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글싸개 [115982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3-01-24 16:58:12
조회수 4,498

바퀴벌레의 어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1582521

'바퀴벌레' 혹은 '바퀴'라고도 불리는 이 벌레는 17세기에 보이는 '박회'로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다. 역어유해에선 '金包虫'를 '박회'라 하였는데 바퀴벌레를 의미하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비렴(蜚蠊)은 속명이 유충(油蟲)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박회라고 부르고 강괴라고 하기도 한다. 볶아서 먹는 사람도 있다 한다."라는 문장이 존재하고 이 문장은 '바퀴벌레'를 '박회' 혹은 '강괴'라고 한다는 것이다. '강괴'는 현재 경상 방언인 '강구'와 유래가 같은 말이다. 이 '박회'에서 음절 축약이 일어나 '바쾨'가 되고 근대국어에서 'ㅚ'가 'ㅟ'로 바뀌자 '바퀴'가 정착하였다. 원래 '벌레'라는 말 없이 '바퀴' 자체만으로 '바퀴(cockroach)'를 뜻했다. 


한편 '바퀴(wheel)'는 15세기에 '바회'로 소급되며 17세기 말에 'ㄱ'이 들어간 '박회'가 등장한다. 이는 '바회'가 '바위(rock)'도 뜻하던 단어였기에 동음이의 관계를 피하고자 ㄱ이 첨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바회>박회>박휘>바퀴'의 변화를 거친 건데 그렇다면 17세기 이전에는 '박회'가 아니라 '바회'였단 뜻이 된다. 바퀴벌레라는 곤충 역시 17세기 이전에 존재하였을 거고 그때도 '박회'로 불렸을 것이라 추정하면 '바회'와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19~20세기에 '바퀴'는 'wheel'과 'cockroach'를 모두 의미했는데 아마 동음이의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단어를 덧붙여 '바퀴벌레'를 썼을 것이다. '바퀴'에 '벌레'가 덧붙어 '바퀴(wheel)'와는 구별하게 된 것이다. 이는 언중이 '바퀴(wheel)'과 '바퀴(cockroach)'의 발음이 같다는 것을 의식했다는 것이고 이러한 의식을 기반으로 '바퀴벌레'가 사실 '바퀴(wheel)'에서 온 말이라는 설이 퍼진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바퀴(wheel)'에서 '바퀴(cockroach)'가 왔다는 것은 공시적인 형태만을 보고 비교한 것이므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역어유해는 중국어 어휘를 한글로 풀이한 책이므로 이 책이 쓰여진 17세기에만 이러한 표기가 존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15, 16세기에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어휘가 존재했을 것이고 '박회'는 '바회'와는 그 어원이 다른 단어가 아닌가 싶다. 현재로선 '바퀴벌레'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역어유해이고 그 이전의 표기를 알 수는 없으므로 '바퀴(wheel)'에서 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