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 [1144720] · MS 2022 · 쪽지

2023-03-01 00:00:15
조회수 11,413

고마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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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채원입니다.


어느덧 2023년도 2달이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새학기가 다가왔습니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게 하늘을 감싸고 돕니다. 산 넘어 불어오는 새로운 인생의 바람을 타고, 이젠 오르비를 오래 떠나기 전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얼마 전 다녀온 '수능리')


(자세한 이야기는 예전에 글을 올려둬서 적지 않겠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능 생활이었습니다. 모 강사 말대로 "5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 흔히 입시계에서 떠도는 말인 "5수는 운명이다(五運)"... 제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운명을 바꿔보기 위해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 5번을 시험보고, 정말 서울대에 왔습니다.


 

(밝기 조절해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2월 합격 이후 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원하는 목표 하나를 이루고 나니, 아직 이전에 이루지 못한 수많은 도전들이 다시 제 눈 앞에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체력, 사교, 취미, 운동, 취업, 진로, 돈, 연애...'


그저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이상으로 점점 저를 누르기 시작합니다. 이것 때문에 합격 이후에도 한동안 압박에 시달리며 우울해져 있었습니다. 사실 20살부터 시작했어도 힘든 일인데, 24살에 다시 처음부터 한다고 시작하니 굉장히 두렵고 힘들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부담감에 일정도 뺄 수 있는대로 빼고, 새터도 안 가고, 다시 발표 기다릴 때처럼 방에서 우울함에 빠져있었습니다. 제 자신은 체력도 닳고, 정신상태도 아직 고등학생과 같고, 꿈도 희망도 찾지 못한 패배자처럼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서울대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새터에 가는 단과 사람들을 보고 우울해져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멀리 가게 되었습니다. 그 끝에는 칼바람이 부는 바닷가가 있었습니다. 그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과자를 주며 갈매기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바닷가를 떠나기 전, 바닷가 주위를 날아다니던 갈매기 떼를 보며, 문득 눈물이 터졌습니다. 함께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저것들을 보며, 나는 언제쯤 날 수 있을지...


그 날 이후 어떻게든 현생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전적대에서 한 번도 안 해봤던 회식이나, 축제에 참여할 것을 마음 먹으며, 약간 refresh되는 느낌을 받은 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느리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조금 많이 돌고, 급회전도 하고, 경사로를 지나며 눈비바람 몰아치는 세월에 여기저기 성한 곳은 많지 않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걸어갈 수 있습니다. 너무 늦었다는 마음에 자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천천히, 미끄러지지 않게 여유를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지난 7년 간 오르비에서 도움을 줬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내일부터 이제 2023년의 모든 학교 일정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개학은 2일입니다.) 자신의 꿈, 미래, 그리고 그 이면의 원하는 것들을 위해 달려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순간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조금 힘들고 지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여러분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받은 만큼 열심히 살아서 나중엔 꼭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1년이 될 지, 10년이 될 지, 더 기다려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위해서... 이제 가야합니다.







(예전 글에서 언급했었지만) 탈퇴가 아닌, 자체 영구보존으로 이 자리를 비우고자 합니다. 오늘(3/1) 저녁 중으로 로그아웃 예정이니 그 동안은 얼마간 감사인사나 궁금한 점에 대한 답글을 달아드리다가 가고자 합니다. 바빠가지고 다 못 달 수도 있지만 최대한 달다가 갈게요! 모두 건강히, 잘 지내세요. 


영원히 피어날 찬란한 이 순간

그 순간이 언제일까요?

Whenever,

지금까지 김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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