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선의 정리 [440950] · MS 2013 · 쪽지

2015-07-21 00: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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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N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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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N수생


 


야매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현역들을


본 일이 있는가


문제집의 썩은 야매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현역들


나는 현역이 아니라 N수생이고 싶다


빌보드 높이 올라가 현역들을 쓸어버리는


강남대성의 그 N수생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 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강대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대학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강대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내신따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고 있는 현역들이 있는데


 


 


실패해서 왔다가 또 실패해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N수생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공부하는 일이 허탈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수능 때문이라구 수능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수능만큼 고독해 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서울대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서울대를 사랑한다


너는 의대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의대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초라하고


1등급일 것 같으면서도 1등급이 없는 내 성적표에 건배


 


 


수능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수능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수능이란 미련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수능은 후회 않는것


그래야 N수 했다 할 수 있겠지


 


 


수시가 판을 치더라도 한 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정시가 낙타구멍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수시가 대입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강대에서 살고 있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빌보드 1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강대에서 만나는 걸레고사와


악수하며 그대로 걸레 된 들 또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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