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원에서 수능이 끝나면 벌어지는 일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084113
6평도 보셨고 살짝 여유를 즐기시라고, 가볍지만 의지보충할수 있을만한 "수능이 끝나면 기숙학원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 적어봅니다.
일단 통학은 제가 겪어보지도 못했고, 채점을 거의 집에서 하기에 큰 의미는 없을거에요. 기숙에서 수능이후 3일간 남아있으면서 본 것들을 적어봅니다.
전 작년에 기숙학원을 다녔습니다. 수능은 근처의 한 고등학교에서 봤구요.
전날 밤에는 다들 서로 불안하기에, 그리고 다음날 이시간에는 공부를 놓아도 된다는 생각에 서로 흥분해서 파이팅 넘칩니다. 잠도 잘 안오고 취침시간 직전에는 막 남자들끼리 소리지르면서 아는애들 전부 껴안고 다니고..ㅋㅋ
아침에는 뭔가 잘볼것같은 근자감과 더불어 다들 파이팅 넘치니 힘이 넘쳐서 시험장에 들어가지만,
수능이 끝나면 조금 정숙해진 분위기와 서로들 망했다며 말을 아낍니다.
학원에 돌아오는 버스가 도착하면, 반이 넘는 학생들은 바로 짐을 싸서 퇴소하고,
남은 학생들은 국수영을 맞춰보며 언제쯤 탐구 답안지가 나오는지 기다립니다.
그냥 평소보다 훨씬 잘봐서 기쁨을 주체못하는 경우에는 자기점수를 말하기도 하지만, 왠만하면 다들 점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킵니다. 대신 시험의 난이도와 각 과목의 컷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토론합니다.
탐구 답안지가 나오고, 자기 점수가 fix된 이후에 밖으로 산책을 나가보면,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점수가 안나와서 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학생이며 작년에 가장 안타까웠던건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학원 벽에 쪼그려 앉아서 부모님이랑 통화하면서 "열심히 할만큼 했는데도 점수가 안나오는걸 어떡하냐고"라고 꺼이꺼이 울던 여학생..
남학생들은 망쳤으면 대부분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한 친구는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옆에서 봐도) 점수가 정말 안나와서 눈물을 훔치며 9시쯤에 퇴소했습니다. 제가 다 안타깝더라는..
둘째는 숨어서 하던 연애를 대놓고 하는애들. 팔짱끼고 다니는 남녀를 몇 커플 관찰할수 있고, 벤치에선 체액을 교환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원장의 강력한 토벌로 7시 이후에는 대부분 진압되어 집으로 강제 송환됩니다.
셋째는 고백하는 애들. 이게 생각보다 많은게.. 1년간 함께 지냈으니 '1년 꾹 참았다가 수능치고 고백해야지' 하는 마인드인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서.. 한 부류로 분류될 수 있을정도로 많습니다.
대부분은 차이던 것 같습니다.(환상 ㄴㄴ) 운좋게 번호를 따가는 놈도 있었지만 기숙은 여러 지방에서 다 오기때문에 대부분 수능 지나면 흐지부지 됩니다. 대학 개강 전까지 계속 사귄다는 커플 단 한커플도 본적 없음. 재수때 생긴 연애감정은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두세요.
넷째는 그냥 멍하니 있긴 뭐하니 산책이나 나온 저 같은 부류들. 그냥 이럭저럭 수능을 봤거나 평소보다 좀 못본 놈들이 구성원인것 같으며 "드디어 해방이다"를 시작으로 앞으로 뭘 하면서 놀아야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합니다. 같이 와우하기로 결정했었는데 결국 성사되진 못했네요.
이렇게 있다보면 어느새 10시가 지나고, 논술을 칠 학생들에 한해 잔류가 허용됩니다. 논술강의를 또 돈받고 팔거든요. 그럼 다시 방으로 가서(휴대폰을 만지며) 누워서 이제까지 1년간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꺼냅니다.
제게 가장 충격이었던 건 4월부터 11월까지 같은반에서 매일 붙어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했던 연애관계였고.. 사실 누가 고백했었는데 차였내 이런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수능 다음날부턴 다시 논술수업이 시작되는데,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연필이 수능전과 비교해 약 30배쯤 무거워집니다. 공부 진짜 의지강한 애들아니면 안되구요, 나머지는 대충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밥주면 밥먹고 수업듣는 척 합니다.
이렇게 몇일 더 지내다가 논술시험치면 퇴소하는게 일년간의 기숙학원의 마무리입니다.
재미삼아 읽어보세요. 공강에 하도 할게없어서 모바일로 적느라 힘들었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원래 작은 책상 하나 있고 그 옆에 1단 짜리 책장있는데 그거 다 없애고 존나 긴...
-
오르비언들한테 보내는 청첩장은 막 신랑신부 본명이랑 오르비 닉네임이랑 같이 쓰여져...
-
92점 (확률과통계) 15번 틀: 딱 한 번 시도해보고 못 풀겠다 싶어서 바로 드랍...
-
모고
-
기억이안나네
-
양적관계 풀때는 0
노래 안듣는게 낫겠지
-
수학 도와주실분 1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왜저게..?
