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왕용느 [1236783] · MS 2023 (수정됨) · 쪽지

2023-06-19 20: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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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 선지들이 이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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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이해 못했으면 그냥 틀려 이 새끼들아


23 => 지문 완주하셨으면 선지는 그냥 드릴께요 완주만 하세요


23수능보고 선지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황당했는데 저런 뒷일이 있었네


내가 작년 수능 끝나고 보낸 글임


수능이 끝났다. 이번 시험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내가 전해주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해서 노트북을 다시 키게 되었다. 가감없이 나의 솔직한 의견을 전하려고 한다.

 나는 작년 시험이 끝나고 카페에서 시험을 잘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수험생들에게 있다고 했다. 이건 빈말이 아니다. 분명히 14, 11, 18학년도 시험에서 이미 기출이 된 소재를 심화해서 물어봤던 내용이었고 대학에 가서는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연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유추를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해력을 키우지 않고 답이 자주 나오는 부분만 찾아서 풀고도 고득점이 나온다고 믿는 그 안일함은 수능 문제를 내는 전공 교수님과 국어 교육에 너희보다 20-30년 더 넘게 종사해 온 교사와 국어 교육과 교수님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페에서도 나는 좋은 말을 쓰지 않았고 기출 문제를 기반으로 충분히 이해하는 연습을 했다면 최고난이도 문항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시험은 잘못되었다. 언어와 매체를 먼저 푸는 수험생들은 생소한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여 쉬운 공통을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못 보게 만들었으며 6,9월에 3등급의 독해 실력을 가지고 있던 친구가 화법과 작문으로 돌리고 난 이후 기적과도 같은 성적 상승이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또한 답도 의도적으로 찾기만 하면 나오는 수준으로 그냥 떠먹여준 경우가 매우 많았으며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던 작년과 2년 전의 문제와는 결이 매우 다르다고 체감이 되었다. 상위권들이 더 깊게 이해하고 판단하려고 했던 그 모든 순간과 노력들이 헛수고가 되어버리는 시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충분히 수험생들 마음이 가르치는 사람으로써 이해가 되어야 하고 이해가 간다. 나도 화법과 작문 풀고 5분이 남았는데도 17번을 틀려서 100점은 못 맞았다. L 그래프와 같은 방식을 ‘Same’이 아니라 ‘Like’로 해석하여 x변수와 y변수를 로그 변환을 하지 않고 scatter plot에 그냥 펼쳐 놓은 그래프라고 해석했기 때문에 3번을 고르고 틀렸던 것이다. 사실 내 수업이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은 팁들을 가르쳐줬고 체계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작년 98점에 비해 올해는 난이도도 낮은데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이다. 과연 그것이 실력이 저하됨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수의 차이가 너희들의 고민과 사고의 깊이를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나온 ‘쓰러지는 빛’에서 오동나무가 해마다 무성이 잎을 틔우고 아름다운 마을을 이루었던 시절에 대한 나의 추억을 머릿속에 그렸던 친구들과 그냥 답만 고르고 소설 한 편 읽은 적 없이 살아갈 사람들의 인생은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당장의 시험점수가 좋지 않더라도 올해 시험 공부하면서 어려운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려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그 순간, 기출문제에 나온 문학 작품에 몰입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작품을 읽었던 그 순간은 언젠가 너에게 큰 보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점은 너희들보다 더 인생을 많이 산 내가 확신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밥은 사줄 테니 언제든지 연락하고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도록 해라. 올해 모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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