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과외를 하며 느낀 점들 (공부법, 교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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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글에 앞서 본인은 현재 한의대 본4고 편의상 음슴체와 반말 쓰겠음.
본인은 현역 때도 국어의 경우 고3 모의고사에서 거의 100점 아니면 가끔 97 98이었음.
그래서 수능을 치고 20살에 과외 시장에 뛰어 들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3, 4등급 이하의 학생들을 만나면 당연히 잘 해주고 싶고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걸 전달함에 있어서 매끄럽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어떻게 이런 것 까지 모르지?' '방금 말해준 내용인데 10초만에 까먹을 수가 있지?' 이런 생각들로 마음 속에서 학생들을 탓하고 답답해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음. 상위권이었던 학생들이 대학생 때 과외를 하게 되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 번 쯤은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함. 그래서 다른 과목들도 물론 느낀 점들이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게 국어 과외라 짧게나마 국어를 가르침에 있어서, 또 국어라는 과목을 공부함에 있어서 느꼈던 부분들을 조금 적어보고 싶음.
II. 이미지화(구조화)
우선 국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 때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글을 이미지화 하는 것이라 생각함. 이는 국어 공부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많은 곳에서 시키는 '구조도 그리기'도 '이미지화'와 거의 동일한 의미와 효과를 가지고 있음. 또, 지문을 읽고 문제로 들어가 선지를 볼 때 지문의 특정 파트를 빨리 찾아가는 것은 시간 단축에 큰 영향을 주는데 문단 별로 본인이 그림 이미지 혹은 구조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 선지를 보고 어느 문단 어느 부분으로 가야할 지 바로 떠올릴 수 있어 시간 단축에도 좋음.
사람이 Text를 읽을 때 그 것은 그냥 Text 자체로 머릿속에 저장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이미지로 변환되어 머릿속에 저장 되는 과정을 거침. 예를 들어 소설을 읽으면 자동적으로 캐릭터들의 모습, 표현, 행위, 나아가서 감정, 인간관계, 사랑 같은 형태가 없는 것들 까지 머릿 속에서 재생 될 것임. 가끔 소설을 읽다가 OOO이라는 엑스트라가 10화에 출연했고, 한참을 안나오다가 120화 쯤에 등장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쟤 누구더라?' 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들 중에서도 OOO이라는 엑스트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저 OOO을 OOO으로 기억하고 있는게 아니라, '흰 머리를 가진 OOO', '주인공을 어디서 구해준 OOO' 등과 같은 시공간적, 형태적 이미지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봄. 이는 비문학에도 통용되는 것이고, 나아가 특정 파트를 암기함에 있어서도 그냥 줄줄 읽는 것 보다 직접 쓰면서 글자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박아넣고 각인하거나, 구조화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 더 잘 외워지는 것과 동일한 느낌임.
특히 국어 문제를 틀리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으로 글에 안 적혀 있는 내용을 이미지화를 해버려서 무의식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푸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자면 본문에서 " 햇살을 받고 있는 사과 " 라는 Text가 있었다면 머릿속에 " 햇살을 받고 있는 사과 " 에 대한 이미지가 그려질 것임.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화 과정에서 '햇살'과 '사과'만 머릿속에 그리는게 아니라 '책상'이라는 새로운 사물을 그려버리면 무의식적으로 내가 읽었던 글이 "책상 위에 놓인 햇살을 받고 있는 사과"였다고 인식하게 되고 선지에서 "햇살을 받고 있는 사과"라는 문장과 "책상 위에 놓인 햇살을 받고 있는 사과"를 동일시 함으로써 틀리게 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뜻임.
따라서 본인은 수업을 할 때 이미지를 만드는 것, 구조도를 그려보는 것, 가장 본인에게 알맞은 형태로 무형의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가장 간편한 표를 지문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정확하게 그리는 것 등을 가장 많이 강조함. 다만, 단지 이미지화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문제를 풀 때는 다른 스킬들도 분명히 필요함.
III. 지문과 문제를 연결하는 스킬들
본인은 첫 문장 / 이 글에서 처음 제시 된 개념 / 생전 처음 보는 용어 (ex.베바시주맙) / 수량 표현 / 같은 의미 but 다른 표현 / 접속사 등을 강조하며 "글의 특정 부분은 필요 없으니 날리고 읽어라", 보다는 "모든 부분에는 쓰여진 이유가 있고 평가원 지문은 매우매우 깔끔하여 모든 부분에서 중요도의 차이는 있지만 쓸 데 없는 부분이 적힌 곳은 없다." 라고 많이 말하는 편임.
