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962628] · MS 2020 · 쪽지

2023-01-09 20:57:17
조회수 8,100

다시는 안돌아 올거라고 다짐했던 입시판에 들락날락거리는 예비 사반수생 고민 좀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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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삼수하면서 경희한이 목표였고 인설약 성적까지는 충분히 나오던 성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수능은 망해서 성대 일반과를 갈 거 같아요. 

후회는 없지만 지금 돌이켜보았을 때 제 삼수가 삐끗했던 시점은 6평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6평을 너무 잘 봐서 시대인재 편입을 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최고의 입시기관에 들어갔다는 안도감과 수학과 국어를 잡았다는 여유로움이 저를 망쳤던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서바를 보면서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나랑 안맞는 거 같은데, 독재가 더 맞는 거 같은데 싶으면서도 그냥 제일 좋은 학원이니까, 선생님들도 주변 사람들도 시대인잴 다닌다는 건 공부를 잘한다, 의대 가는 학생들이다 라는 생각이 깔려있으니 저도 제가 한의대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글은 이렇게 썼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후회가 정말 없었습니다. 삼수하면서 여기에 더는 고여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였고,수능을 망치고 나서도 얽매여서는 안된다고 일단 학교를 가서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한 번만 가져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였습니다. 또 같이 삼수하는 친구들이 조금 많았는데 그 친구들도 목표한 곳에 지원할 성적이 되는 친구들이 없었고, 자신들은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말이 저를 도 다잡아주기도 하였습니다. 가끔 오르비에 n수 의대,n수 한의대를 쳐보긴 했지만 시도할 생각은 5%정도만 있었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환승연애 현규님이 사수 끝에 서울대를 간 것을 보고 끝까지 자기 꿈을 이뤄낸 것이 멋있다라고 할 때 잠깐잠깐 사반수에 대한 생각이 팍 올라가기는 했지만 제가 사반수를 한다고 성적이 올라갈 보장이 없고 무엇보다 3년 내내 나는 한의대 갈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있던 저와 다르게 자신이 없어서..이내 마음이 빨리 식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서울대 발표가 났고 저보다 공부를 한참 못했던 친구가 서울대 예체능 합격 소식을 들려온 순간 사반수 생각이 90%정도로 너무 하고싶어 졌습니다. 물론 그 친구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삼수를 시작하면서 같이 목표하는 곳 가자라고 했는데 그 친구는 가고 저는 못가서 제가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게..그게 저한테 너무 미안합니다. 자꾸 내가 저 친구보다 뭘 더 안했길래? 모든 등급이 훨씬 더 높은데 왜 저 친구는 원하는 곳에 붙어 행복해하는데 나는 계속 문득문득 슬프지?하는 생각이 들고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동생이 고등학생이기도 하고 3년간의 입시로 인해서 돈을 진짜 오지게 써서 더이상 부모님께 돈으로 스트레스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충동적으로 ’반수 생각이 0에 수렴할 때 없애기‘라는이름의 자유적금 계좌도 만들어서 50 넣어놨어요…진짜 미친 거 같아요..제가 한 번 이런 생각을 가지면 정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거든요 근데 지금 제가 삼수 전 저와 똑같아요 그래서 사반수가 망할까 두렵기도 합니다 삼수 전에 삼수한 걸 후회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진짜 후회만 안해요..

제가 아직 대학을 안가서 그런건가요?그렇다기엔 저는 벌써 대학생활이 설레이지 않아요 오히려 저 빼고 다 어릴까봐, 저 빼고 다 반수할까봐, 그거에 뒤늦게 휩쓸릴까봐 걱정입니다. 


사반수를 해서 성공하신 분들, 사반수를 해서 실패하신 분들, 사반수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하지 않은 삼수생분들의 조언이 정말 절실합니다. 


이정도면 미련인거 저도 잘 압니다..근데 저 성취감,해냈다는 기쁨,제 행복으로 인해 진심으로 기뻐하는 부모님 모습 지금 아니면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 거 같아요..


