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영 화2시절 종강멘트

화학2 선택자들에게 제가 특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여러분이 쉬운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어려운 길인걸 알면서도, 사실 이 시대에 화학2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닌거잖아요, 그렇죠?
뭐 가르치는 저도 제 정신이 아니고, 배우는 여러분들도 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뭔가 문제가 있다고 표현하긴 조금 그렇지만, 우리들은 평범한 인간들은 아니에요. 
좋은쪽이건 나쁜쪽이건간에.

근데 화학2를 선택한 여러분들에게 제가 동질감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어려운길을 마다하지 않는, 그래서 더더욱 이 강좌를 마감하는게 좀 더 저한테는 의미가 뜻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분들께도 그렇겠지만요. 

그런데, 한가지 꼭 알고 계셔야 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세계는 매우 냉혹합니다. 여러분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잖아요, 자원해서. 
그 용기는 당연히 높히 평가를 받아야 됩니다. 여러분은 그럴 자격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여러분의 시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여러분이 충분히 멋진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뭔가 결과를 내야 해요. 결과. 화학2를 선택했는데, 원하는 결과, 서울대 입학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여러분의 용기, 과정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부정이 돼요.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미화되고요. 
결과가 좋지 못하면 과정은 부정됩니다.

당연히 이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죠, 그런데 현실이에요 현실. 현실이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현실을 만든 것은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고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기성세대의 한 일원으로서는 여러분들에게 참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어른이 되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이 나라 말입니다 이 나라. 이 나라를 여러분이 좀 고쳐 주셨으면 해요. 
저는 제 한몸 건사하기도 바빠서 이 나라를 제대로 고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어쨌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요, 복습도 잘 하시고요, 무엇보다도 결과가 잘 나와야 합니다. 다시한번 서로 완강을 축합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서울대 입학을 미리 축하드리겠습니다.


2019 The Great Final Chemistry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