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의욕이 안생겨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2561833
공부하기 싫어!!! 싫단말이야!!
공부하기 싫어요.
공부할 의욕이 안생겨요.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아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 12년 동안 공부에 가장 의욕이 없을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유튭 볼때? 인스타 하고 있을 때?
롤 하고 싶을 때? 친구랑 같이 놀 때?
냉정하게 저를 돌아보고
제 주위의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래본 결과
가장 하기 싫을 때는
시험 1주일 전 입니다.
그게 수능 1주일 전이면 더더욱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때 제일 공부에 의욕이 없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때 가장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N수생들은 격하게 공감하고 있겠죠ㅋㅋㅋㅋ)
이해가 잘 안 되면 시험치기 바로 직전 5분 전의 교실 분위기를 떠올려 보세요.
주로 ‘망했다’며 야단법석에 떨기 바쁘지 않나요?
그 전날에는 ‘내가 하루만 더 있었으면 진짜 열심히 할텐데’하며 빈둥거리다가
마침내 종말의 날(?!)이 다가오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친구들과 날뜁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그 정도입니다.
수능 때는 훨씬 더합니다.
대체 왜 우리는
가장 공부해야 할 순간에 가장 공부하기 싫어할까요?
(↑으아아아 압박가아아아암!!!)
그것은 바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ㅡㅡ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아니 형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하네요!!!!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
(특히 연애는 괜히 잘해보겠다고 오버하다 망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란 말이야.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는다면
너의 상황이 안 좋을 지라도 딱히 상황에 신경을 안쓰게 된다? 신기하지!
그러니까 단지 네가 지금 바라야 할 것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인간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을 얻는 인간
이것 뿐이야.
별건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수학교육과 나왔거든요.)
시험보기 10분전의 강의실은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이
절망감에 휘말린 친구들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호잇! 논 건 논거고 공부라도 해볼까!)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ㅋㅋㅋㅋ”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어떡해어떡해어떡해 하며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소를...)
그것도 이제 공부해보겠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전 그래도 꿋꿋이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지옥에서 건졌습니다!!!!!!!!!!!!!! 이얏호!
(대학교 시험은 문제 수가 적습니다. 그때 시험은 총 일곱 문제! 한 문제가 상당히 크죠.)
하지만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관점을 바꾸면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그렇게 매일, 10분씩 조금 더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이런 걸,
한 단어로 말하면 자기효능감 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자기효능감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
매일 조금씩,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그렇게 매일 조금씩 늘려나가는 거예요.
그렇게 조금씩 커가는 자기효능감이 의욕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거예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예전보다 훨씬 멋진 당신이 되어 있을 거예요. : )
(자, 바로 지금이야! 이제 좋아요를 눌러!)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으니까요.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할게요.
꿈꾸는 자에게 길이 될, 김지석
0 XDK (+1,100)
-
1,000
-
100
-
에휴 수시일듯
-
늦버기 수면 0
잘자 오뿌이
-
ㄷㄷ
-
로스쿨 90명이나 갔네 캬캬캬캬
-
간단히 소개하자면 중학교 2학년 동생을 둔 대학교 2학년입니다,,, 중학교때...
-
설 기계공 치고 왤케낮음?
-
시험 끝 3
과제 시작
-
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입니다! 답은 2번이라 하는데 내재적관점이 아니라...
-
남에게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과목은 사문임 이래서 성적과 가르치는 건 아예 별개인가
-
과외생 어머님~ 2
과외비 주세요 ㅠㅠ
-
롤할사람 9함 1
넵
-
펜타킬햇다 0
우하하
-
내가 이딴걸 96점 맞고 수학 잘한다고 자랑질했구나…
-
너무 어려운데 진심?
-
인구 줄어들든 말든 애초에 연금 넣은만큼+수익률만 돌려주면 1도 상관 없는거 아님?...
-
수시가 뭔가요? 3
수시에 교과전형이랑 비교과전형이 있는데, 그 중 교과전형에 관한 질문입니다!...
-
여르비면덕코줌 6
-
지름신이 문제야
-
아무꺼나 박아놔야 성적으로 예상 대학 뜨나요
-
■ 의대교수 집단휴진 예고 첫날 “겨우 만든 비상시스템 망가져 혼란 가중 불가피…...
-
손에 가시박혔어 0
근데 안보여서 우러써
-
다들 성적표 확인하셨던데 4덮 러셀에서 보신분들 아직 성적표 문자 안받으셨죠?...
-
난 개인적으로 2번이다..
-
원래 있던 독서실 쌤이 찍먹만 하보라고해서 하고있다가 와이걸 어떻게...
-
수2 질문 0
(ii)에서 구간 양끝 중 하나에서 최댓값 가지므로 a가 -3분에1부터 3분에...
-
중1짜리를 고졸 검정고시 준비시키고 독학사시키려는 거 부터가... 어휴...
-
아 잠깐만 잔다는게 개같이 자버렸네
-
굿모닝 3
-
대학와서도 커버가 안됩니다;
-
의대 1학년 전원 유급으로 25년에는 안뽑아요~ or 정시수시 합쳐서 10명...
-
이제서야 알았는데 전공의 니들때매 슬전생에 고윤정 나오는데 편성연기됐잖아 ㅅㅂ
-
크리티컬 포인트 0
누나가 화학 크포 할려다가 바꿔서 크포는 다 풀었고 워크북만 남았는데 워크북이랑...
-
링크좀요
-
??: 야 야 야! 니가 뉴진스에대해서 나보다 더잘알아? 1
맞다이로들어와 어쩌고저쩌고...
-
해설에는 역학적에너지 변화량이 -9K+P라 설명하는데 위치에너지 변화를 고려하면...
-
한국인들이란.. 4
음 이렇다네요
-
민초는 무료에요
-
언제나 니 생각에 빠져보곤해
-
뭐지
-
ㅈㄱㄴ..
-
내가 니들처럼 수능에 내신을 반영하길 했냐 정시를 안늘리길 했냐
-
첫날시험에서 상상도못한점수가나와서 교과서가눈ㄴ에너무언들어옴 걍문제풀려고요
-
아직 기출하고있는데..
-
기아 1.6배 ㄷ Lg 1.9배 Kt 1.6배 ㄷ Ssg 1.9배 롯데 2.1배 ㄷ...
-
그나마 제일 다른사람에게 문풀을 할 수 있으니..
-
있으신분은 쪽지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 화이팅!! 벚꽃 피면 생각나는 중간고사 으악
공부는 하고 있는데 영 의욕이 안생기고 기분도 안나면 그냥 그만하는게 나을까요? 뭔가 절실함도 안느껴지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럴 수도 있을 듯 해요. : ) 해야 하는 이유가 또렷할 수록 [공부를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의 출발점이거든요!
캬 오늘 대학도서관에서 막차까지 공부하고 버스탔는데 열심히 했던 제 자신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서 탭댄스추며 창문열고 바람쐤는데 공감가는 명필입니다
역시! 내 자신에게 느끼는 뿌듯함이 짜릿하죠! 매일 탭댄스 추면서 집에 가는 나날되길! ㅋㅋㅋㅋ
제 생각과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와 저랑 통했나보군요! 오늘도 화사한 하루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