제가 글을 너무 사반수 해도 된다고 설득해달라는 흐름으로 썼긴 한데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현재 마음이 많이 아프니까 조금만 살살 말씀해주시면 제가 찰떡같이 알아들을게요. 제가 여자여서 다행히 군대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사반수해서 만약에 만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29살에 졸업이라..많이, 아주 많이 고민이 됩니다. 성공 보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구요. 글 이만 줄이겠습니다. 현실적인 위로(?)부탁드립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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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아비니조아예지 · 1107395 · 23/01/10 03:28 · MS 2021

    그래도 사반수해서 만약에 만약에 성공한다고 해도 29살에 졸업이라..많이, 아주 많이 고민이 됩니다

    이것이 굉장히 배부른 고민이라는것만 아시면 됩니다
    뒷문장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할만하구요

  • 뭐든지 · 962628 · 23/01/10 12:59 · MS 2020

    감사합니다 얼마가 걸리든 붙기만 하면 그게 좋은 거란 사실이 더 고민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충분히 쉬면서 많이 많이 고민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조언 감사드립니다

  • 원맨 · 1161376 · 23/01/10 08:25 · MS 2022

    에궁. 많이 힘드실텐데 힘내시고 우선 대학 생활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과활동,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미팅도 해보고. 대학 수업도 열심히 들어보고. 삼수생이더라도 나이 대우해주기 때문에 본인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어울리는데 문제 없습니다. 지금 당장 주변 탁구장에 레슨 등록하고 대학가서는 탁구동아리 활동해보는게 어떨까요? 탁구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에 좋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남으시면 다시 수능 달려야죠. 지금은 너무 지쳐있기 때문에 당분간 수능판을 떠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뭐든지 · 962628 · 23/01/10 13:17 · MS 2020

    감사합니다..원하는 대학에서 대학생활하겠다는 의지때문에 아직 대학 생활을 안해봐서 이러는 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들게 하네요ㅠㅠ우선 5월까지는 수능 생각 안하고 여지껏 참아왔던 취미생활,운동 하면서 지내보겠습니다 조언 너무 감사드립니다..

  • AJ · 1197890 · 23/01/13 20:34 · MS 2022

    안녕하세요 제가 글쓴이 분과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한 것 같아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저도 경희대 한의대를 목표로 삼수를 했었습니다.
    6평,사설 모의고사 등에서는 몇 번 갈 수 있는 점수가 나왔지만 안정적이지는 못했고 결국 수능에서는 한 과목을 거하게 말아 중경외시 중 한 학교를 다니고 있네요.
    하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했기에 세번째 수능을 보면서 더 이상의 수능은 없다고 각오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대신 어떤 성적을 받고 어떤 대학을 가게 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글쓴이분과 저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도 3년 동안 수능이라는 시험 속에 모든 걸 맞추다보니 제 생각과 시야가 너무 좁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한 후에는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미팅도 나가보고, 학원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악기들도 배우면서 인생을 제 나름대로 풍요롭게 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목표는 인생에 열정을 불어넣어 주지만 길게 보았을 때 잠시 쉬어가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잊지는 말고 간직하시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리프레쉬하고 나면 어느 순간 다시 도전해도 좋겠다는 결심이 설 날이 올 거에요. 저 또한 그렇게 한 턴 쉬어간 후 이제는 간직했던 꿈을 위해 다시 열심히 준비하고 있네요(수능은 아니지만)
    시험 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건강도 잘 챙기시고,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 뭐든지 · 962628 · 23/01/14 22:02 · MS 2020

    우선 답글 달아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되는 시기인 거 같아요..
    저랑 상황이 거의 똑같으시네요. 저보다 한 발짝 정도 더 나아간 상황 같아서 너무 놀랐어요. 저도 지금 최대한 수능 관련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 악기도 배우고 운동도 배우고 친구들과 다양한 지역,나라를 여행다니고 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한 켠에 계속 남아있긴 하네요..말씀대로 꿈을 잊지는 않되 잠시 간직하면서 쉬어가겠습니다. 너무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하루하루 세상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삶을 너무 살아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그럼에도 제 자신이 뒤돌아본다고 느낀다면 그 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구요.
    다시 한 번 제 글을 읽고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고 시간 들여 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저도 글쓴이분처럼 수능이든 다른 방향이든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건훌임진짜로 · 908139 · 23/01/19 15:50 · MS 2019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도 시대인재 재종에서 그냥 물 흐르듯 수험생활을 보냈습니다 인풋이 좋아서 아웃풋이 좋다는걸 잊고 그냥 시대에서 시간만 보내도 저도 엄청난 아웃풋을 얻을거라는 착각속에 하루하루를 보냈고 참담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근데 뭐 사실 님과 저 모두 현실?에 안주한 것에 대한 결과인거같네요. 앞으로는 하시는 모든일에 행운이 깃들길 기원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뭐든지 · 962628 · 23/02/13 19:00 · MS 2020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또 이렇게 좋은 말이 남겨져 있네요. 답글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학원이어도 내가 준비가 안되어있다면 그 모든 인프라를 감당할 수 없는 거 같아요 허허..이제 개강이 많이 남지 않았을텐데 대학 생활 준비 잘하시길 바라요!

  • 점유개정 · 866072 · 23/02/12 22:10 · MS 2018

    쪽지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