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글싸개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1-25 23: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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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올바르다', '오른손'과 관련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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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를 보고 사람들이 왜 '옳바르다'가 아니냐고 묻는다. 어원은 차치하고 '옳바르다'가 되면 표준발음은 격음화에 의한 [올파르다]일 것이니 인정되지 않는다. 표준어는 소리대로 쓴다. 


그러나 정말 '옳바르다'에서 오고 여기서 ㅎ이 탈락해 '올바르다'가 된 걸까? '옳바르다'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말음 'ㅎ'이 쉽게 탈락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올바르다'가 '옳고 바르다.'의 뜻을 나타내므로 '옳다 + 바르다'의 비통사적 합성어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말에 따르면 '올곧다'도 '옳곧다'로 써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이렇게 본다면 '올곧다'는 '옳고 곧다'가 그 어원일 것이다.


'올바르다'와 '올곧다'가 '옳-'에서 왔다면 중세국어에선 연철 표기를 하므로 '올파르-'나 '올콛-'처럼 쓰였을 것이다. 만약 이들 어휘가 중세가 아니라 근대 때 조어됐다면 어원 의식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고 이 의식을 바탕으로 분철이 주된 표기법이었으므로 '옳바르다'와 '옳곧다'로 쓰였을 거다. 그러다가 ㅎ이 탈락했다는 것인데 과연 그 ㅎ의 탈락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견해로는 '올'이 '실'을 의미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한 올 한 올' 할 때 그 '올'이라고 보면 '올이 바르다', '올이 곧다' 등의 문장이 나오고 여기서 서술격조사가 탈락한 통사적 합성어로 보게 된다. 비통사적 합성어의 비율이 그리 많지 않으므로 우리말 어순에 자연스러운 통사적 합성어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둘 중 하나를 확언할 수 없는 이유는 '올바르다'와 '올곧다'의 과거 표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르다'는 빨라 봤자 20세기의 표기가 처음이고 '올곧다'는 19세기에 보이는 '올곳다'가 최초 문헌 출현 기록이다. 그러므로 '올'이 '옳'에서 ㅎ이 탈락한 건지 원래부터 '올'이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국립국어원은 합성어임에는 동의하나 비통사인지 통사인지는 견해가 다르므로 확정지을 수 없다고 한다. 



'옳다'의 옛말은 '올ㅎㆍ다'인데 '오른손'이 이 '옳다'에서 왔다. '오른손'은 '올ㅎㆍㄴ손'으로 소급되는데 이는 어간에 관형형 어미가 붙고 그 뒤에 손이 온 것이다. 제1차 아래아의 음가 소실에 의해 '올ㅎㆍㄴ손'은 '올흔손'이 되고 두 유성음 사이에 끼어 있는 ㅎ은 약화되어 탈락해 '오른손'이 되었다. '오른쪽'이 '올바른 쪽'인 거다. 이는 영어 right에서도 보인다. right은 '오른쪽'과 '옳은' 둘 다 뜻한다. right은 고대영어 riht에서 왔는데 얘는 "just, good, fair, in conformity with moral law" 등을 뜻한 단어로 긍정적인 의미만을 갖고 있었다. 재밌는 건 'rith'는 '곧게 뻗은, 굽지 않은'이란 뜻도 갖고 있었단 것이다. 라틴어 rectus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유럽어 중 대부분은 '오른쪽'과 '옳다'가 단어가 같은데(독어 recht) 이 이유는 원시 인구어족에는 'reg-'라는 어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왼손'은 '외다'에서 온 말로 '그르다'의 옛말이라고 보면 된다. '왼쪽'은 '그른 쪽'이다. 영어에선 'left'가 '왼쪽'을 뜻하는데 'left'는 고대 영어 'lyft'에서 온 말로 'weak, foolish'를 뜻했다. 애초에 left에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던 거다. 불어 gauche는 '비뚤어진, 서투른'이란 부정적인 의미도 '왼쪽'이라는 의미도 있다. 독어 link는 '왼쪽'이란 의미도 '수상쩍은'이란 의미도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오른쪽은 긍정적인 의미를, 왼쪽은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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