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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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저는 소설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연극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요.
근데 뮤지컬은 그걸 한 입에 맛보게 해 줍니다.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옛날 고매하신 분들은 뮤지컬을 오페라의 사생아 취급하며 배척하셨다지만 알 바입니까? 전 뮤지컬이 좋습니다. 표 값이 어마무시하게 비싸지만, 오케스트라 세션, 연기자, 조명팀, 소품팀, 음향팀 등등의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는 이 종합예술을, 이 정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겠지요.
각설하고, 캣츠 이야기를 해 봅시다.
캣츠는 다른 뮤지컬과 조금은 궤를 달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뮤지컬은, 극단적으로 말해선 '노래가 곁들어진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다른 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을 볼까요. 기본적인 이야기의 뼈대가 있고, 그 안에서 대사가 노래로 변주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캣츠는, 어떤 스토리라인이랄 게 거의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젤리클 고양이들의 이야기, 그리자벨라의 환생(?) 두 가지 테마 정도가 되겠습니다만, 사실상 그저 서로 관련이 없는, 그저 젤리클 캣츠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있다는 것만 동일한 서로 다른 고양이들의 삶만을 그저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서 큰 기승전결은 없죠.
하지만 뮤지컬 캣츠를 다른 뮤지컬과 차별해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발레-혹은 체조와의 접목입니다.(조예가 깊지 못해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점 양해해 주십시오.)
각 배우들은 모두 한 마리의 고양이에 빙의해 고양이와 같은 몸짓 손짓 발짓들을 해냅니다. 그 동작들은 마치 발레와 같다고 느껴지고, 캣츠는 제가 위에서 말한 여러 예술들에 발레까지 융합된 종합예술 뮤지컬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뮤지컬보다, 훨씬 눈이 즐거운 뮤지컬입니다. 젤리클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며 한껏 곡예를 펼치며 '젤리클 볼즈! 젤리클 캣츠!'를 외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환상적인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죠.
또한 고양이 집사로서의 관점으로 보면 참으로 고양이들의 특질을 잘 잡아냈구나, 하며 감탄하고 웃음짓게 만드는 뮤지컬입니다. 웨버는 어지간히 고양이를 좋아했나 봅니다.
또한 고양이로 비유했지만, 모두 우리네 삶의 은유들인 고양이들의 삶을 관조하면서, 얻게 되는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초반부에 비판했던 스토리라인의 부재와 배치되는 강점인데, 스토리라인을 포기하면서 얻어낸 부분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의 그리자벨라의 승천은, 성모승천(Assumption)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올드 듀터러노미가 환생을 반복했다는 가사를 떠올리면, 올드 듀터러노미는 예수 혹은 하나님의 은유일 수도 있겠네요. <참고)성모승천assumption은 자의가 아닌 하나님의 뜻으로 인간이 승천하는 것으로, 예수님의 승천인 승천ascension과는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권면하는 삶을 살면 비록 현실에선 비루하더라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기독교적 사상을 창작물을 통해 웨버가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
중간에 그리자벨라 役의 배우는 아니었지만 젤리클 고양이들 중 한 마리(?) 한 사람(?)이 메모리를 한국어 버전으로 불러 더욱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르비언 분들도, 3월이 시작해 본격적으로 수험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2월에 젤리클 볼을 한 번 보러 가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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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손절했으니 나락 가라ㅏㅏㅏㅏ
AI가 다 한다니 뭐라니 하지만
자기 할 일을 성실히 하고,
노아처럼 홍수가 올 것을 알고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할 듯한..
요즘 든 느낌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