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립적 어근이란 무엇인가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971661
비자립적 어근이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국내 국어학계에서 형태론을 다룰 때 ‘어근'은 실질적 의미를 지니는 나타내는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풀이되어 왔고 ‘어근'을 그 어근의 품사와 의미를 확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규칙 어근과 불규칙 어근으로 나눠 왔다.
24 수특에서 아래와 같은 문제가 나왔는데 정답이 5번이 아니라 3번이라고 한다.
EBS에서 5번을 오답으로 본 이유는 ‘비자립적 어근'이 ‘비자립적'이기만 한 어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보이다시피 대부분 5번도 정답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Yoon33이란 분이 아주 좋은 추론을 하셨다. “비자립적 어근하고 용언 어간하고 좀 따로보라는 의도 아닌가 싶음"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용언의 어간과 비자립적 어근은 구별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까 “‘어근'을 그 어근의 품사와 의미를 확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규칙 어근과 불규칙 어근으로 나눠 왔다.”라고 하였는데 용언의 어간은 그 어간만 보고서 그것의 품사와 의미를 확정할 수 있다. 무슨 소리냐면 용언의 어간이 어근과 일치할 경우 그 어간만 보면 그 어근이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알 수 있단 것이다. ‘덮’과 ‘접', ‘꺾' 모두 동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특에 비자립적 어근의 예시로 나온 ‘보슬비'를 보면 ‘보슬' 자체만 놓고 보면 얘가 명사인지 부사인지 확정을 할 수가 없다. 명사거나 부사면 단독으로 쓰여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용언이라면 뒤에 ‘-다'와 같은 어미가 당연히 와야 할 건데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게 뭔 뜻이냐면 ‘보슬' 같은 말들은 단독으로 쓰이지 않고 반드시 복합어의 어근으로만 쓰이기에 어근의 품사와 의미를 확정할 수 없다는 거다.
이는 용언의 어간과는 다른 것으로, 일반적으로 불규칙적 어근은 첩어를 이루거나(하늘하늘), 뒤에 명사가 오거나(보슬+비), 파생 접사가 와야(아름+-답-, 깨끗+-하-, 등) 한다. 그러나 용언의 어간 뒤에는 어미라는 것이 올 수 있어 이들의 품사를 확정할 수가 있다. 즉 접사나 어미 혹은 다른 단어가 다 붙을 수 있는 용언의 어간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즉 단독으로 쓰이는 예가 없는 것은 용언의 어간과 비자립적 어근은 ‘비자립성'이라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의미와 품사를 확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까지 가야 하는 문제이다.
참고로 ‘불규칙적 어근'이란 용어는 고영근(1972)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어떤 품사와도 구조상의 공통성을 갖기 어려운 불규칙성을 띤 어근’으로 규정하였는데 아무래도 고영근 교수가 학교문법에 큰 영향을 미쳤기에 이 의미를 그대로 가져간 게 아닌가 싶다.
아래는 고영근, 남기심의 표준국어문법론의 일부다
“규칙적인 어근은 어근의 품사가 분명하고 다른 말과 자유롭게 통합될 수 있으나, 불규칙적 어근은 품사가 명백하지 않은 어근을 가리키는데 다른 말과의 통합이 제약되어 있다. ‘집, 신, 높’ 은 품 사가 명확하고 조사나 어미가 자유롭게 붙으므로 규치적인 어근이며, 이는 단어형성소에 속한다.
예) 아름답다 – 사람답다, 신사답다 / 따뜻하다 – 가난하다
‘아름답다’의 ‘아름’은 ‘사람답다, 신사답다’ 의 ‘사람, 신사’와 계열관계를 이루고 있으나, 자립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격조사가 붙을 수 없어 품사를 분명히 할 수 없다. 이러한 어근을 불규칙적 어근 이라고 한다. 불규칙적 어근은 제한된 접미사와만 통합되는데 이런 형태소를 불구형태소(unique morpheme)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불규칙적 어근' 내지는 ‘불완전 어근' 또는 ‘특수 어근'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비자립적 어근'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학생들을 혼동시키는 게 EBS가 할 짓인가 싶긴 하다. 누가 봐도 자립 형태소, 의존 형태소마냥 자립성만으로 구별해야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결론: 비자립적 어근이란 ‘불규칙적 어근'의 이칭이며 원래는 ‘품사가 명백하지 않은 어근’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용언의 어간에는 어미가 붙어 쓰인다는 점에서 품사를 확정할 수 있기에 비자립적 어근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노트북으로 인강듣고 아이패드로 문제푸는거
-
평가원 #~#
-
망했다... 6
추워요......
