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없망가학어국 [1225447] · MS 2023 · 쪽지

2023-07-08 2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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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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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3누가 예전에 많이 쓰던 표현인 '거진'은 '거의'의 방언이다. ㅇ과 ㅈ이 어떤 관계가 있냐 하고 물을 수 있지만 공시적인 형태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큰 문제다. '거의'의 옛말은 '거ᅀᅴ'인데 반치음의 음가가 소실됨에 따라 '거의'가 된 것이다. ᅀ의 음가는 [z]로 추정되는데 ㅅ이 약화된 발음으로 보는 게 정설이다. 반치음은 대부분 ㅇ[Ø]이 되며 아예 소리가 사라졌는데 방언형에는 ㅅ이나 ㅈ으로 분화됐다. '동생'의 제주 방언 '아시'와 '여우'의 남부 방언 '여시'는 각각 '아우'의 중세 어형 '아ᇫ' 또는 '아ᅀᆞ'와 '여우'의 중세 어형 '여ᇫ' 또는 '여ᅀᆞ'가 변한 것이다. 또 '부엌'의 경상 방언 '부직'과 '부적', '무섭다'의 평북 방언 '무접다'는 각각 중세 어형 '브ᅀᅥᆨ'과 '므ᅀᅴ엽다'가 변한 것이다. 


즉 이 'ᅀ>Ø/ㅅ/ㅈ'의 변화를 보면 '거의'가 어떻게 '거진'이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 'ᅀ>ㅈ'의 변화는 중앙어에선 흔하지 않지만 방언에서 흔히 일어났는데 그 음운론적 환경은 비음과 모음 사이 또는 모음과 모음 사이이다. '거ᅀᅴ'에서 반치음은 모음과 모음 사이에 위치하였는데 반치음과 ㅈ이 유성음 환경에서 음성적으로 비슷하기에 남부 방언 화자들은 반치음을 ㅈ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다. 이것을 소신애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조음적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고 발화음의 측면에서 보았다.  'ᅀ>ㅈ'의 변화가 언어에서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고 불규칙하다는 점에서, 'ㅈ'은 본래 경구개음이 아니라 치음이었다던가 마찰음인ᅀ이 파찰음인 ㅈ으로 변했다던가 하는 설명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신애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유성음 환경에서 실현되는 ㅿ과 ㅈ이 음성적으로 유사하여 일부 방언 화자들이 ㅿ을 ㅈ으로 잘못 인식하거나 과도 교정하여 나타난 결과로 보았다. 


따라서 '거ᅀᅴ'의 발음이[kʌzɨj]였다 치면 유성음 환경에서 ㅈ이 일부 방언에서 [d͡ʑ]이 아니라 [z]으로 인식되었다는 전제하에 그 방언 화자들이 z의 음가를 담당하는 것이 반치음이 아니라 ㅈ이라고 "잘못" 인식하여 '거즤'라고 판단하고 ㅢ는 발음을 단순화하기 위해 'ㅣ'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즉 '거ᅀᅴ>거즤>거지'의 변화를 상정할 수 있다. 실제로 '거지'가 방언형으로 우리말샘에 올라와 있다. 국립국어원이 수집한 '거의'의 방언형은 다음과 같다.




우선 ㅈ을 포함하고 있는 어형 중 모음으로 끝나는 것은 '거주', '거지', '거자', '거저' 등이 있다. '거주', '거지', '거자', '거저'는 방언에서 모음이 변화했다고 보면 충분히 상정 범위 안에 있다. 'ㅢ>ㅣ'나 'ㅢ>ㅡ'에서 'ㅡ'가 'ㅜ'가 되고 'ㅣ'는 뭐 'ㅏ'나 'ㅓ'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여기서 볼 어형은 모음과 ㅈ 사이 ㄴ이 첨가된 '건자, 건진, 건주' 등이다. 이 파찰음 앞 ㄴ 첨가 역시 소신애 교수가 논문을 쓴 바 있는데 '바지락', '그치다', '여치' 등의 방언인 '반지락', '근치다', '연치' 등의 공시적인 예와 중세의 예시 '즈ᅀᅥ리티>즌저리티' 등을 보이면서 청각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서 일어난 현상이라 분석했다. ㄴ이 첨가된 어형을 이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방언형 중 '건진', '건즘', '건짐', 등은 아마 운율을 위해 ㄴ을 말음에도 넣고 자음동화로 인해 ㄴ이 ㅁ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중 1음절의 ㄴ이 탈락하면 '거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ㄴ을 첨가해 놓고 앞의 ㄴ을 제외했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애초에 저 망상은 '건지>거진'이라는 변화를 가정하고 한 거라 솔직히 문제가 많다. 오히려 '거즤>건지/거진'으로 보면 깔끔하다. 발음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또는 보다 명확히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받침을 추가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니 그렇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따라서 '거지'의 청각 인상을 강화하기 위해 1음절에 ㄴ을 삽입하거나 2음절에 삽입했다고 보면 꽤나 말이 된다. '나이>낭이>냉이'처럼 ㅇ이 흔히 첨가되곤 하는데 ㄴ도 첨가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엔 '거의'의 어원을 알아보자. '거의'는 영파생의 한 예로서 용언의 어간이 그대로 부사로 쓰인 경우다. 용언의 어간이 명사나 부사로 쓰이거나 반대로 명사가 용언으로 파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영변화 또는 영파생이라 한다. '신'과 '신다', '빗'과 '빗다', '비릇(부사)'과 '비릇다'가 그 예이다. '거의' 역시 마찬가지다. '거ᅀᅴ'는 그 자체가 부사기도 했지만 '거ᅀᅴ다'라는 용언도 존재하였는데 용언의 어간이 부사로 영파생된 경우로 분석된다. 용언 '거다'는 '거의 다 되다' 또는 '거의 가깝게 되다'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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