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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타몬 [1225447] · MS 2023 · 쪽지

2023-05-20 18:22:34
조회수 1,846

어휘사를 알아보자: 손톱, 오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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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단어를 요청받았습니다.


손톱


중세 때 ‘소ᇇ돕’과 ‘소ᇇ톱’, ‘손톱’ 모두 존재하였는데 ‘소ᇇ돕'과 ‘소ᇇ톱'의 제1음절의 받침에서 보이는 ㅅ은 관형격 조사 ㅅ이다. ‘손'과 ‘돕/톱'의 합성어로 원래 ‘톱' 자체는 손톱과 발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었다. 단음절어라 딱히 어원을 찾을 수가 없다.


오늘


‘오늘'의 옛말은 ‘오ᄂᆞᆯ’인데 16세기 이후 제2음절 이하에서의 아래아가 ㅡ로 바뀜에 따라 ‘오늘'로 쓰이게 되었다. ‘오늘'은 계림유사에서 “今日曰烏㮈(오늘은 烏㮈이라 한다)”라는 문장이 있는 걸 보아 발음이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어원을 분석할 때 흔히 하는 방식이 ‘오-+-ㄴ+ᄋᆞᆯ’로 보는 건데 여기서 ‘ᄋᆞᆯ’은 ‘사흘’, ‘나흘' 등의 옛말 형태에서 보이는 ‘ᄋᆞᆯ’이다. ‘ᄋᆞᆯ’이 날수를 나타내는 고유어를 조어할 때 많이 쓰였다. ᄋᆞᆯ 자체에 ‘날'의 뜻이 있다고 여겨지므로 이렇게 볼 경우 지금 온 날 즉 ‘今日’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날'을 의미하는 ‘ᄋᆞᆯ’이 결합돼 만들어진 단어인 ‘사흘, 나흘, 며츨' 등은 제2음절의 성조가 거성인데 ‘오ᄂᆞᆯ’의 성조 역시 거성이다.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ᄋᆞᆯ’이 결합한 다른 단어와 마찬가지로 제2음절인 ‘ᄂᆞᆯ’이 거성으로 쓰였단 점과 의미적으로 충분히 말이 된다는 점에서 용언의 관형사형과 체언이 통사적으로 결합한 합성어로 보는 설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물론 ‘오늘'의 어원은 확실하지도 않거니와 합성어라 하더라도 어원 의식이 멀어질 대로 멀어졌으므로 단일어로 보아야 한다. 


참고로 아래아의 발음이 ㅏ와 같아진 근대국어 말기에는 ‘오날'이라는 표기도 등장했는데 우세하게 쓰인 건 ‘오늘'이었고 ‘오날'은 방언으로 그 자리가 밀려났다. 




하늘


일단 ‘하늘'의 옛말은 ‘하ᄂᆞᆶ/하ᄂᆞᆯ’인데 보이다시피 ㅎ종성체언이었다. 후행하는 음운의 환경에 따라 ‘하ᄂᆞᆯ히'나 ‘하ᄂᆞᆯ토'처럼 ㅎ이 덧나기도 하고 ‘하ᄂᆞᆶ 우희'처럼 덧나지 않았기도 했단 뜻이다. 그런데 이미 15세기부터 ㅎ이 덧나야 할 환경에서도 ㅎ이 덧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하ᄂᆞᆯᄒᆞᆯ’ 대신 ‘하ᄂᆞᄅᆞᆯ’처럼 쓰인다든가 말이다. ㅎ종성체언은 그 위치가 불안정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그렇게 ㅎ이 덧나기도 덧나지 않기도 하다가 19세기부터 ㅎ 종성체언이 거의 다 사라지면서 ‘하늘' 역시 ㅎ이 탈락한 형태만 남게 된다. 


16세기엔 아래아의 제1차 음가 소실로 인해 ‘하ᄂᆞᆶ/하ᄂᆞᆯ’은 ‘하늟/하늘'이 됐는데 근대국어는 워낙 표기법이 혼란스러웠을 때라 ‘하날'이나 ‘ᄒᆞᄂᆞᆯ’ 같은 표기도 등장하게 된다. 아래아가 ㅏ로 변한 것에 대한 과도 교정이다. 


그런데 sky를 의미하는 ‘하늘'은 그 어원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아예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계림유사에는 “天曰漢㮈(하늘을 漢㮈이라 한다)”란 문장이 있고 도이장가에는 天乙가 ‘하늘'을 나타내는 표기로 쓰이긴 했지만 이는 음가만 알려줄 뿐 어원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이제 여기서 어원을 찾으려면 다른 언어와 비교를 하면서 고대의 음가를 재구하면서 찾아가야 하는데 우리의 빌어먹을 한국어는 사료도 없고 동계어도 없고 걍 계통론적 고립어라 제대로 된 어원 연구를 하기가 매우 빡세다. 


대충 ‘하늘'에 대한 유사언어학 이야기 두 개를 들고 오면 하나는 ‘한(큰)+울(울타리)’라는 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몽골어에서 찾는 건데 근거가 아예 없다. 전자는 조선 후기 동학 운동 때문에 퍼진 설로 그 당시 언중이 제대로 된 언어학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며 모음의 음가 차이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개소리다. 그냥 과대 의미 부여다. 몽골어에서 어원을 찾는 건 이미 역사비교언어학적으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이 밝혀졌고 그 잘난 알타이어빠들이 만드는 음운대응표는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단어나 의미가 아예 다른 단어를 억지로 대응시키려고 하는 실패한 대응표인 게 이미 주류 학계에선 증명됐다. 대응이 하나도 일관적이지 못한데 어떻게 그 대응이라 포장한 개소리로 어원을 찾을 수가 있을까? 


알 도리가 없는 건 무리하게 추측하지 말고 냅둬야 한다. 어느 정도의 단서(고대 발음)도 없는 채로 아예 쌩으로 맨땅에 헤딩을 하는 걸 우리는 유사학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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