1. 첫 문장은 글의 갈래(인문, 사회, 경제, 기술, 과학 등)과 핵심적으로 다룰 내용을 담고 있음. '첫 문장만 봐도 뒤를 알 수 있다.' 라는 말은 말이 안되지만 특히 국어 성적이 낮을 수록 방향성을 잡아주고, 공부를 할 때 글의 갈래를 나눠 카테고리 별로 공부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것이 첫 문장이라고 생각하여 시험장에서 보다는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중요하게 여기는 편임.
2. 이 글에서 처음 제시 된 개념은 항상 동그라미를 치라고 함. 대부분 명사 표현이 많을 것이고 이는 이미지화 혹은 구조도를 그림에 있어서 뼈대가 될 수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임.
3. 생전 처음 보는 용어가 나왔을 때는 모른다고 당황하지 말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라고 함.
ex) 지질 피막의 유무와 관계없이 다양한 바이러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하이포염소산 소듐 등의 산화제가 널리 사용된다. -> 'A 등의 B' 라는 표현법이 사용 됨.
(B에 A가 포함되는 관계인 것만 알아도 선지에서 꼬아 내었을 때 산화제가 하이포염소산 소듐보다 상위 개념이라는 것을 통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음. 하이포염소산 소듐이 뭔지 모르고, 산화제가 뭔지 몰라도 상관 없음)
문제에서는 보통 쉽게 예를 들면
지문에서 사람은 동물을 탑승한다. 라고 나왔을 때 -> 선지에서 사람은 말을 탑승한다? X
지문에서 사람은 말을 탑승한다. 라고 나왔을 때 -> 선지에서 사람은 동물을 탑승한다? O
이런 식으로 포함 관계를 꼬아 내는 경우가 많음. 따라서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
4. 수량 표현 같은 경우는 ‘일부, 많은, 거의, 대부분’과 같은 양을 알려주는 표현을 조금 더 자세히 읽을 것을 강조함. 이는 문제에서 바꿔 출제하기가 너무 편하기 때문임.
ex) ‘일부 or 거의’ 등의 표현이 글에서 쓰였는데 문제에서는 ‘모든’이라는 표현으로 바꿔 냄 (포함관계와 같은 맥락)
5. 같은 의미, 다른 표현은 매우매우 중요함. 보통 동일한 단어 혹은 개념을 반복해서 (꾸며주는 말의 형태로) 많이 적어줄 수록 쉬운 지문인데, 이러한 쉬운 지문을 어려운 지문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 한 번만 설명해주고 너 이거 이제 알지? 라는 느낌으로 생략하거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다른 표현을 사용해서 바꿔 언급할 수 있음. 문학으로 따지면 고전 소설 등에서 지칭어가 같은 사람이라도 '그, 승상, 남편, 조부' 등으로 바뀔 수 있는 점과 유사.
비문학 선지에서도 지문과 100% 같은 용어보다는 그 용어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의미, 포함 관계가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
6. 접속사는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단지 문장과 문장 뿐만 아니라 글의 흐름을 알려주는 역할도 함.
ex. 같은 흐름으로 계속 가고 있는가 or 흐름이 바뀌었는가 or 너 흐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니? 못하고 있으면 예를 들어 줄게
IV. 그 외
보통 이미지화, 스킬들을 바탕으로 많이 공부시키고 그 외에 다른 매체나 과목에서 얻을 수 있는 기본 지식이나 국어 문법, 어휘력 등을 덧붙여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느낌으로 많이 진행하는 것 같음.
위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들이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당연한 말들이겠지만 내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고 해오던 과정들이 막상 수업을 하고 전달하려 하니 체계화가 안되는 것 같아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 보았음.
전문적으로 수업을 하시고 연구하시는 선생님들은 물론 나보다 더 발전된 교수법을 가지고 계실거라 생각하고 리스펙트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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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거 올려도 좋아요만 누르고 안읽는 사람이 95%이상일듯 해요
저도 문제풀이 올리는데 참고해본 사람이 있을지나 의문 ㅠ
제 실수일수도 있는데, 스킬 3번의 구조 파악 예문의
지문에서
‘사람이 동물을 탑승한다’ 고 나왔을 경우 선지가 맞는 말이고 반대 경우에서 선지가 틀린 말이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