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534033] · MS 2014 · 쪽지

2015-06-06 19: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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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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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이
내 마음을 비집고 나와
내 입술에서 톡톡히도 튀어오를때면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눈가가 아른거려,
나는 사무친 듯이 놀라
온 밤을 허둥거린다


 


초라하고 남루한 몇 평,
내 마음은 너에게 세를 주었었다
계약이 끝났는데 왜 방을 빼지를 않는 것인지
그럼 가만히나 있을것이지
도대체 벽지는 왜 찢는 것인지
옷이 찢어지면 부끄럽고, 살이 찢어지면 아픈 법인데
마음이 찢어지면 어떻겠는가


 


내 마음은 어떻겠는가


 


사랑이여
너는 아직히도 남아서
나는 찢어진 벽지를 문장으로 도배하곤 하는 것인데,
나의 사랑은 도무지도 알 수가 없다
여름 다음이 겨울이었던가
좁은 공간에 둘이 있으면 따뜻해져야 하는데
왜 나는 자꾸만 추워지는 것인지
나는 몸을 웅크려,
시린 이빨 부딪히며,
차갑게 새파래진 채로,
입술을 비집으려는 너의 이름을
떨며 악물며 그리우며 어루만지며


 


그대여 이제 그만 비집어라
내가 버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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