단 대다수의 이들 역시 고대생이라는 점은 잠시 망각한다.
5.
그렇게 A는 리트 공부에 매진한다.
어느 날 자교로스쿨에 다니는 친구를 잠시 보기로 했다. 부러움과 질투심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만난다.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나온 로스쿨생 친구는 성적 한탄을 한다. A는 생각한다. '내가 로스쿨만 들어가면 쟤보다 깔끔하게 하고 다니면서 성적도 잘 받을 수 있는데..'
A가 리트 잘 보는 법을 묻자 로스쿨 친구가 너무 매달리지 말고 마음 편히 보는게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A는 자신이 노력하는 타입이라며 열심히만 하면 올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오묘한 표정을 짓는 친구를 뒤로 한채 A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A는 모른다. 하루 온종일 공부만 하는 로스쿨생 앞에서 자신이 노력의 힘을 역설한 것을..
6.
그렇게 A는 첫 리트 시험을 본다. 117점..
어안이 벙벙하다. 다음 날이 되어 비로소 정신을 차려보니 제주대 로스쿨 1차 합격도 간당한 점수라는 사실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물론 그것도 코로나학번인 19~22학번으로서 쉽게 얻은 개꿀 학점 덕분에 가능한 것이지만..
한달 정도가 지나니 A가 깨닫는다. 좀 이상하게 깨닫는다.
그래 올해는 내가 리트 준비가 미흡했어. 학기랑 병행하니까 공부 시간이 부족했던거야.
그렇게 A는 재수를 준비한다. 이와 함께 독서스터디 역시 들어가기로 한다.
7.
재시 준비는 좀 더 수월한 것 같다. 두 번째 돌리는 기출문제에서 130점이 넘는 점수가 계속되자, A는 그것이 자기 점수라 생각한다. 스터디원들이 물어봐도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키워온 서열의식이 스터디 내에서도 자리잡는 순간이다.
재시 전날 밤, 다소 떨린다. 잘 볼 수 있을까. 기출 말고 메가모의는 항상 잘 안나왔는데.. 그렇지만 돌아누워 자신의 130점 기출 문제를 생각하며 잠에 든다.
8.
재시. 115점. 리트 공부하기 전 처음 풀어봤던 점수보다 더 떨어졌다. 눈물만 난다. 진짜 점수가 안 오르는 시험인가 보다. 그 와중에 학부다닐 때 학점 팽개치고 놀러다니던 양아치같은 친구가 145점이 나와 성대 로스쿨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쟤는 나중에 뭐 하려고 저럴까 그렇게 깠던 앤데. 스터디원 중에서는 조용히 있던 한명이 150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와 설-고를 쓴다고 한다. 내가 가르쳤던 앤데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 원광, 제주 로스쿨에 목숨을 걸어야 하나 싶지만 멈출 수 없다. 내 최종학벌은 스카이가 아니면 안된다. 강제동원령 로스쿨 조차 가기 어려운 마당에, 법조인이 되려는데 굳이 스카이여야 하는 이유는 우린 알 수 없지만, 어쨌든 A는 그래야 한다.
9.
그렇게 A는 다시 리트 공부를 시작한다. 수능 국어 백분위를 닳토록 매만지며 내가 이번 리트를 못 본건 운이 나빠서라고 위안하며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수많은 명문대생의 무덤인 리트에서 자신은 결국 승리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능력을 벗어난 자존심 때문인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지하게 상담해주실분 계신가욥??? 넘 고민되고 제 상황에 있어서 좋은 선택이 뭘지...
-
일이 일어나고도 깨닫지 못하게 되는게 아닌 일이 일어난적이 없어서 "알필요가...
-
노동계층 뺏기고 중도층 돌아서고… 기댈 곳 잃은 美 민주당 0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당시 현직이던 도널드 트럼프...
-
모밴당하셨나
-
시냅스 너무 쉬운 거 같은데 원래 입문 n제들이 다 이정도 난이도인가요? 그럼 굳이...
-
궁금한점 쪽지로 좀 여쭙고싶습니다...
-
오늘은 3월 1일입니다.
-
약대 현실 5
이거 보고 잘 판단하길
-
500만명 몰린 3‧1절 광화문 '尹탄핵 반대 집회' …석동현 "윤 대통령 건강히 잘있다" 1
3‧1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에 모여 "자유대한민국을...
-
수학 가형 1등급
-
1일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
어제 뭘 어떻게 마셨던 걸까
-
[PASTKICE] 22학년도 이후 평가원 수1 단원별 전문항 모음!! 1
키 모님이 PASTKICE 이용해서 통합수능 수1 전문항 만들어주셨길래 저는 수1...
-
××대 기숙사 왤케좋음
-
확통 과외가 꿀이 아님 33
확통 과외받는 애들이 어떤지 몰라서 그러는듯 님들 집합 모르는 외고 고3 물컵...
-
확통 과외하는법 0
전 내신 성적표 과외 공고에 박아놓음
-
어째서 아직도 0스택이니?
-
나 ㄹㅇ 착함 3
난 아무도 차단하지않았음
-
고1 모고까진 잼있게 했는데 고2오고 오시발을 느껴버림
-
확통을 못함 하아아
-
에밀리아 러쉬 개웃기네 ㅋㅋㅋㅋ
-
ㅈ같네 2
운동해야지
-
기출 처음 하는건데 기코로 하는게 좋을까요?
-
차별 아닌가요?
-
씨발.
-
롤체 걍 ㅈ됐네 4
이제 다딱이들이 과반수 이상이네
-
보통 그러면 몇 등급인가요
-
기현쌤 스키장썰 0
아이디어 몇강인지 아시는분..
-
데뷔하자마자 엠씨 주는건 너무 특혜 아닌가
-
패스할 킬러문제 알려주세요
-
3월 더프만 봐도 되나요? 혹시 이투스 247 독학재수학원에서 n수를 위한 3모를...
-
아 나 공부 왜 하지 12
답 없다
-
여러분들이 경험하는 약사님들은 주로 내과나 이비인후과, 소아과에 붙어있는 약국에...
-
벌써 행복
-
무슨메타여이건 1
잠깐휴릅한사이에
-
백통이 통통이 ㅋㅋㅋㅋㅋㅋ
-
17살 댕댕이지만 내겐 애기야
-
하나도 안 지친다 매 순간이 새로워
-
2026 기파급 생1이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그림을 터치하면 구매페이지로 가실...
-
오늘까지 마감알바로 휴식
-
시발점 수학(상)에 있는 부정방정식 쎈 수학(상)에는 없나요???ㅠㅅㅜ 왜 쎈에서...
-
비 조금씩 와서 바로 유턴해서 돌아옴뇨.. 아니 건조한 겨울에 비가 웬말이야
-
Dog strongㅋㅋㅋㅋ
-
마약, 성폭행, 불법촬영까지… 명문대 연합 동아리 '깐부'의 최후 [사건 플러스] 2
202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 밤 11시가 넘은 시각, 누군가의 신고를...
-
드디어 집간다 친구몇명사겨서 재밌었구만
-
비 오는 날, 그 순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유리창을...
-
어제오늘 올라오는 글들만 봐도.. 아 이제 그만 우울해야지! 이정도의 생각만으로...
-
에타에 많이들 모집하는 분위기인가요? 아니면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나...
-
14221인데 무휴반 27
무휴반(학점은 대충대충)으로 작수 14221에서 12111로 올리는건 거의...
-
신기하다
덕분에 정신이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