-
의미 하나도 없는거 잘 아는데 점수가 잘나와서 솔직히 자랑하고 싶음...
-
역사덕후들이 하는 게임 있는데 주변에서 아는사람(하는사람x) 딱 1명봄...
-
3등급 노베임 ㅎ 지금 들어가면 따라가기 많이 힘듬??
-
아무 말이나 써놓고 양으로 승부봐도 되긴 하지만 그럼 만족이 안 됨 문장의 짜임이...
-
무산되면 과탐1은 ㄹㅇ 쑥대밭일텐데
-
대깨의는 그럼 강제로 +1인거임?? ㅋㅋㅋㅋ 진짜 말이되나? 미치겠네
-
수학 노베 0
수학 노베이스라서 재수 생각하고 늦었지만 지굼부터 수학 해보려고하는데 현우진 선생님...
-
생태계 > 유전...
-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성실하게 공부히고 얌전히 말 잘 듣는, 전형적인 선생님한테...
-
수2는 재미있기라도 하고 기하는 단연 최고의 과목인데 수1은 왜 이 모양일까요...
-
국어 23 6모 6등급 23 수능 5등급(국어 공부 거의 안 했다고 봐도 무방함)...
-
동사세사 5050 나오는데 저랑 역사얘기 하실분 구해요
-
앙대앙대 0
중앙대 국문 가려면 정시 백분위 어느정도로 봐야돼용? 6월부터 공부시작햇는데 감이안잡히네
-
친구가 그리말하는데 개소리인거같기도하고
-
[10모 5>수능 1] 수능 한국사 전범위 요점정리(2025 수능대비) 1
구매링크...
-
1500 뽑아도 문젠데.. 군대에 있는데 더욱 더 심란해진다
-
항상 수1 수2를 하다보면 미적분을 오래 안하게 되어서 까먹고 또 그래서 미적분...
-
어케 풂? 진짜 다 구해놓고 마지막에 막히는게 너무 많음
-
수학은 수1 수2 미적 이렇기 과목이 나눠져있잖아 나는 현우진 듣는데 과목마다...
-
왜케 유기하지 자꾸... 근데 수학이 개재밌어서 국어 하기가 싫기도하고... 전과목...
-
내일 무득점할듯
-
택시 탈려고 하는데 잔액이 없거든 근데 후불이라서 당일이 아닌 며칠 후에...
-
.
-
전공의 대표 “병원장들은 거대 권력에 굴복...고소·고발 준비 중” 1
17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
수1은 어느정도 푸는데 수2를 못하겠어요..ㅠㅠ 4등급인데 공통 수1은 21,22...
-
댕신기;;
-
"종일 암 수술해도 쌍꺼풀 수술보다 값싼 게 필수의료 현실" 2
'공공병원서 필수의료 20년' 외과의사…"빅5 병원만 살아남고 필수·지역의료 붕괴할...
-
내가 잘못했어 뽑던 거라도 뽑아줘
-
잠이 많이 안와서 오늘좀 일찍 시작했어욥 05시부터 19시40분까지 쎈 자꾸 틀려도...
-
독서는 김동욱 일취월장 하고있고 문학은 김상훈 문학론 하고있는데 문학론 끝난이후에...
-
수시입시 컨설팅 0
수시 이과 컨설팅 받고 싶은데 입시 컨설팅 추천해주세요
-
고2때 윤사를 안했었는데 3학년 선택과목으로 생윤해도 2학년 때 윤사 했었던...
-
외부생으로 치는게 여간 귀찮은게 아니여 + 자랑질은 수능성적으로 하겠습니다
-
사실 제가 그동안 직장에서 일을하면서 직장 바로 위 사수님이랑 갈등이 있었어요...
-
근데 ㄹㅇ 오르비언끼리 결혼해서 애낳으면 웃기겠다 18
저분은 아빠가 오르비할때 갤주셨던 슈냥님이고 저쪽분들은 칼럼 쓰던 분들이셔! 아...
-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 질문! 유기화학 아시는분… 0
아세트아미노펜 합성 실험을 했는데 촉매를 산촉매랑 염기촉매를 썼거든요? 저는...
-
작수 미적 사문 지구 봤고요 반수중입니다 올해도 미적 사문은 그대로 갈건데 지구가...
-
꿀맛궁디 0
앙
-
동네 영세 재수학원은 다니지도 말고 외부생으로 뭐 응시하지도 말아라 제발 경험담이다
-
시대인재 인문반 기준으로 하반기 한달에 컨텐츠비로만 어느 정도 나오나요?
ㅋㅋㅋㅋㅋ저도 재수는 기숙학원에서 했는데 공감되네요 ㅋㅋㅋㅋㅋ 그것도 벌써 2년전이니 추억이네 이제... 힘들지만 재밌었지...
저 궁금한게 있는ㄷㅔ쪽지로 물어봐도 될까요??
저 재수 끝났을 때가 떠오르는 글이네요.
오랜만에 회상에 잠겨봅니다.
어디 기숙학원 이셨어요?
ㅋㅋㅋㅋㅋ재밌네요
기숙학원도 엄청난 추억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