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자주 받는 질문 답 모음집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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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다가 의대 그만두셨나요?
어쩌다 설인문 지망하게 되셨나요?
인문대 가서 뭐 전공하고 싶으세요?
에 대한 답.
휴학하고 있던 중에 여행을 갔다가, 내가 정말 흥미있고 좋아하는 게 뭘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자신에 대한 탐사라는 말이 정말 맞다고 느낍니다.
저는 제가 언어 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영어 외울 때도 라틴어 접사 어근 이런 걸 좋아하고, 중학교 시간에 있던 중국어도 자사고 진학에 별 필요도 없는데 열심히 하고, 또 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자도 원래 좋아했고, 일본어도 독학으로 JLPT 1급을 따고, 순전한 개인적 욕망으로 프랑스어 독일어를 독학하기도 하고 말이죠.
사설입니다만 학업적인 부분에서도 영어는 재수시절 온갖 모의고사, 사설모의고사나 대성,종로 월례평가에서도 모두 만점, 국어는 두 번의 수능에 모두 만점을 받았던 반면에 수학은 정말 열심히 해도 1~2등급을 진동하고, 생명과학은 만년 3등급이었고요. (철저한 문과체질)
그렇게 저는 자신이 의학보다는, 다양한 언어를 탐구하고 관련성을 알아내고 그러는 것에 흥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의대를 자퇴하고 그 쪽을 전공해볼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대를 도저히 더 못 다닐 것 같았고, 그렇다면 다른 일을 해야할 텐데, 저는 일단 공부를 좀 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알아본 결과 언어학과라는 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국에 다섯 곳 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고려대, 한국외대, 충남대, 그리고 부산대였죠.
그래서 수능을 한 번 다시 볼 결심을 하게 되고,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목표로 해서 준비를 한 번 해보자,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땐 그 결심이 확고하진 못했고, 또한 의대를 그만두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기에 다시 결국 복학을 했습니다.
그렇게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 앓던 병이 다시 좀 심해져서 휴학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한 달 정도는 좀 요양을 하다가, jlpt n1을 딴 후에 하나의 일에 착수했습니다.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번역이었어요.
민음사의 번역본은, 너무나 설명도 불친절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많다고 느껴서 원문을 사서 읽었는데, 느낌이 많이 달라서 아, 이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게 된거죠. 그렇게 몇 달을 씨름하며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사전을 거의 옆에 끼고 번역했습니다. 퇴고도 거의 5번은 한 것 같아요. 너무나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인간실격을 번역해서, 자비출판 형식으로 펴냈습니다.
그렇게 번역을 하고 나서 두 번째 일에 착수하기로 합니다.
제가 직접 소설을 쓰는 것이었죠. 사실 이 소설은 제가 처음으로 질병휴학한 해에 태어난 소설이긴 했는데, 기승전결만 있고 그 사이의 짜임을 써내려가다 몇 번이나 포기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그 소설을 완성해내서 신춘문예 등에 투고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뭔가 계속 가로막히면서 매끄러운 전개의 연결이 안 되는 걸 느꼈고, 제가 생각하는 A페이즈에서 B페이즈로의 전환 사이에 뭔가 장면이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걸 도저히 못 쓰겠는, 그러니까 뼈대만 있고 살을 못 붙이는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쯤 되니 어딘가에서 소설 작법을 배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런 소설 작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찾아보니, 문예창작과가 소설 작법을 가르치는 학과더군요. 그런데 문창과는 대부분 입시가 실기 위주라서, 내가 20년간 수능 공부하듯이 글쓰기를 20년간 해온 친구들과 경쟁해서 내가 입학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가 않다, 하고 결론을 내리고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때 즈음 읽었던 책이, 2022 제 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었습니다. 그 해 대상 수상작은 손보미 작가님의 '불장난'이었고, 작가님께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신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2021 제 44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이신 이승우 작가님도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신 신학자이신 것을 떠올렸죠.
그래서 '아 꼭 문창과가 아니라 국문과를 가더라도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학부는 국문과를, 대학원을 문창과를 가는 방법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문학 자체에도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고 실제로 중학교 시절 개인적인 꿈은 서울대 국문과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이과 의대 테크를 탄 경우였고요.
그래서 국어국문학과를 알아보니, 서울대학교가 마침 인문대학으로 광역모집을 한 후,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등의 어문계열과, 사학계열, 그리고 철학과, 마지막으로 언어학과로 전공이 나뉘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명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 가서, 인문대생으로 1년을 보내고, 전공 선택을 국문과 혹은 언어학과로, 내가 그 때 원하는 것으로 선택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제 첫 번째 목표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진학이 되었고, 올해 1월부터 수능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 왜 하필 서울대인가요? 인문학을 배우려면 다른 학교도 많을 텐데 그저 허영심때문 아닌가요?
