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강의, 획기적인 공부법도 이게 부족하면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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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일타 강의, 획기적인 공부법이라도 이것이 부족하면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바로 객관화, 지구력, 운이 그것입니다.
제가 옛날에 입시에서 실패했던 이유이기도 한데요. 몇 년 간 철학도 공부하고 심리학, 인지과학 등을 나름대로 지식을 쌓으면서 개인적으로 제 실패 이유를 분석하고 통찰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명강사의 명강의를 듣건 획기적으로 개발된 공부법을 이용하건, 자기객관화를 못하면, 끈기 있게 버티는 지구력이 모자라면,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운을 좌우하는 요인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수단들이 특별한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아무리 현우진 커리를 따르든 인지과학적으로 충분히 연구되고 잘 입증된 학습이론을 실천하든, 공부에는 그것들보다 근본적인 세 가지 불문율이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우선 첫째, 객관화입니다.
이건 쉽게 말해 현재 자신의 상태나 특정한 상황을 제3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소위 자기객관화처럼 자기 자신의 상태/상황을 중립적으로 검토하는 능력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가늠하거나 수시, 정시 전략을 짜기 위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들을 영리하게 잘 따지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객관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표지(標識)로는 메타인지, 오답노트(오답분석), 모의시험, 경쟁률, 실질경쟁률, 최근 3년간 or 작년 기준 '빵꾸'와 같은 원서접수에서의 통계적 이상징후 등이 있습니다.
객관화에 노련할수록 공부 시행착오가 줄어들거나 무의미해지지 않고(메타인지, 오답분석 등), 입시 결과에서 이득을 보게 됩니다(경쟁률, 통계적 이상징후 등).
다음으로 둘째, 지구력입니다.
이건 정의하자면 공부를 얼마나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내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말 그대로 괴로움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능력이기도 하고, 1년 동안의 레이스를 완주하는 장거리 달리기 지구력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책 <<GRIT>>에서 저자가 심리학적으로 밝혀낸 내용처럼 지능이 높기보다, 방법이 훌륭하기보다 오히려 '미련하게' 참는 것을 잘할수록 성공적인 결과를 쉽게 얻는다는 의미에서 '미련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지구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표지로는 GRIT(끈기와 열정의 지속력), '미련함'(곰 같음), 단조로운 생활패턴, 마음을 흔들지 않는 안정적인 환경, 머리로만 고민하기보다 일단 실행한 뒤 사후적 수정을 통해 번뇌를 줄이는 요령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운입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수능 하루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이 나는 구조일수록 특히 운에 의해 결과의 변동 폭이 큰데요.
운은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아야 합니다. (1) 운에 의해 결과가 최종 확정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2) 그러나 한편으로는 운이 일으키는 변동의 폭을 줄 일 수는, 즉 운이 결과에 끼치는 정도를 완화할 수는 있다.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에서 마법사 캐릭터의 직업 중에는 마도학자라는 게 있는데요, 이 직업은 특이하게도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대성공/성공/실패/대실패의 확률 매커니즘이 작용합니다. 그렇지만 마도학자 유저들은 한국 게이머 종특답게 극한의 아이템 세팅을 맞춰서 거의 무조건 대성공이 나오게끔 확률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통제를 해도 가끔씩 실패가 뜨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드문드문 실패가 뜬다고 해서 마도학자를 접지는 않지요. 우리가 '운을 통제할 수는 있되 행운의 결과론에는 순응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딱 이런 것입니다.
운을 통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모의시험 자주 보기, 시험장과 최대한 닮은 환경을 평소에 재현해두기, 실수 노트 만들기, 평소에 안 하던 것은 시험 당일에도 하지 않기 등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부분들이 잘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1타 강사의 강의나 신묘한 학습법이 진정으로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거꾸로 본다면, 누구나 위에서 상술한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성공적인 수험생활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의견을 말해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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