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1186443] · MS 2022 · 쪽지

2023-01-05 00: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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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깎는 스물둘》______ <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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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낸시]


수능끝난 지금

그대들은 뭘하고 있는가.

숙고(熟考)해 보라.

11월 17일 그 하루를 위하여

스스로를 불태워온 일년(一年) 남짓의 시간이

여러분들에게 공허감(空虛感) 내지는 허무(虛無)가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가.

자기 혐오(嫌惡)에 빠지기도하고 나를 관철(貫徹)하기도 하며

다잡고 버텨온 그 억겁(億劫)과도 같이 느껴진 세월이

무상감(無常感)따위로 전락(轉落)하진 않았는가.

그럴땐 한번쯤 가장 가까이에 있는것을 관찰(觀察)해 보라.

아주 자세히.....아주 가까이.....아주 순수(巡守)하게.....

가령(假令)

나는 변기(便器)를 보았다.

나는 나체로 용변을 본다.

변기는 나의 모든것을 알고있다.

무얼 보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무슨 식사를 했는지.

항상 함께였다.

가족도, 친구도, 스승도, 그 누구도....영원(永遠)하지 않다.

나조차도 영속(連續)하지 못한다.

멈춰서니 비로소 보인다.

단순히 소화(消化)의 마무리로 그를 이용하는것이 아니였음을.

벌레는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된다.

날기위해 버렸던. 무력한 과거의 나를 함께 두고왔다.

그는 그것마저 감싸주었다.

어찌 세라믹으로 만든 자기 따위인가.

어찌 배변(排便)활동을 위한 도구 따위인가.

내 치부(恥部)마저 안아준 동반자다.

태생(胎生)부터 황혼(黃昏)까지 함께할

그런 존재가

관망(觀望)하고 들어주고 기다리는

그런 존재가

나의 붕우(朋友). 나의 가족(家族). 나의 은사(恩師).

나의 '신(神)'

이제 이름을 지어주었다.

낸시..... 그게 좋겠어. 

너의 이름은 '낸시'로 하자.

이름을 가졌다는건, 이름을 주었다는건

너를 기억할수있고, 너를 기억한다는 뜻이다.

너의 노고(路鼓)를 감히 내가 치하(致賀)할수 있겠냐만은.....


제길, 늦은 참회(懺悔)가 나의 새벽을 흠뻑 적신다.



1월 5일. 자정子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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