에 대한 답.
맞습니다. 허영심도 있습니다. 대부분 지방의대생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자신이 서울대를 갈 수 있었음에도 포기하고 지방의 사립대를 가게 되면서 포기하게 된 소위 '명문대' 진학에 대한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그러나 꼭 허영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입시 준비에 있어서의 마음가짐 때문이고, 두 번째는 입학 이후의 문제 때문입니다.
첫째로, 입시 준비에 있어서의 마음가짐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밸리는 '군주론'에서, 훌륭한 궁수는 목표물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겨냥하여 활시위를 당긴다고 했습니다. 그래야지만 멀리 날아간 화살이 목표물에 닿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와 같이 지혜로운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의 발자취를 모방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이 관점에선 저는 오히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훌륭한 궁수라면 목표물보다 더 높은 곳을 겨냥해야 할 테니까요.
둘째로, 입학 이후의 진로 선택의 문제입니다.
1.에서 설명드렸듯, 저는 국문과와 언어학과, 양 쪽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부산대학교 언어학과와 같은 학과 단일로 모집을 하는 학교로 진학하게 된다면, 국문과로의 선택의 길이 굉장히 좁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전과를 하는 방법이 물론 있겠지만, 1학년 때 양쪽을 들어보고 더 하고 싶은, 또는 더 잘 할 것 같은 것을 고르는 것과, 가로늦게 언어학과에서 전과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입학 이후의 문제는 진로 선택 이외에도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pool의 문제입니다.
서울대학교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이고, 최근 메디컬의 강세에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학문 양성의 산실입니다. 그곳에서 훌륭하신 교수님들 아래에서, 대단한 동기들과 함께 학문를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서울대라면 자신들이 하는 학문에 대해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자조하고 우리는 문과라며 자기 비하하는 학생들보다는, 어떤 학문적 열망이 있어 입학하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이것은 제가 서울대 인문대학에 다녀보지 않았고, 또한 다른 대학교 인문대학도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한 억측이긴 합니다. 타 대학을 비방하거나 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순수한 환상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3. 진학 이후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언어학을 전공하고 싶어진다면, 언어학과 전공진입 후 석박사까지 따고 싶습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어진다면, 국문과 전공진입 후 국문학 대학원 혹은 문창과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어느 쪽을 가든 박사 학위에 대한 욕심은 있습니다. 저는 허영심이 많은 성격이라, 의대 자퇴로 인해 의사가 되지 못했다는 실패감을 다른 분야에서의 박사 학위 취득으로라도 채우고 싶어서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교수님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시켜만 준다면요. 과거 선생님을 꿈꾸기도 했었고요.
번외로는 최근에 언어학과에서 라틴어를 전공한 후에, 의대에 복학해 졸업 후 해부학교실에 들어가 해부학 교실 교수님이 되는 것도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해부학을 배울 때, 라틴어 어근을 찾은 후에 그걸 접목시키면서 해부학 구조물들을 당연히 이런 이름이 붙었겠구나, 생각하며 외웠는데,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 떠올라서 그런 것들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조금 더 해부학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교수님이 될 수 있다면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의대를 졸업해야 하니 토나와서 못 할 거 같긴 합니다. 일종의 망상입니다.
혹시 다른 또 궁금한 점 있으시면 자유롭게 질문하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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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가 ㄹㅇ 다르심...키야....이런게 꿈이구나....진짜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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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멋지신 분. 많이 배워갑니다
볼때마다 항상 멋있다고 생각합니다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분이시니 분명 성공하실거라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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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멋있다. 꿈 찾아 가는 삶이라니 존경합니다.글 되게 조리있게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물론 꿈을 찾고 이를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가시는 모습 또한 멋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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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져요진짜 멋지다
존경스럽고 멋지네요
멋있고 대단하십니다... 하고싶은게 없어서 무지성 메디컬을가는 제가 초라해지는군요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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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있어요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멋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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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멋진분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제 개인적인 생각이 있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더욱 노력해야겠네요 저도 하하
진짜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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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언문, 가자!
나랑 비슷한 갬성 개추.
의사 면허 는 있지만 비슷한 곳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을 보니 반갑네요 서울대 인문학부에서 만납시다
헉 혹시 n수의 신 나오신 선생님이신가요...?
맞음 ㅎㅎ 열심히 해봅시다
내년에 관악에서 뵙고 싶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 주경야독이라 2년잡고 있어요 ㅎㅎㅎ 하루 2-3시간정도 합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열심히 해서 먼저 가서 선생님 오실 길 미리 닦아놓겠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반대안하신것같아서 다행이네요 꼭 하고싶은거하면서 사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