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강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3459824
이OO : 교과과정에 없는 문제를 내는 것이 옳습니까? 안 내는 것이 정상이지요. 정상화시키라는 건데 그걸 가지고 왜 시간을, 아니 잘못된 걸 고치는데 이게 무슨 혼란이 옵니까? 혼란 올 것 없습니다. 이거는 소수의 특권층이 그런 99% 대다수의 학생들이 배우지 못하는 영역에서 나오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피해를 봅니까? 다수는 이득을 보고요. 아주 극소수의 특권층들이 남이 모르는 문제를 알고 그들만이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이걸 바로잡자는 건데 이걸 시간 두자고요?
--
안녕하세요.
독해와 논리를 가르치는 이해황입니다.
국회의원 이 모(어머니의 여자 형제 아님) 씨의 발언을 보며,
실제 수능문제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은 분들의 뇌피셜에 의해
수능의 방향성이 영향 받고 있다는 데 좌절감을 느낍니다.
일개 수능 국어강사로서의 좌절감이 아닙니다.
다른 사회 현안도 죄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결정됐을 것이라는
킹리적 갓심으로부터 비롯된 시민으로서의 좌절감입니다.
수능을 응시한 적 없는 분들이 비문학 지문을 '언뜻' 보면,
"이런 걸 어떻게 알고/이해하고 풀어?!"라며 경악할 수 있습니다.
근데 자세히 살펴보면,
진짜 별거(부부가 따로 떨어져 사는 것 아님) 없습니다.
제가 사소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다음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갑과 달리 을은 범인이 아니다."
① 갑은 범인이다.
② 을은 범인이 아니다.
③ 갑과 을은 모두 범인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분들 중
위 문제를 못 푸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제발..)
정답은 ③이죠.
'달리'(화가 아님)로부터 ①이 참임을 추론할 수 있고,
이로부터 ③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전혀 어렵지 않죠?
그렇다면 표현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ㄱ. 제도와 달리 지리적 조건은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10학년도 9월 모의평가)
ㄴ. 영화 화면의 테두리인 프레임과 달리, 만화의 칸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2013학년도 수능)
ㄷ. 물체가 유체 내에 정지해 있을 때와는 달리,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경우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한다. (2016학년도 수능)
'달리'에 주목하면 각각 다음과 같은 정보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ㄱ1. 지리적 조건은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ㄱ2. 제도는 소득 수준의 영향을 받는다.
ㄴ1. 만화의 칸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ㄴ2. 영화 화면의 테두리인 프레임은 그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지 않다.
ㄷ1. 물체가 유체 속에서 운동하는 경우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한다.
ㄷ2. 물체가 유체 내에 정지해 있을 때에는 물체의 운동에 저항하는 힘인 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나도 어렵지 않죠? (제발...)
그렇다면 수준을 조금 높여 보겠습니다.
다음 선지는 언제 참일까요?
⑤ 마이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하겠군.
(2018학년도 수능 19번)
'마이어', '아리스토텔레스', '자연물의 본성', '물리·화학적 환원' 같은 표현을 보며
"아니, 이런 건 소수의 특권층만 배우는 내용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절대다수의(제발...) 건전한 상식을 갖춘 분들이라면,
"마이어는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한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자연물의 본성에 대한 물리·화학적 환원을 인정하지 않는다"가
지문에 주어졌을 때 ⑤가 참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그뿐입니다.
끝으로 작년에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에서 정답률이 가장 낮았던
킬러(진짜 살인자는 아님) 문항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문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순서쌍을 점으로 나타냈을 때, 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다를 경우, 그 둘의 증가율이 같을 때와 달리,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이 점들은 직선이 아닌 어떤 곡선의 주변에 분포한다.
⑤ 가로축 변수의 증가율과 세로축 변수의 증가율이 같고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순서쌍을 점으로 표시한다면, 점들은 직선이 아닌 어떤 곡선의 주변에 분포하겠군.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더라도,
지문의 '달리'를 통해
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같을 때,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이 점들은
곡선이 아닌 어떤 직선의 주변에 분포한다는 정보를
쉽게(제발..제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거꾸로 말한 ⑤가 틀렸습니다.
살펴봤듯, 위 문항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못 풀지 못한다거나,
공교육을 통해 대비하지 못할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달리' 사례를 포함하여 수능 비문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시민으로서 건전한 판단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아주 상식적인 내용의 집합일 뿐입니다.
이런 이유로 '수학(math 아님)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국어 시험에 '낯선 지문'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며,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독해 능력을
소수의 특권층만 갖추게 된다면
그것이 진짜 큰 문제일 겁니다.
- 이해황
● '국어의 기술', '논리개념 매뉴얼' 등 저자
● 국민의힘 PPAT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강의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 도형 진짜 벌레 중의 벌레인데 김범준 사인 코사인 쪽 개념설명 듣고 전보다는 잘풀리는게 느껴짐
-
1회 두 개 틀렸네 작수1이었던건 과거형이 돼버렸나?
-
선택받은 10인에 내가 들어갔음
-
하고싶은거 있었는데 드디어
-
내가 하루동안 일해서 저걸 벌 수 있을까
-
4등급이 듣기에 어떤편임?
-
기하 안하고 강좌도 아직 스타팅블록만 올라왔는데도 이정도네 1타 금방 가실듯 나만...
-
난 한 번 아는거는 절대 못 놓음 원래 익숙한게 무섭다고... 반대로 새로운거는...
