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도김생물 [576690] · 쪽지

2015-08-15 02:57:44
조회수 4,859

오늘은 정말 정말 기분 좋았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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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이혼 가정이다
가정 폭력으로 갈라서고도 끊임없이 엄말 쫓아오던 아빠란 사람때문에 생긴 수많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오니 벌써 내가 이만큼 컸다
피해의식 그런거 없다. 용서 역시도 없다.
다만 두 분 모두 행복하길 바랄 뿐
부모이기 이전에 사람인 그 분들의 뜻에
자식이란 명분으로 먹을 뿌리긴 싫다.

홀로 두 남매 기르느라 가장, 가정 두 단어 모두에게 책임과 시간을 퍼나르셨던 엄마
가난 속에서도 두 남매 기죽지말라던 엄마 그늘 밑에서 나는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커가면서 알게된 엄마가 진 삶의 무게와 빚
나는 엄마가 우는 모습을 봐왔다
그 때부터 노래와 그림, 글 모두를 포기하고 공부에 전념했다.
난생 처음으로 공부하니 잘 안되더라.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나는 수능을 앞두고 있고
엄마는 이젠 돈 걱정 없이 웃으며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갖게 되었다.

오늘 다음주 월요일에 가게 될 새 집에 들일 것 좀 같이 사니 세시간만에 천만원을 썼다.
예전엔 꿈도 못 꿀 비싼 냉장고며 가구들을 그냥 사자고 밀고 나가보니 흥분 되었다.

매 번 물려쓰던 핸드폰도 오늘 아이폰으로 바꿨다.
식스플러스. 히히.
너무 좋다. 꿈 아닐까 싶다.

예전 술이 잡아먹어버린 아빠의 탈을 쓴 그 괴물을 피해 새벽 동 트기 전 경찰차를 빌려 모텔에 가 숨어 살던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오른다.
그 핍박 속에서도 우릴 지키려는 엄마란 여자가 떠오른다.
깊은 밤 찾아와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 소리치며 욕하는 그 생생함은 아직도 내 뇌리 깊숙한 곳에 뿌리내려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럼에도 난 괜찮다.
사람은 지금을 산다고.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 엄마가 너무 자랑스럽다.
행복하다.

엄마는 날 상위 1%로 만든다 한다.
고맙지만. 사양한다.
이젠 나도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의 그릇을 빚어보고 싶다.
수고한 엄마가 하루 빨리 나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고 못 살아본 여자로서,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

기분 좋은 밤이다.
돈 쓰는 행복이 이런건가?
돈 많이 벌어야겠다.
날 저문 밤 하루를 마치며 내일 하루도 힘내서 살자.
사람은 지금을 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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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생 · 541344 · 15/08/15 02:59 · MS 2014

    가독성아 좋은건가 다읽는대 10초도 안걸리네

    글쓴이분 화이팅!

  • 열대구피 · 553048 · 15/08/15 07:51 · MS 2015

    캬 화이팅입니다

  • 외딴방 · 410770 · 15/08/15 10:17

    어머니의 그륵.

  • 95년 응애 · 453954 · 15/08/15 10:28 · MS 2013

    문학작품

  • 인디안보이 · 567987 · 15/08/15 10:51 · MS 2015

    오글오글;

  • Orbi Lian · 563877 · 15/08/15 13:00 · MS 2015

    이게 오글거리다니..아직 작성자가 어리신거 같습니다..

  • 전경호 · 574817 · 15/08/15 13:04 · MS 2015

    오르비 하다보면 이런 사람들 때문에 기분 팍 나빠짐.. 꼭 글쓴 분이 보라고 그렇게 댓글을 써야 했어요?ㅋㅋ

  • 인디안보이 · 567987 · 15/08/15 14:56 · MS 2015

    죄송합니다 제가 나이잇으신분들 생각안하고 마음속에잇는말을 여과없이 솔직하게 꺼내버렷네요 앞으론주의하겟습니다 그럼2만

  • 96년 응애 · 554117 · 15/08/15 15:49 · MS 2015

    더 싫어지네;;

  • Apparition · 508052 · 15/08/15 14:4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서울대님아 · 586820 · 15/08/16 09:11 · MS 2015

    최대 초등학생인거 같은데ㅠ

  • 인디안보이 · 567987 · 15/08/16 13:30 · MS 2015

    들켰당 헤헷 이제중학교올라가염

  • 하루를위해살자 · 536811 · 15/08/15 13:38 · MS 2014

    저도 이혼가정인데..대학가고 졸업해서 얼른 더 삶의질을 높여드리고싶음..글작성자분 정말부럽..

