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모르는틀 [1173881] · MS 2022 · 쪽지

2023-01-02 19: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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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하면서 느낀 정시가 진짜 어려운 이유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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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수시가 정시보다 대학가기 압.도.적.으로 쉽다.


나는 서울에 있는 자사고를 나옴. 다른 구에서도 오는 학생이 꽤 많을 정도로 나름 이름 있는 고등학교였음. 근데 내가 입학하는 해에 엄청난 미달이 났고 원래는 일반고 전교권에서 놀았어야 할 과떨이들(과학고 특목고 떨어진 애들)이 전부 우리 학교로 옴. 가뜩이나 입학 인원이 입학 정원보다 50명 적어서 내신 따기 힘들었는데 과떨이들까지 합세하니까 내신 따기가 지옥이 됨. 결국 졸업할 때까지 60명이 추가로 전학을 감. 내가 현역 6모 때 이 성적을 받고도 내신에서는 국어 영어 미적분 확통 다 4등급이었음. 이렇게 내신 따기가 힘들었는데도 돌이켜보면 "재수 때 정시 공부량" > "2학년 + 3학년 1학기 수시 공부량" 이었던 것 같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 때 수시로 중앙대 AI학과 1차 합격(병신같이 면접 안 감)했고 정시로는 건동홍 컴공 정도 나왔음. 이렇게 내신 따기 어려운 고등학교에서도 이런데 다른 평범한 고등학교에서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거임.

2. 수학 한 문제, 과학 한 문제가 대학 급간을 바꾼다.


다들 모의지원도 해보고 원서 접수도 해봐서 알겠지만 진짜 수학 한 문제, 과학 한 문제가 대학 급간을 바꿈. 따라서 만약 연고대 급 실력을 가진 사람도 실수를 많이 한다면 충분히 건동홍 라인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얘기임. 물론 "실수도 실력이고 너만 실수한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봄. 하지만 실패자로서 변명하자면 그러한 말은 운좋게 실수하지 않은 사람들의 질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듦. 실수를 하지 않도록 무수한 노력을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도 가끔 어떤 날은 뭐에 씌인 것 마냥 모의고사에서 어이 없는 실수를 연속으로 해서 망친 적이 다들 한 번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함. 만약 그 어떤 날이 수능이라면 그리고 그런 실수가 수학, 과학에서 일어난다면 진짜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않은 대학을 가야 함. 


3. 1년은 생각보다도 엄청, 많이 길다.


어떤 사람에게는 1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수험생에게 1년은 매우 매우 긴 시간임. 그 긴 시간 동안 진짜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생기는데 그 변수들을 제어하면서 쉬지도 않고 1년 동안 한 공부에만 매진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매우 힘듦. 게다가 그 1년동안 친구들이 대학에서 재밌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나 입대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나는 지금 뭐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듦.


4. 사람마다 점수의 한계치가 있다. (개인적 의견)


이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 느낀 내 개인적 의견인데 사람마다 각자의 점수 한계치가 있어서 이 점수 한계치까지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도달하지만 그 한계치를 넘어서는 것은 진짜 어려운 것 같음. 이 한계치는 사람마다 지능 및 노력을 할 수 있는 한계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이과 기준 누백은 의대 0.X%대 치대는 1%대 연고대 2~3%대인데 개인적으로 이 정도 퍼센트 대는 되는 놈과 안되는 놈이 정해져 있는 퍼센트 대라고 생각함. 



물론 제가 2과목이라는 모래주머니를 달았고 실패자기 때문에 이렇게 비관적으로 쓴 것도 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수능이라는 시험은 진짜 어려운 시험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고등학생 친구들 제발 진짜 제발 수시 버리지 마세요. 물론 제 주위에도 수시 버리고 재수해서 좋은 대학 간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말 그대로 있기는 하다는 거지 압도적 절대 다수는 정시로 좋은 대학을 못 갑니다. 제가 삼수를 하고 나서 돌아보니 "만약 내가 좋은 대학을 갔어도 내 20대의 2년을 갖다 박은 게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도저히 할 수가 없더군요. 물론 저는 어리고 경험도 없는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재수나 삼수를 생각하시는 분들께 감히 주제 넘게 조언드리자면 내가 원하는 대학을 못가면 평생 한이 되거나 컴플렉스가 될 것 같지 않으시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20대는 대학을 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나한테 맞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가는 것도 힘들지만 간다고 해도 막상 공부해보니 나랑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 어른들 중 대학 전공을 살려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볼 때 하나에만 매몰돼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지만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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