-
난 당당하다 0
위풍당당
-
수능끝나고 아예 공부 안했는데 이제부터 좀 하려고요
-
안녕하세요? 뉴런을 처음 들어보는데요 뉴런 theme 1개 듣고 문제 풀고 해설...
-
안내문자 언제옴?
-
말세다 3
아무리 과탐이 퍼즐놀이라지만 사탐으로 한의대 제외한 메디컬이나 공대를 간다는게 이해가 안됨
-
이거 어카냐 ㅠㅠ
-
4개월 다니고 수료해서 80만원 파니니 K리그 포토카드 팔아서 10만원 중고나라...
-
내가 미안해 너는 누가 뭐래도 내가 꼭 끝까지 사랑해줄게 12시까지 나랑 데이트해보자
-
진지합니다
-
잘됐으면좋겠다 3
-
69%에요
-
오늘 점심 6
로제 치즈 파스타 + 교자
-
생윤 복습
-
나랑 토론할사람 6
ㅈㄱㄴ
-
딸치즈마라
-
나도 독서랑은 담을 쌓고 살던 사람인데 젤 친한 친구랑 고3때 스카같이 다니면서...
-
칼이 이끌림
-
좀 햇갈리긴 하다 그져
-
연계 교재랍시고 써놓은게 고작 이런 주제?? 배경지식 몇개 정리해주는데 이렇게...
-
오르비닉 1
공스타랑 똑같이 하고싶은데 바로 특정당하겠죠..?
-
다들 힘내 좋아 12
거꾸로 읽으셈
-
ㄹㅇ 공부랑 담쌓아서 자기가 몇등급인줄도모르는6등급이하애있었는데 어렸을때 책을 많이...
-
쇼츠에 합격증 올렸더니 달린 댓글인데 지금 저 댓글은 삭튀했었는데 언제부터...
-
에휴 씨빨
-
기억력이 안좋아서 우럿서
-
정의만 보면 둘이 완전 달라보이는데 방증 쓰일 문장에서 반증을 더 많이 쓰는 듯한...
-
패션 ㅇㅈ 2
콜라 좋아하는 아싸 컨셉임 어떰
-
올 4등급 각인 가채점표를 들고 시험장을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꿈을 꿨음..
-
잇올 올프 6
6평도 잘쳐야 유지되나요? 10만원내다가 70만원내면 현타올듯..
-
최소 5천덕
-
잘잤다 15
어....어?
-
돈벌어야지
-
그러고 칼럼쓰는 상상함 진짜 미친새낀가 공부를 해라 이놈아
-
제발
-
사반수 고민 4
24수능 11221 뜬 재수생입니다 ㅠㅠ 24년에는 대학교 가서 놀아서.. 반수...
-
꿀쟘..
-
재수생 수학 커리 추천 부탁드립니다, 3점은 거의 다 푸는데 어려운 3점, 앵간한 4점에서
-
옯붕이들 하이 13
다들 힘내세요
-
일단 글자까지 다 외우고 듀오링고 가볍게 돌리는중인데 강의를 들어보는 게 학습효율에...
-
안녕하세요 '지구과학 최단기간 고정 1등급만들기' 저자 발로탱이입니다. 지난 1년간...
-
일하면서 복기할 땐 존나 재밌음 난 진짜 병신인게 정전나면 집중 더 잘 되는 것...
-
배가 8
아팠다말았다말팠다말았다 오늘 아침공부 다날림
-
나한테까지 와서 한숨쉬고 힘들다는 티 퍽퍽내지 말고.. 누군 안힘드냐 누군 사연없냐
-
안녕하세요! 저는 대치 시대인재 특목센터에서 대원외고 수학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자립적으로 품사가 결정되지 않아서 비자립적 어근인거구나 ㅜㅜ
감사합니다 좋은 거 알아 가네요
이거진짜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