  • 독재봇 · 464817 · 15/08/15 13:43 · MS 2013

    저랑 반대네요 ..

  • 수능만점세꿈 · 575825 · 15/08/15 23:17 · MS 2017

    다른 분들이 이분한테는 신경을 못쓰셨나보네요ㅠㅠ 힘내요, 꼭 성공으로 보답해드려요 우리!!!

  • s92isj4nfjd82js · 549843 · 15/08/15 15:29 · MS 2014

    스마트폰은 수능끝나고 사시는게 좋을것같긴한데
    수능대박나시길

  • 이삐숮 · 589852 · 15/08/15 17:26 · MS 2015

    저도 이혼가정인데 전 아직 고1이구 님 수능 정말 꼭 대박나시길 만점기원!!

  • 생물학도김생물 · 576690 · 15/08/15 17:43

    이렇게나 많은 추천수와 댓글 감사드립니다. 누구의 삶을 이렇게나 축하해주시다뇨. 비록 얼굴 하나 모르는 사이지만 모든 분들이 대기만성하시길 바랄게요.

    적은 나이에 조금 힘든 일들을 겪고 난 후 제 삶과 세상을 견주어보니 제 과거는 정말 사소한 일들 뿐이더라구요. 세상은 이렇게나 넓은데 내가 신이 만약 존재한다면 받을 가장 큰 선물일 이 건강한 몸을 과거에 얽매여 놓고싶진 않네요. 넓은 세상 삶의 의미를 찾아 큰 걸음만을 내딛길 꿈꿉니다.

    과거의 상처는 먼 훗날 큰 열매를 맺게 해줄 값진 양분이란 걸 크게 되니 알았네요.
    당시에는 나 밖에 보이지 않던, 편협하고 이기적인 애에 불과했었는데. 정말 시간이 약인가봐요.

    아직 어린 제가 아픈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것은
    어느 무엇도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없다는 것.
    아무도 안알아준다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준다고 자책마세요.
    본인 스스로가 본인의 가치를 알고 사시면 그거로 충분합니다.
    이혼, 외모. 갖은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을 쓰레기로 포장하지마세요!

    끝이 없을 듯 했던 긴 장마가 끝나고 이제 서서히 해가 뜹니다.
    그 해는 모두의 하늘에 있어요. 다들 힘내세요

  • 백번김구운 · 507766 · 15/08/15 21:09 · MS 2014

    현역이신가요? 만약 동갑이라면 정말 그 대단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 라면먹고눈이부엉 · 566758 · 15/08/15 21:15 · MS 2015

    캬아ㅏㅏ필력굳

  • 2분의1 · 588552 · 15/08/15 21:45 · MS 2015

    어머니가 정말 멋있는 분이신듯.... 와 어려운중에도 그렇게 일어나셨다니 진짜 대단하신것 같네요 그 와중에 윗 댓글 동의.. 글 정말 잘 쓰셨네요

  • beans · 576548 · 15/08/16 00:12 · MS 2015

    글 참 잘쓰시네요...

  • 달님콧물 · 506286 · 15/08/16 00:14 · MS 2014

    와 로또당첨??

  • 생물학도김생물 · 576690 · 15/08/16 02:41

    글 잘쓴다 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괜히 기분 좋아지네요. 본문에도 써있듯이 예능 쪽에 흥미가 많아 발 붙이려다 당시의 가정 환경 때문에 포기해야 했었기에 아쉬움이 항상 많았어요.

    아직도 글이나 그림이나 그런 것들 사탕발린 소리가 이렇게나 좋네요 꺄륵

    로또는 아니고 추진하시던 사업이 뒤늦게 잘 풀리셨어요.
    일확천금 노리는 성격도 아니시구요 하하

  • 전부기발 · 576471 · 15/08/16 15:50 · MS 2015

    자신을쓰레기로 포장하지말라는 말 ....뭔가 울컥하네요 힘얻고가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