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동물펭귄 [566012] · MS 2015 · 쪽지

2015-06-17 13: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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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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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작곡 전공을 했었습니다.


10년 정도 했었네요. 초등학교때 잠깐 바이올린을 배웠었는데

그때 바이올린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하게 됬었습니다.

5년 정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제 왼쪽 손끝이 그리 민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피아노로 전향을 했습니다. 그렇게 예중을 들어갔고,

어느 순간 '영화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들어, 중3때부터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예고를 들어가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데, 예고에서 배우는 작곡은 제가 생각하던

'영화 음악'과 같은 작곡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었습니다.

정형화된 화성 진행을 암기하는 것부터, 정형화된 대위 형식, 예외의 배제.

어느 frame에 짜맞춰진 듯한 비슷비슷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현대 음악 양식에 대한 심각한 모순을 느꼈습니다. 또한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도

처절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클래식 작곡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국내 음악대학이 아닌 해외 대학에서 film score을 전공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엄청난 반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돈'문제였고, 해외 대학 출신 작곡가의

성공 가능성 여부에 있어서 였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의 계속되는 반대와 강압과, 학교 선생님들의 멸시,

또 멀어져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의 마음에 악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말이죠.

왜 세상은 내가 원하는데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가.

나는 왜 기성의 것들을 좇아야만 하는가.

'나는 혁신가의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꿈이엇던 걸까.'

그렇게 과다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더이상 음악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전입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오히려 홀가분해 지더군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면서도 홀가분해졌습니다.

일반고에 전학을 가서, 2년동안 남들처럼, 혹은 남들보단 조금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의 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4월까지 다녔네요.

하지만 끊임없이 지속되는 우울감과 대인기피증 등 여러 정신적인 요인들로 인해

자퇴를 하게 되었고, 현재 재수를 핑계로 치료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고싶은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최근까지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가다가, 얼마전 깨달았습니다.

난 다시 예술을 해야 한다고.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깨닫고 나서 집을 나왔습니다. 부모님껜 고시텔에서 공부한다고 말씀드렸고,

지인 집에서 지내며 낮에는 음악작업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시선이 두군데로 분산되어서 때론 집중하기가 힘이 들지만,

제가 진정 원하는 일을 하니까 별로 힘들지는 않더군요.

아직 저의 진로는 잘 모르겠으나, 저의 느낌에 기대어 나아가려 합니다.

제가 이끌리는 대로, 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려 합니다.

더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가려 합니다.

대학? 가긴 가야겠죠. 하지만 별로 미련은 없습니다. 현재 서울대 미학과가 목표이긴 하나 가지 

못해도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분명 그 학교에 들어가면 나에게 오는 메리트가 있겠지만

그게 내 인생의 전부를 좌지우지 하진 않습니다.

저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은 소망이 있고, 어느 학교를 가던지 간에 그러한 기회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없다면 그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모든 마음의 짐들을 떨쳐 버립니다. 이제 항상 웃으면서 지냅니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신

비롭습니다. 

음악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음악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노래하고 싶은 세상의 모

든 것을 음악을 통해 이루어 낼수 있습니다. 음악은 경이 입니다. 또 제가 해야 할 그 '어떤 것' 입

니다. 절대 가치를 매길 수 없습니다. 저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타협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참된 예술가는 많은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가장 최상의 

것을 창조해 낸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러한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감정들이 있고,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감성이 있습니다. 저는 한 선율 한 선율마다 그러한 경험들을 녹입니다. 수많았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어, 오선지 안에 예쁘게 담습니다. 행복합니다. 요즘엔 다시

교회를 다닙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니 경이롭습니다.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좁은 골방안에서 두세시간씩 통성 기도를 드립니다. 전혀 힘이 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하

고 아름답습니다.

제가 새벽에 느꼈던 여러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 봅니다. 여러분, 세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세상이 여러분을 힘들게 할지라도, 절대 꺾이지말고 갈 길을 가십시오. 하고 싶은 일을 하세

요. 그 어떤 것도 당신을 평가할수 없고 당신의 행복을 가로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항상 곁에 

계십니다. 물론 종료를 가지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언젠가 한번은 느끼시길 바랍니다. 내가

행한 모든 길이 선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고, 때론 당신이 그 길로부터 벗어나려 해도, 언젠가는 다

시 돌아와야 할 날이 온다는 것을. 당신을 속이지 마십시오. 거짓말은 언젠가는 들통나는 법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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