-
한완수 한완기 0
무슨 책들이고 뭐가 더 좋나요
-
정파 고2고 지구 내신은 목숨걸고 챙기려고요 겨울방학에 학원에서 어려운 부분?만...
-
인원수 안빠지는게 개웃김 최근 역사를 보면 20 22 23 25다 불질렀는데...
-
어차피 내가 못 가니까 관심없음
-
요새 읽는 책 공유 좀 저는 요새 뇌과학이 괜찮아서 안토니오 다마지오 , , 읽었고 읽으려고 해요
-
가고 싶은데 난 왜 친구들이랑 약속 잡냐
-
노베 국어 인강 1
여태 기출만 풀었는데 시간만 오래 걸리고 잘 안 풀려서 이제라도 인강을 들어보려고...
-
배성민 1
자러갑니다
-
노베가 수영탐탐해서 2.5등급 만드는거 해볼만한가요? 6
고3은 아닙니다. 노베가 수영탐탐해서 2.5등급 만드는거 해볼만한가요? 기하 영어...
-
역사하고 한국지리(이기상T 피셜 역대급)이번에 어려웠다는데 등급컷 보면 ㅋㅋ 고인거...
-
뱃지가 없으니 5
말에 무게가 덜 실리는느낌이다
-
물론 난 할 수 있는게 없기에 내 공부나 하는게 맞지만서도.. 뉴스볼때마다 걱정이네
-
과학 2개 버리면 안 되죠?
-
오늘 고백받음 1
오늘부터 1일♡
-
현우진 t 커리 따라가고 있는 재수생입니다. 개정전 시발점 수1 수2 교재가 집에...
-
쌤들이 정시할거면 대치동가서할거아니면 수시나 챙기라고 하시길래요..
-
놀랍지 않지만 그건 사실이야
-
설치 연치 동시에 생각하면 탐구 선택 어떡해야 할까요?
-
검정고시 '합격' 하고는 최저 공부해서 347등급 수능성적표 들고 어떻게 n차합격...
-
작수 54 화작미적—-> 화작확통 6모 D-85 9모 D-182 수능 D-248...
-
설대 필수 끝나면 투 멸망일거라고 다들 그랬는데 이런식으로 수요가 생길줄은...
-
아무리봐도 4
2과목 못하겠다>>>1과목런>>1과목 ㅈ됨 이건데 무조건
-
아직도 이거 고민하느라 탐구 아무것도 시작 못했음 사탐하면 무조건 만점 목표인데 할...
-
영어 한달동안 유기해서 ㅈ됐거든요.. 실력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데 3모까지 1일...
-
야옹 6
야옹
-
물2가 물1 2차원 확장판이라서 언제든지 돌아갈수있을듯 지2도 심각해보이면 걍 사문...
-
본인은 지금 고3인 현역 2학년때까지 내신 등급 총합은 1.8정도(근데 제2외국어나...
-
설설설설사눠바 2
뿌직
-
스블확통 2
업로드 언제쯤되나여
-
잇올러들 화이팅 0
오늘도 시작되는구나~~
-
의대는 사람살리는법+약 을 배우는데 약대는 약만 배우지않나 간단한 구급법이며 약으로...
-
역대급으로 에반데 이건 초장에 찍어먹지도 못하고 어카노
-
피곤하군 7
-
생윤 1
작년 수능 국어4였는데 국어 못하면 생윤 많이 어려울까요ㅠ 그래도 노력으로 1등급 쟁취할수있겠죠..
-
예전 드릴을 엮어논책이 드릴드니 같은수준의 책인거죠??? 검색하다보니 난도가...
-
이게어ㅐ진짜인데
-
올해 고딩들 원과목 절대 안보겠지 생각하는 애들이면;? 하..시발 우짜노
-
과탐 압도적으로 줄은게 맞음? 아님 메디컬 비율 높으니까 계속 존버타는 건지
-
원숭이나무에올라가였나 탈릅?
-
자기야 1
왜 또 칭얼거려
-
재원생입장에서 시대대치목동 기숙 300명 일단 표본 노답수준으로 빡센거 같고 단과...
-
어차피 돈은 내는데 걍 듣고싶은 교양 듣고 대학다니면 안되나
요즘 진짜 머리 아파요.. 그냥 전부 미친 것 같아요....

(진짜 살인자는 아님)요새 뉴스만 보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정작 이걸 읽어야 하는 사람들은 이 글 끝까지 못 읽을 듯
선생님 속 터지실듯....
진짜 꼬투리 잡힐 만한 어휘는 다 원천 봉쇄하셨네요 ㅋㅋㅋ
'표현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에서 솔직히 움찔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지록위마하는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정론지를 자처하던 언론들이 나팔수를 자처하며 이를 거드는 모양새도 개탄스럽습니다
정말로 본인들이 거짓을 진실로 바꿀 자신이 있어서 저러는 걸까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어 왔을지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이제 당분간 내용일치 2005수능- 2007수능 언어영역 독서수준내고
1컷 93-98 정도로
맞춤법 문법 내신암기스탈내고
고전시가 고어로내고 내용일치 이정도로 갈듯
2005년 7차 처음 수능 언어! 비문학수준
2006년 1컷 98점 언어 비문학 제제가 딱 와닿더라구요
이정도면
수능특강 한권정도랑 기출 문제만 잘봐도 누구나 행뷱한 시험이되요
그럼 올해 머리야터질필요도 없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