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킬러강형욱 [1186443] · MS 2022 (수정됨) · 쪽지

2022-12-20 00: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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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수필) 묵은지에 관한 고찰(考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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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8일/자시(子時)

월드컵결승을 보기전 너무 허기가 올라와 앞다리살 한근을 삶았다. 

기름기가 적어 목이 막히던 찰나, 김치냉장고 깊숙히 있던 묵은지 하나를 기억해냈다. 

1년이나 된 김치, 과연 너가 내 갈증을 해소(解消)할수 있을지 의구심(疑懼心)과 기대감(期待感)을 반반씩 품고 뚜껑을 열었다. 

왠걸? 상쾌하고 화사한 향기가 톡. 내 코를 쏘았다.

하지만 향기로 김치를 섣불리 판단(判斷)할 수 없는 법. 꼭지를 잘라내어 이파리 한 부분을 혀로 감싸 음미(吟味)해보았다.

겨우 김치 한조각이 어찌 본좌에게 이런 감동(感動)과 풍족(豊足)을 느낄 수 있게 하는가? 

아삭한 식감과 이가 시릴정도의 시원함, 원서접수의 걱정을 날려버릴 청량(淸凉)함. 코끝을 저리게 만드는 알싸함이 모두 

공존(共存)하는 풍미(風靡)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묵은지여. 어찌 너는 영겁(永劫)과 같은 시간을 감내(堪耐)해 왔느뇨?

너는 겨우 김치가 아니다!

선조(宣祖)들의 얼과 교훈을(敎訓)을 어찌 약관(弱冠)의 나이가 지나서야 겨우 일부 깨달았는가.

고난(苦難)을 견뎌낸 사람은 더욱 완숙(完熟)해져 또 다른 누구를 감동시키고 고무(鼓舞)시킨다.

그 가르침을 후예들도 깊히 새기고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단순히 김치를 먹는것이 아니다.

몇천년동안 쌓이고 쌓여온 그 모든 고뇌(苦惱) 또한 함께한다.

혼백(魂帛)이 아스라히 스러지더라도 지키고 계승(繼承)해야한다.


겨울 새벽 어느 정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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